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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가락 미국 홀리다 [중앙일보]

말글 2009. 10. 20. 09:43

가야금 가락 미국 홀리다 [중앙일보]

황병기씨 뉴욕서 산조 선봬…장단 맞춘 우리 춤 곁들여

아시아 소사이어티 공연을 마치고 김명숙 교수, 황병기 감독, 박현숙 교수(뒷줄 왼쪽부터)가 늘휘무용단 단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악 산조의 진수를 보여주러 왔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미국 뉴욕에 국악의 진면목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맨해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70분짜리 가야금 산조를 공연했다. 이 곡은 1998년 그가 완성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로 국내에선 여러 차례 연주했으나 미국에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연주에서 그는 감독 겸 고수(鼓手)로, 그의 수제자 박현숙 서원대 교수가 가야금 연주자로 나섰다. 특히 그의 산조 곡에 맞춰 김명숙 이화여대 교수의 늘휘무용단이 춘하추동 사계를 테마로 한 ‘소천(Taintless Spring)’ 공연을 함께 펼쳤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6·25 때 월북한 전설적 가야금 명인 정남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황 감독이 90년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 통일음악회에 남측 대표로 북한에 갔다가 구해온 정남희의 녹음 테이프에서 찾은 산조 가락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황 감독은 “68년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처음 미국 공연을 한 게 계기가 돼 다시 왔다”며 “이번엔 귀에 익은 곡을 추리지 않고 가야금 산조의 진수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WMI·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공연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400여 석의 객석은 꽉 찼으며 공연 뒤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인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미국 사업가 존 D 록펠러 3세가 낸 기금으로 56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황 감독은 19~20일 뉴욕시립대 대학원이 주최하는 제1회 뉴욕산조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이번 축제는 그의 뉴욕 방문에 맞춰 뉴욕시립대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준비한 행사로 황 감독이 로버트 프로바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선 한국 산조와 인도의 라가 알라파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가멜란 가락을 비교·분석하는 콘퍼런스로 열린다.

이어지는 콘서트 형식의 특강에는 가야금의 박교수와 박환영(대금)·이태백(아쟁)·허윤정(거문고)·김성아(해금)·김청만(고수) 등 국내 국악계 명인이 한국의 산조 가락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박 교수는 황병기류 산조에 이어 ‘김죽파류 산조’도 연주한다. 그는 애초 김죽파 명인을 30여 년 사사한 뒤 황 명인에게서 다시 10여 년 가야금을 배워 두 유파의 산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야금 연주자로 꼽힌다.

뉴욕=정경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