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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말글 2011. 11. 1. 09:58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이 글은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다산연구소에서 보내는 메일을 옮긴 것이다. 송재소 교수는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이며 ·저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이 있다. 

 

                                                                                                       
지난 9월 17일,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시위는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어 10월 15일에는 82개국 1500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투쟁대상은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이다. 금융자본의 탐욕이 극에 달한 것이 2008년의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다. 위험한 파생상품을 다투어 개발하는 등 월가의 과도한 경쟁과 탐욕 그리고 부패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이 사태가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 하다가 다시 폭발한 것이 이번 ‘점령하라’ 시위이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에 의하면 미국의 상위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20%를 가져간다고 한다. 이 상위 1%에 의해 운용되는 금융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글로벌 경제시스템이다.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철저한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으며, 금융상품 가격을 초(秒) 단위로 조종할 수 있다.

 

탐욕스런 자본주의를 질타하는 ‘미국의 가을’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치가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공여한다고 한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1998년에서 2008년까지 5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월가의 공식 로비자금이 33억 달러(약 3조 7600억 원)에 이르고 2007년에 월가가 고용한 로비스트만 2,996명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로비활동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점령하라’ 시위대의 외침은 이 금융기업들에 대한 분노의 외침이다. 유럽 시위대는 “99%는 위기, 1%는 강도”라는 구호를 내걸었다고 한다. 1%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서 99%의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진다는 것이 시위대의 생각이다. 2007년 미국 농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3,600만 명의 미국인이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라고 한다. 이렇게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가 이번 시위를 촉발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상처를 치유할 대안은 무엇인가?
‘점령하라’ 시위대 중에는 “반자본주의와 혁명이 필요하다”는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은 분명 자본주의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보완하려는 여러 가지 이론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이 그것이다. 이론가들은 애써 이를 ‘따뜻한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는 ‘차가운 자본주의’인 셈이 된다. 아니 자본주의 자체의 속성이 차가운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질병과 가난으로 인한 이 세계의 불평등을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퇴치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세계적 부자인 워렌 버핏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라고 주장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멜린다 재단’에 기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 49명이 3년간 기부한 금액이 87억 5,50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조선일보 미디어다음은 이들에 대해 “본지가 만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49명의 초상은 우리 앞에 열린 자본주의 4.0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라 보도했다.

 

자신의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이들의 행동은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렇게 하는 것으로 과연 신자유주의로 멍든 자본주의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이들의 기부행위가 자본주의의 속성인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에 과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하는 대도 왜 서울역 앞 지하도의 노숙자들은 없어지지 않고, 결식아동의 수는 늘어만 가는가? 진화한다는 자본주의의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자본주의는 영원한 불멸의 체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