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씨 뉴욕서 산조 선봬…장단 맞춘 우리 춤 곁들여
아시아 소사이어티 공연을 마치고 김명숙 교수, 황병기 감독, 박현숙 교수(뒷줄 왼쪽부터)가 늘휘무용단 단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국악 산조의 진수를 보여주러 왔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미국 뉴욕에 국악의 진면목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맨해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70분짜리 가야금 산조를 공연했다. 이 곡은 1998년 그가 완성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로 국내에선 여러 차례 연주했으나 미국에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연주에서 그는 감독 겸 고수(鼓手)로, 그의 수제자 박현숙 서원대 교수가 가야금 연주자로 나섰다. 특히 그의 산조 곡에 맞춰 김명숙 이화여대 교수의 늘휘무용단이 춘하추동 사계를 테마로 한 ‘소천(Taintless Spring)’ 공연을 함께 펼쳤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6·25 때 월북한 전설적 가야금 명인 정남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황 감독이 90년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 통일음악회에 남측 대표로 북한에 갔다가 구해온 정남희의 녹음 테이프에서 찾은 산조 가락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황 감독은 “68년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처음 미국 공연을 한 게 계기가 돼 다시 왔다”며 “이번엔 귀에 익은 곡을 추리지 않고 가야금 산조의 진수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WMI·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공연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400여 석의 객석은 꽉 찼으며 공연 뒤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인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미국 사업가 존 D 록펠러 3세가 낸 기금으로 56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황 감독은 19~20일 뉴욕시립대 대학원이 주최하는 제1회 뉴욕산조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이번 축제는 그의 뉴욕 방문에 맞춰 뉴욕시립대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준비한 행사로 황 감독이 로버트 프로바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선 한국 산조와 인도의 라가 알라파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가멜란 가락을 비교·분석하는 콘퍼런스로 열린다.
이어지는 콘서트 형식의 특강에는 가야금의 박교수와 박환영(대금)·이태백(아쟁)·허윤정(거문고)·김성아(해금)·김청만(고수) 등 국내 국악계 명인이 한국의 산조 가락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박 교수는 황병기류 산조에 이어 ‘김죽파류 산조’도 연주한다. 그는 애초 김죽파 명인을 30여 년 사사한 뒤 황 명인에게서 다시 10여 년 가야금을 배워 두 유파의 산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야금 연주자로 꼽힌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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