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차기 서울시장, 물밑 탐색전 뜨겁네(뉴스메이커)

말글 2008. 8. 17. 13:54

차기 서울시장, 물밑 탐색전 뜨겁네

2008 08/19   뉴스메이커 788호

오세훈 “한 번 더 하고 싶다”… 자천타천 10여 명 거론

2006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명동에서 선거 유세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절반인 2년을 넘으면서 차기 서울시장이 정계에서 관심사로 떠올랐다. 1000만 명이 선택하는 ‘소통령’이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서서히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월 31일 월간중앙 정치포럼에서 “시장을 한 번 더 하고 싶다”며 재선 의지를 표명했다. 오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재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차기 서울시장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 시장인 오 시장이 엄연히 제1후보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공성진 의원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인 정두언 의원이 오 시장에 맞설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경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시장의 꿈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공성진·정두언 떠올라
여당 내에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공성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활약해 모두 48석 중 한나라당이 40석을 휩쓰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7월 지도부 경선에 나서 최고위원에 당선했다. 공 의원은 “현재로서는 차기 서울시장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책도 직책이지만 정식 출퇴근하는 나인투 파이브(nine to five) 근무를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오세훈, 공성진, 정두언.
공 의원은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의원은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6~7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반(反) 한나라당의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차기 서울시장 선거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공 의원은 덧붙였다. 공 의원은 “앞으로 2년 안에 경제를 회생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에 대해서 공 의원은 “오 시장이 나이가 젊기 때문에 업적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초대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 역시 차기 서울시장에 대해 일절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정 의원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목표를 잡아놓고 정치활동을 해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름이 되면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 대해 이상철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은 지금 시장으로서 직무에 충실할 뿐 당내 경선을 준비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당내에서 오 시장만큼 대중적이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타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오 시장 체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오 시장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일부의 시정 평가에 대해 권 의원은 “색깔은 있다”면서 “다만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하드 시티’로 토목·건설에 중점을 뒀다면 오 시장은 ‘소프트 시티’를 표방하며 디자인과 문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이 손꼽은 오 시장의 주요 시정은 디자인서울·한강 르네상스·도심활성화 프로젝트다. 권 의원은 “서울시장 초창기 때 주위에서 장기적인 일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오 시장은 선진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4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서울시를 10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상철 정무부시장은 “지금 서울시에서 펼치는 프로젝트가 4년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오 시장은 이왕 그림을 그린 것을 끝까지 완성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서울시장 재선에 강력한 뜻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부시장은 “오 시장이 어떤 자리에서는 3선이라도 될 수 있으면 밀고 나갈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에서는 당내에서 여러 정치인이 자천타천으로 차기 서울시장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모두 서울시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정치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한 번 출마한 바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외에 2006년 당내 경선에 출마한 이계안 전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사무총장 이미경 의원, 김성순 의원, 김한길 전 의원, 신계륜 전 의원 등도 시장 후보감으로 거명되고 있다.

이들 정치인은 ‘서울시장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뜻을 갖고 있으나 2년의 시기를 두고 보자’ ‘관심이 없다’는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정치인은 김성순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0여 년을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관선 송파구청장을 거쳐 민선 송파구청장까지 역임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이 이뤄지면서 그는 줄곧 서울시장을 꿈꿔왔다고 한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으로 그쳐야지 대권을 향한 디딤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서울시 행정과 송파구 행정, 국회의원으로 40여 년을 보낸 만큼 김 의원은 행정 능력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행정에 대해 현안을 꿰뚫을 정도로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을 모르면 시장이 행정에 빠져버린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오 시장 역시 행정에 빠져 ‘문화시장’이란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민석·강금실·이계안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김 의원은 당내의 공정한 경선을 언급했다. 구 민주계 출신인 자신이 당내 경선을 돌파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본선 경쟁력을 감안해야 하며 당내에서 정정당당히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계안, 신계륜, 강금실, 김민석.

이계안 전 의원 역시 차기 서울시장에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원은 7월 21일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의 2008~2009학년도 초빙연구원 자격으로 특강을 하다가 내년 여름에 귀국할 예정이다. 그가 떠나기에 앞서 홈페이지 ‘이계안의 희망만들기’에 남긴 글에는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정치인 이계안이 세계 최고의 교육도시라는 보스턴과 경제도시 뉴욕을 경험하며 공부한 지식이 지혜와 함께 소중히 쓰일 수 있기를 감히 바라봅니다”라고 썼다.

2006년 당내 경선에서 강금실 전 장관에게 패한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 불출마했다. 이 전 의원 측은 “원래 국회의원을 딱 4년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현대에서 성공한 CEO로 평가받는 그는 서울을 고품격 도시로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서울시장을 꿈꾼 두 정치인 외에 다른 정치인들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계륜 전 의원은 자신의 출마 의지보다 민주당의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누가 되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고건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고건 시장 이후 야당은 이명박·오세훈 시장에 밀려 패배했다. 신 전 의원은 “정무부시장 시절 서울시 공무원 중 보석같이 빛나는 인물을 많이 봤다”면서 “그 사람들을 잘 배치하기만 하면 서울시가 매우 발전할 것”이라며 서울시장에 대한 꿈을 은근히 표시했다. 신 전 의원은 오 시장과 각별한 사이다. 신 전 의원은 “오 시장이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후배로 여야 칭찬릴레이에서도 나를 추천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면서 오 시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4선 의원이자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경 의원도 당내에서 차기 시장감으로 거론된다. 서울지역에서 겨우 7석으로 명맥을 유지한 민주당의 서울의원으로서는 돋보이는 존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시했다. 이 의원 측은 “정치인이라면 뜻은 있겠지만 스스로 나서서 후보감으로 띄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김성순·김한길도 거명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한길 전 의원도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휴식기를 가지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지금 별다른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서울시장에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한길, 이미경, 김성순.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면 ‘정계은퇴’ 번복이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김 전 의원 측은 “정계 은퇴 발언은 그냥 순수한 발언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당시 누군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계 은퇴를 대선 패배의 역사적 책임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 측은 “2년의 시간이 남아 있고 특별한 의도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면서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한 번씩 출마한 강금실 전 장관과 김민석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중진 인사는 “강 전 장관은 거의 뜻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당에서 나를 차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출마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한나라당 뇌물사건 대책위원장’인 김 최고위원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공격을 퍼붓자, 차기 서울시장감인 홍 원내대표의 뜻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이런 일각의 해석을 김 최고위원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최고위원으로서 차기 서울시장감을 찾는 데 주력할 뜻을 비쳤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조건으로 능력과 인기를 꼽았다. 당내에서 인재를 구해야겠지만 당 밖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김 최고위원의 생각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이름을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당 밖의 인물을 몇 분 만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 밖의 인물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 신계륜 전 의원은 “이미 조순·고건 시장을 거쳐본 만큼 당 밖의 영입 인사들이 당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