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폭발직전’…친박쪽 ‘탈당 카드’ 만지작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당내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 당선자들의 일괄 복당 요구가 사실상 거부된 데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무시와 외면’이 도를 더해가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 전 대표 핵심 측근들의 강력 부인에도 불구, 일각에선 ‘탈당’이라는 최후의 카드조차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가 2일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 측의 분위기는 격해졌다. 박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까지 밝히며 복당을 촉구한 이후 열린 주례회동이었다는 점에서 “혹시나”하고 기대했지만 결국 외면당한 데 따른 반감이 예사롭지 않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며 “대선 당시 밝혔던 ‘국정 동반자’ 관계가 어렵다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측근 의원은 “당내 분위기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당내 세력 화합 문제는 너무 외면하는 것 같다”면서 “얼마든지 성의를 보일 수도 있는데 박 전 대표를 자꾸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수뇌부가 복당에 대해 입을 닫아버리는 상황이 되면서 박 전 대표가 특단의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한 측근은 “(당과 이 대통령이) 계속 이런 스탠스로 간다면 앞으로 닥칠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가 이런저런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친박 인사들은 탈당 내지는 분당 가능성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로 인해 곤경에 처한 친박연대의 해산설이 흘러나오면서 박 전 대표 측이 탈당한 뒤 이들과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검찰수사 결과 친박연대에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되면 당을 해산해 양정례 당선인 등 일부 인사들을 분리한 뒤 친박 무소속 연대와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박 전 대표와 친박 당선자들이 한나라당에서 나와 합류하게 되면 70~8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친박 측 인사들 대부분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그런 타이밍이 아니다”라거나 “극단적인 선택은 털끝 만큼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측근은 “우리가 쫓겨나면 쫓겨나는 거지 어떻게 살린 당인데 나가겠느냐”며 “박 전 대표에게서 탈당에 관한 조그만 냄새도 맡아 본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 본인은 아직까지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복당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엔 “결국은 선택지가 좁아진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현재로선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는 한 측근의 말처럼 박 전 대표가 당권 도전과 탈당 등으로 정계를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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