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공천 ‘돈냄새’ 진동… 드러난 3명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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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21일 창조한국당 이한정(57) 당선자를 구속수감하고 통합민주당 정국교(48) 당선자에 대해서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당선자는 일단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했지만 지난달 총선후보 등록일경에 당에 10억 원을 빌려줬다가 받았다. 검찰은 이어 친박연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해서도 소환통보를 하고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의 검찰 수사와 본인들의 진술 등에 따르면 양 당선자는 15억 원을, 이 당선자는 6억 원을 당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1억 원의 특별당비를 낸 정 당선자는 당에 10억 원을 빌려줬다 돌려받았다.
이들 3명은 자신들이 당에 건넨 돈이 모두 당의 발전을 위한 순수한 특별당비이거나 단순히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가 없이 건넨 돈이거나 정상적 금전 거래여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 돈을 누가 받아 어떻게 썼는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적법하게 회계 처리된 당비라 하더라도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올 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공천을 대가로 제공한 돈이라면 특별당비라 하더라도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처벌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공천을 대가로 직접 금품을 건네지 않고 제공하겠다는 의사만 표시해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관련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주변에선 △이들이 건넨 돈이 더 없는지 △이 돈을 누가 받았는지 △실제 사용처가 어디인지 △돈을 낸 사람들이 이들 3명밖에 없는지 등의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는 얘기가 많다.
이번 총선 이후 검찰 수사가 상당히 신속하게 벌어지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대선 및 총선을 치를 때마다 검찰은 선거 및 당선자 관련 사건을 오래 쥐고 있다가 고소 고발을 취소하면 종결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고려 등을 이유로 선거 관련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적격 인사가 상당 기간 등원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검찰엔 선거 및 당선인 관련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뿐 아니라 실정법을 위반한 불법 선거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당선자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양 당선자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등의 관련성 부분도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양 당선자에게 사퇴 권고했으나 미동도 안해”
“선거비 30억 썼다”… 선관위엔 42억 보전신청▼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1번 양정례(31·여) 당선자 공천 파동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친박연대 핵심 당직자는 21일 “당에서 양 당선자 쪽에 간접적으로 자진 사퇴를 권고했으나 양 당선자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진 사퇴가 정석이지만 그쪽에서 가만있으면 당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철기 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당이 자리를 잡기 위한 중대 기로에 서 있는 만큼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서도 부적격한 사람이 드러나면 제명이나 자진사퇴를 권유하려고 한다”고 밝혀 당이 양 당선자와의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는 검찰이 수사를 정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42억여 원 보전 신청=친박연대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선거비용으로 42억여 원을 보전해 달라고 청구했다. 선관위가 정한 각 당의 선거비용 보전청구 상한액인 44억2800만 원에 육박한 금액이다. 각 당은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해 사용한 선거비용을 보전해 달라고 국가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노식 당선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30억 원을 썼다”고 했다가 ‘선관위엔 42억 원을 신고했다’고 되묻자 “잘 모르겠다.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말을 바꿨다. 실무자인 김원대 기조국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연대가 선관위에 보전 신청한 42억 원을 어떻게 조달해 썼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 “선거비용 빌려 썼다”=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당선자의 모친인 김모 씨에게서 선거 광고비 20억 원 중 일부를 차용증을 쓰고 빌려, 공식 당비 통장을 통해 받았다고 해명하며 “당비가 없어 선거비용을 차입했다. 차입 규모와 지출에 대한 소명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양 당선자가 특별당비(1억여 원)를 냈다고 밝힌 뒤에도 서 대표는 선거비용을 빌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국교 당선자에 10억 빌렸다가 다 갚아”
비례대표 선정 문제로 불똥 번질까 긴장▼
통합민주당은 21일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해 주가조작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불똥이 자칫 비례대표 선정 문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 당선자로부터 지난달 총선 후보 등록일경에 10억 원을 빌렸으며 같은 달 28일 5.5%의 이자를 포함해 갚았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주 본보 인터뷰에서 이 돈의 용처에 대해 “당시 당 재정이 매우 나빠 직원 급여를 못 줄 정도여서 차입했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이와는 별개로 총선 후 1억 원의 특별당비를 냈다.
그러나 당초 아무 문제 없다던 정 당선자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 안팎에서는 “빌린 돈에 대한 설명도 밝힌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당선자를 영입한 손 대표는 “주가조작 부분은 이미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 당시 당 안팎에서는 ‘모 의원이 거액의 배달사고를 냈다’, ‘정 당선자가 당 빚을 갚아줬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또 당시 정 당선자에게 급히 돈을 빌린 이유가 ‘대선 과정에서 수십억 원을 당에 빌려 준 모 인사가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지 못하자 이를 회수해갔기 때문’이란 소문도 돌았다.
특히 정 당선자가 지난해 손 대표의 북한 방문에 동행했고 손 대표의 추천으로 당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진행에 따라서는 손 대표에게 정치적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차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총선과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임에도 단지 다른 당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검찰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한정 6억’ 공심위원-당직자 모두 “몰라”
누가 추천했는지-왜 ‘2번’ 줬는지도 안개속▼
창조한국당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가 당에 6억 원을 입금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문국현 대표 및 당직자들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당선자가) 중앙선관위 기탁금과 특별당비를 포함해 2000만 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동민 공보특보는 “이 중 1500만 원을 기탁금으로 냈고, 접수료 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특별당비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당비 말고 추가로 돈이 들어온 것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비례대표 심사위원이었는데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1시간 앞서 문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당비에 대해) 나는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는 당 대표는 물론 공심위원, 당직자도 모르게 당 계좌로 6억 원을 입금하고, 추천인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선정됐다는 말이 된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모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문 대표가 왜 ‘6억 원’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 당선자 추천 문제에 대해서도 “당이 알아서 해 나는 자세히 모른다”(17일)고 말했으나, 다음 날에는 “어느 경제단체에서 추천했다”고 했다가 다시 “단체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이 있는 경제 모임에서 추천했다”고 말을 바꿨다.
당 공심위가 인터뷰도 하지 않고 이 당선자에게 비례대표 2번을 준 배경도 의문이다.
신효중 전 총선기획단장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자는 심사 과정에서 계속 범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심사) 보류’ 상태였다”면서 “이 때문에 공심위가 이 당선자를 인터뷰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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