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오세훈, 시장 재선을 위한 러브콜(한겨레신문)

말글 2008. 9. 15. 08:28

오세훈, 시장 재선을 위한 러브콜 [2008.09.19 제727호]
당내 기반 허약하고 경쟁자들 확 늘어… ‘생활 시정’으로 재선 찍고 대선?

 

» 오세훈 서울시장. 한겨레 김종수 기자
“다른 선진국 대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시 규제는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8월27일 서울 중구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연찬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계획에 대한 비판 같지만, 실제로는 앞자리를 가득 메운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던지는 ‘러브콜’이었다.

 

“여전히 색깔 약하다는 평”

오 시장은 그동안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거듭 “시장 재선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재선에 성공하면 재임 기간에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를 뒤집으면 ‘재선 찍고 대선으로’라는 공식이 나온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시장 재선을 위해서는 당 경선부터 다시 통과해야 한다. 당내 환경이 빡빡하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의원들 상당수가 지난 4·9 총선 이후 뉴타운 공약 문제로 서울시와 당선자들이 대립각을 세울 때 오 시장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타운 공약 문제로 기소된 의원들은 유력한 차기 주자인 정몽준 의원과 신지호·유정현 의원 등 모두 5명이다.

 

서울시장을 노리는 당내 경쟁자들이 확 늘어난 것도 부담스럽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 그리고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첫손 꼽히고, 서울 정무부시장 출신의 정두언 의원에 공성진 서울시당 위원장까지 거론된다. 나경원 의원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오 시장의 당내 기반은 소장파 중심의 새정치수요모임이었는데, 이 소장파들이 이번 국회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모두 탈락해 정치력의 한계를 보였다”며 “현재로선 오 시장의 당내 기반은 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다른 당직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방발전 대책을 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MB와의 대립을 통해 자신을 분명히 드러냈는데, 오세훈 시장은 여전히 색깔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 쪽에서도 ‘엄혹한’ 상황은 인정하고 있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당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열심히 만나면서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4·9 총선에서 탈락해 소외된 서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을 벌써 3번이나 만났을 정도로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강점, 언제든 마음 비운다

그러나 시장을 만드는 이들은 결국 시민들이다. 오 시장에겐 현역이라는 절대 유리한 고지가 있다. 오 시장의 전략은 시민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상반기 시정 코드가 ‘문화’였다면, 하반기는 ‘생활’로 잡았다. 시민들의 삶에서 느낄 만한 결과물이 없었다는 반성이다. 그 결과가 ‘3불 철폐’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쾌한 것을 없애겠다고 한다. 주로 먹을거리 부분과 어린이 안전, 그리고 치매노인 간병 문제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철원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상반기는 ‘창의시정’으로 서울의 먼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면 하반기는 ‘생활시정’으로 시민들의 삶에 좀더 다가가자는 것”이라며 “당장 눈에 띄는 결과물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모두의 삶을 바꿔가는 것이 오세훈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오세훈의 최대 강점이 ‘언제든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의 도전은 또 한 번 성공할까.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