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4일 박희태 대표가 취임일성으로 밝힌 '당권-대권 통합' 추진을 이명박계의 당권 완전장악 음모로 해석하며 강력 반발했다. 촛불 사태로 국민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또다시 심각한 내홍 국면에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이 의원은 이 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당권 대권 분리 당헌규정 개정이 제기 되고 있다. 대단히 부적절한 주제"라며 "대통령이 당의 공천권, 인사권, 운영권, 재정권을 다 장악했을 때 대통령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이 대통령의 당권 장악 시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안"이라며 "이 논쟁은 곧바로 대통령의 사당화, 제왕적 대통령제 부활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덧붙였다.
그는 박희태 대표가 노무현 정권 몰락 원인을 당권-대권 분리에서 찾은 데 대해서도 "실제로는 그 당시에 오히려 당정일치였다"며 "여당의원들은 거수기였고 대통령의 정치실험 도구에 불과했다. 그 결과 정권도 망했고 당도 망했다. 151석의 여당은 81석의 야당으로 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망한 정당의 전례를 따르자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가 없다"며 "당권 대권 분리가 원위치 되면 당은 행정부의 시녀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고로 당권 대권 분리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많은 당내 개혁인사들의 오랜 소신이자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온 사안"이라고 지적한 뒤, "화합이 중요할 때 공연한 문제야기로 분란을 야기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못한 오해만 유발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계 또다른 의원도 이 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희태 대표가 대표 되기 전 입장하고 지금 입장하고 태도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도 당정에 협조하기는 어렵다. 지금 누가 아쉬운 상황인지 명확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희태 체제 출범을 계기로 '이명박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이명박계 시도가 처음부터 박근혜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한나라당은 또다시 깊은 내홍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