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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인용보도’ 검찰·선관위 따로논다(대자보)

말글 2012. 11. 21. 05:32

‘여론조사 인용보도’ 검찰·선관위 따로논다(대자보)
검찰, 조사방법 누락 이유 언론인 기소, 선관위, “최초보도 확인 무방”
이창은
선거법을 안내하고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선거법의 관련 법규를 다르게 해석할 때 어느 쪽 주장을 받아들여져야 할까?

일반적으론 선거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주장에 방점을 둘 것이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안내에 따르게 되면 사안에 따라 검찰로부터 기소돼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11월 6일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김범기 부장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구체적인 조사방법을 함께 밝히지 않은 서울 동대문구 지역신문 대표 이모(59)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이어 16일 북부지방법원 형사11부 재판부(김재환 부장판사)도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모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모씨는 지난 4·11 총선 동대문구 을 지역에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에 지지율에서 앞선다는 모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출처와 보도시점과 여론조사기관 등은 적시했지만 표본 오차율 등 구체적인 조사방법을 함께 보도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은 검찰이나 재판부의 판단과는 사뭇 다르다.

중앙선관위는 2007년 9월과 2009년 10월에 "언론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 출처를 밝히고 최초 보도를 확인할 수 있게 보도한다면 무방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를 언론사 및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배포한 바 있다.

또 2010년 4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질의회답에서도 “공직선거법 108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보도한 여론조사결과를 그 출처를 밝혀 전송하거나 게재하는 것은 무방할 것임. 이 경우 그 출처를 밝히는 때에는 같은 법 조항에 따라 함께 공표해야 하는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최초 보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밝혀야 할 것임”이라고 명확하게 일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지침을 시달해 현재까지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 김만년 지도담당관도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이후 선관위에서는 관련 내용에 관한 언론사 처벌이나 고발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바 있으며, 요즘 발표되는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의 대부분인 인용보도의 경우에도 최초보도자 등 출처만 밝히고 구체적인 조사방법 등은 함께 밝히고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 108조 5항에 따르면 여론조사 방법 등을 함께 밝히려면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를 포함한다),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 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함께 인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면과 시간에 제약을 받고 간결성과 가독성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과 방송은 이런 요소를 매번 할애하기 곤란한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언론기관 등이 참여해 토론과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단초가 된 여론조사 인용보도와 관련한 유권해석이 마련됐다고 한다.

이처럼 명확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108조 5항에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보도하게 돼 있어 명백한 법 위반이다”라고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한다.

거기다 재판부도 이 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 108조 5항 위반’이라는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또 “이씨가 당초 기사를 작성할 때 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인용보도에 관한 안내사항을 몰랐다”는 검찰측 주장 또한 받아 들였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이모씨는 2007년 9월 7일에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 공표·보도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포탈사이트 ‘다음’에 2차례, 2009년 10월 16일에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시 준수사항” 등 관련 선거법을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에 무려 4차례나 게재해 “유권해석의 존재를 몰랐다”는 검찰측 주장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반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법률 이외에 대법원 판례, 중앙선관위원장 질의답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선거 양태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선거법 해석에 있어 단순히 공직선거법만을 적용하게 되면 법률 이외에 중앙선관위원장 질의답변 등까지 포함 포괄적으로 선거법 안내를 하고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위반자를 대량 양산하게 되고 이는 신뢰를 잃게 돼 헌법기관으로서 그 위상이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은 언론기관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번 검찰의 주장이 사법부에 의해 최종 확정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법 안내에 따라 여론조사 인용보도와 관련해 조사방법 등을 모두 넣지 않고 게재한 언론인들은 처벌받아 범죄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법을 선거관리위원회 대신 검찰에게 물어봐야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당초 모 정당 국회의원 후보측이 지역신문에 게재된 여론조사 인용보도 기사가 자신의 선거에 불리하다며 동대문구선관위에 고발하자 이를 관할 동대문경찰서로 이첩해 조사하는 가운데, 동대문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관할 선관위에 “현재까지 처벌이나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선관위 유권해석과 입장은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아 관할 선관위는 완전히 무시당한 모양새다.

대통령선거가 한창인 요즈음, 하루에도 한 두 개씩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최초 여론조사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의 인용보도의 경우 거의 모든 언론사는 출처만 간단하게 밝힌 채 보도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검찰은 거대 언론사의 출처만 밝히는 인용보도 기사에는 이제껏 말이 없다가 힘없는 지역신문만 처벌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졸지에 법법자로 내몰린 이모씨는 "선거를 관리·감독하는 행정기관과 선거법 위반 여부 수사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이 같은 불협화음은 불과 30여 일을 앞둔 대통령 선거 보도에도 혼선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안내에 따라 관할 선관위에서도 규제받지 않았던 기사가 검찰에 의해 위법이라 처벌받게 된다면 앞으로 선거 보도에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모씨는 11월 16일 “다시 한 번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여론조사 인용보도에 관한 검찰과 선관위의 이중잣대로 인해 애꿎은 언론만 피해를 보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입력: 2012/11/21 [02:23]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