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천 추천서’ 알고도 ‘사기 혐의’ 앞세웠다 | |
고제규 기자 | |
김옥희씨 ‘공천개입’ 증거에도 선거법 적용 ‘미적’
“관련자 조사 전에 김종원 어떻게 신병 확보” 한겨레 보도 뒤에야 대한노인회 조사도 의문
김옥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의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과 김아무개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7월23일께 검찰이 이미 대한노인회가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4명 추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검찰이 누구를 추천했는지 명단을 요청해 바로 다음날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등 대한노인회가 추천한 명단을 팩스로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김옥희씨를 체포한 지난달 30일 이전에 대한노인회가 추천서를 써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김 이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김옥희씨가 대한노인회의 추천을 받아 줬음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여러 차례 조사해 “김옥희씨가 ‘대통령이 대한노인회 몫으로 비례대표 한 자리를 준다고 했으니 대한노인회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진술 등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공천을 해줄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는 김옥희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기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김옥희씨가 대한노인회의 추천서를 받아줬다는 사실은 김씨가 공천을 위해 활동할 의사가 있었고, 실제 ‘공천 장사’를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공천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구속영장 청구 단계부터 공천을 바라며 30억3천만원이라는 거액을 건넨 김 이사장 등도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신병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야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공천 로비라는 두 가지 의혹을 동시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수사 초기부터 사기사건의 ‘피해자’로도 분류돼 압수수색이나 체포 등 강제수사를 당하지 않아 밖에서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꼴이 됐다. 실제 김옥희씨 등은 검찰 조사가 시작된 뒤 도망다니면서 김 이사장을 따로 만나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대한노인회가 김 이사장을 추천한 사실을 알고도 검찰이 그동안 안 회장 등 대한노인회 관계자들을 조사하지 않다가 <한겨레>의 안 회장 인터뷰 보도가 나간 뒤에야 부랴부랴 조사에 나선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인 김옥희씨 등이 도주해 신병 확보가 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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