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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 정몽준의 득실..`절반의 성공'(연합뉴스)

말글 2008. 7. 4. 02:30

정견발표하는 정몽준 최고위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최고위원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며 한 당원으로부터 선물받은 교통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jeong@yna.co.kr

예상외 선전..2위 입성으로 당안착 기회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3일 당 대표 경선에서 높은 대중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당내 계파와 조직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실 정 의원은 작년 12월3일 한나라당 입당 이후 지난 7개월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특사단 단장을 맡은데 이어 입당 2개월만에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명실공히 당 지도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아가 4.9 총선 당시 자신의 텃밭인 울산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서울(동작을)에 출마,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한나라당 총선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당내 신주류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내 양대 계파의 견제로 당초 목표했던 `대표의 꿈'을 성취하지 못함으로써 외양상으로는 보다 더 큰 꿈인 `대권'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좌절을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전환점으로 보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 대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친이(친이명박) 진영의 공성진, 친박(친박근혜)의 대표주자 허태열 후보를 누른 동시에 박희태 대표에 비해 불과 842표차로 2위에 오른 점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여론조사 결과 무려 46.78%를 얻으며 후보들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민심'을 확인한 점도 대권을 노리는 정 의원에게 힘이 되는 대목이다.

   당 대표는 아니지만 민심을 바탕으로 당 지도부의 일원이 돼 집권여당을 이끌어가는 역량을 쌓게 됐다는 점 역시 정 의원이 얻은 큰 소득이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정몽준=한나라 패밀리'라는 점을 당내에 각인시켰다. 그 스스로도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많은 분을 모르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당의 많은 위원장들, 단체장, 일반 대의원들과 대화의 기회를 가졌다"고 자평했다.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새내기 한나라당 의원의 섣부른 당 대표 도전'이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경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한 식구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큰 꿈'을 향해 보폭을 넓혀가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쏟아질 온갖 의구심에 대처할 내성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강부자', `재벌' 등 감당하기 버거운 지적을 미리 소화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정 의원이 이번 경선에서 `계파.계보 논쟁'의 선봉을 자처, 친이, 친박 진영과 날선 신경전을 벌인 만큼 앞으로 `당내 왕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날 대의원 투표에서 허태열 후보에게 뒤지고, 공성진, 김성조 의원과 비슷한 수준을 득표하는데 그친 점은 정 의원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작년 대선 경선 이후 지속돼온 계파간 갈등은 차츰 희석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은 긴 호흡으로 정치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친이 진영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계파는 앞으로 소멸되거나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시내 버스요금 70원'으로 대표되는 토론 과정에서의 실책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생활과 호흡하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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