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글

국회로 간 호남향우회 "민주 지도부 낙선운동"(조선)

말글 2012. 3. 3. 20:24

 

입력 : 2012.03.03 03:00

["호남 배제·친노 공천 중단하라"… 민주, 커지는 공천 파열음]
버스 3대 나눠타고 기자회견 "호남 몰살땐 투표 기권할 것"
후보들도 반발 잇따라… 한광옥 탈당 "무소속 출마", 공천 탈락자들 무기한 농성

민주통합당 공천 내분 사태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 민주당의 뿌리 조직인 호남향우회가 국회를 찾아와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구(舊) 민주계 핵심 인사는 무소속 총선 출마를 위한 '민주동우회' 결성에 나섰다. 호남향우회 차원에서 민주당에 항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향우회 "지도부 낙선, 투표 불참 운동"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대표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 평화 세력을 철저히 배제한 공천을 출향(出鄕) 호남인들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호남 정치인 물갈이를 (투표에 불참하는) 기권 운동으로 추방할 것"이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유상두 연합회 회장은 "호남 배제 공천을 계속한다면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을 찍지 않고 기권할 것이며,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에 대해선 지역별로 찾아가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난장판 된 민주당 당사… 2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 앞이 공천심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유인물에는 특정 공천심사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 자신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내용,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홍기열 서울호남향우회 부회장은 "친노 인사만 공천하고 호남인은 경선 자격마저 주지 않고 몰살했다"고 했고, 다른 인사들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다·이순신 장군의 말)"라는 말도 했다. 이들은 이날 버스 3대에 나눠 타고온 100여명이 국회에 들어와 항의 시위를 하려고 했으나, 국회 측의 제지로 대표자 8명만 입장이 허용됐다.

호남향우회는 회원이 서울에 160만여명, 전국적으론 2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반발 기류가 이어질 경우 민주당은 1000~2000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충청권 등의 접전 지역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호남 출신의 한 당직자는 "호남의 지지 없이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잇따른 탈당·농성… 호남 의원도 동요

관악갑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화합이 아니라 한풀이 정치로 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라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동우회 결성을 추진 중인 한 고문은 "이번 공천은 친노 세력만의 향연장이 됐다"고 했다. 수도권 공천에서 떨어진 일부 인사는 당사 앞에서 '경선 실시'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현재 당에는 공천과 관련해 재심이 40여건 신청돼 있는 상태다. 당 관계자는 "만일 재심 청구가 대부분 기각되고, 앞으로도 호남 출신 탈락자가 속출하면 민주동우회와 무소속 출마자가 대거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작된 호남 지역 공천 심사에서 현역이 대폭 물갈이될 경우 수도권에서 점화된 '구 민주계 배제론'이 호남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잖다.

한 호남 중진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천을 못 받는다면 현역 상당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곤혹스러운 지도부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구 민주계 중진 및 호남향우회 인사 설득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우상호 전략기획본부장은 "탈(脫)호남이 아니라 젊은 호남으로 세대교체하는 것"이라면서 "호남향우회가 새누리당에 이익이 되는 낙선·기권 운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 심사 거부 파동이 터진 마당에 당 지도부가 공천을 왈가왈부하긴 어렵다"며 "악화된 호남 민심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