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 얄미운 선거법 조항(조선일보)
입력 : 2009.12.17 03:14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인데 규제 조항 지나치게 적용
근무시간중인 지자체장 민간주최 행사도 못가
이종철 부산 남구청장은 지난 11일 SK측이 남구 우암2동 지역 어려운 주민들에게 연탄 1만장을 나눠주는 현장에 가 연탄 배달을 도와주고 SK에너지측에 감사 표시를 하려 했지만 '근무 시간 중에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이외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 때문에 포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조항 때문에 16일 오후 5시 45분 조선일보 주최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전 개막 테이프커팅식에 일부러 20분 지각해 오후 6시 5분에 도착했다.
지난 7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자랑스러운 시민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상을 나눠준 사람은 권영세 대구시 행정부시장이었다. 작년까지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직접 상을 줬으나 '선거일 1년 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상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올해는 시상자가 바뀌었다.
내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출마에 뜻을 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법으로 금지된 행위를 피해가며 행정을 펼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 운동에 해당하는 특정 행위를 단계별로 금지하고 있다.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기획 참여나, 정당·후보자 지지도 조사는 상시 금지사항이다. 선거일 1년 전부터는 지자체장 직무상 금품제공 행위가 금지되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지자체 사업계획·추진실적 등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 발행·배부·방송 ▲관광객 유치·투자 촉진 등 홍보를 위해 중앙 방송·신문 광고에 지자체장 이름 표기 ▲지자체장이 근무시간 중 공공기관 주최 행사 외 행사 참석 ▲지자체장의 주민자치센터 교양강좌 참석 등이 금지된다.
이렇다 보니 인천시는 최근 생활 형편이 좋지 않은 '홀로 사는 노인'들과 이들을 돕는 도우미들에게 '사랑의 안심폰'이란 휴대전화를 줘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해석을 듣고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선거법 조항이 다소 포괄적이라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는 "○○ 행사에 가도 되느냐", "○○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느냐"는 문의가 지자체들로부터 쏟아진다.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은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구청 주최 '실버남성 요리교실' 졸업생 20여명 및 손자·손녀들과 함께 컵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행사를 갖기 위해 미리 선관위에 해석을 의뢰했을 정도다. 선관위로부터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일부이므로 해도 괜찮다"는 통보를 듣고서야 오는 23일 장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각 구청이 매달 펴내는 소식지도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 12월 4일부터는 구청의 사업성과나 계획을 보도하면 현직 구청장 홍보로 간주되는 탓에 내년 6월까지 밋밋한 일반 정보로 채워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일선 지자체들은 "현행 선거법 조항에 지나친 규제가 많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행사를 여는 경우는 기부 행위 제한 규정에서 제외하고 ▲자치단체 조례에 의해 발행되는 도보, 시·군·구보(소식지)는 사업성과 등 보도 전면금지 시점을 선거일 180일 전에서 90일 전으로 완화하며 ▲업무추진비 집행금지 시점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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