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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문재인 대통령감 아니다” 곤혹(한겨레)

말글 2012. 2. 22. 09:05

김두관 “문재인 대통령감 아니다” 곤혹(한겨레)

 

등록 : 2012.02.21 13:44 수정 : 2012.02.21 22:06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협력하고 연대하던 두 대선주자
<주간조선> 인터뷰 발언이 문제돼
문 이사장에게 ‘오해 마시라’ 이실직고
“정식 인터뷰 아니다” 주간조선에 항의

 문재인과 김두관.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이 둘은 공통점이 많다.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이면서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선주자로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훨씬 앞서 나가고 있지만, 지난주 민주당에 입당한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대선행보도 만만치 않다. 권력의지가 강한 데다가 친화력과 행정경험을 갖춘 김 지사의 잠재력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를 주목하는 분위기가 최근 강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문 이사장과 김 지사는 경쟁자다. 하지만, 김 지사 쪽은 문 이사장과의 경쟁은 가능한 묻어두고 협력하고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김 지사가 문 이사장을 살짝 건드리는 일이 발생했다. 김 지사는 <주간조선>과의 이번주호 인터뷰에서 문 이사장에 대해 “문 이사장님의 권력의지는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문 이사장은 예전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감은 아니죠. 새로운 리더십으로서 문 이사장이 주목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세력과 사람이 붙어야 (대권 도전이) 가능할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사 이외에 다른 세력도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또 “문 이사장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국정을 주도한 분들이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육두품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135~155석 사이의 국회의원 의석 수를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그중 절반은 문 이사장이 아니라 나를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경쟁자에 대한 예민한 발언이다.

 

 김 지사는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대가 약한 것 같다”면서도 “대선에 어떻든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아버지의 후광만으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문 이사장을 폄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자, 김 지사 쪽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도가 난 뒤 문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주간조선> 기자가 찾아와 사석에서 한 말이 보도가 됐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고 하니 양해해달라”고 사과했다.

 

 <주간조선> 쪽에도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쪽의 한 관계자는 21일 “<주간조선>과 정식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아는 기자가 찾아와서 손님을 대접하는 차원에서 예의상 저녁때 잠시 만났을 뿐이다. 사석에서 한 말을 기사로 쓴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라고 했다면 사람에 대한 평가를 그런 식으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주간조선> 쪽은 “오래 전부터 김 지사 쪽과 협의해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며 정식 인터뷰라는 입장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김 지사가 전화를 해서 전체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그의 심중을 드러내는 발언이어서 애초대로 기사화했다”며 “내용이 곤혹스러워서 김 지사 쪽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이사장 쪽은 일단 해프닝으로 여기면서 무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가 ‘오해 마시라’고 문 이사장에게 이실직고를 해온 데다가 대응해봐야 별로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 이사장의 한 관계자는 21일 “지금은 총선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대선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동지적 관계”라고 덧붙였다.

 협력과 경쟁은 동전의 양면이다. 전략적으로 보더라도 후발주자인 김 이사장의 입장에서는 문 이사장과 연대하면서도 각을 세워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다. <주간조선> 인터뷰 기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런 측면을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