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계수조정소위 구성 가장 늦어질듯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여야 신뢰와 정치의 실종 속에 새해 예산안을 다루는 연말국회가 다시 접점 없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1년전 해머가 동원된 '폭력국회'의 오명이 국민들의 뇌리에 선명한 마당에 올들어서도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 '정치의 실종'이 새해 예산안이 다뤄져야 할 연말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치의 양보없는 격돌에 몰두하면서 국회 파행은 파국의 양상으로 치닫고, 정국은 결국 깊은 경색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여야의 4대강 공방이 격화되면서 국회는 20일에도 예산안 비목과 액수를 심사해 정하는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계수조정소위가 뒤늦게 구성되더라도 역대 최악의 `지각 구성'이라는 불명예가 남게 됐다. 계수조정소위 제도가 지난 1964년 도입된 이래 12월15일을 넘겨 소위가 구성된 사례는 1967년, 1969년, 2003년 등 3차례 뿐이었고 모두 12월19일이었다.
여야의 초강경 대치로 예산안이 계수소위를 건너뛰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다면 이 또한 변칙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 계수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은 추곡수매 동의안,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경 대치했던 1993년 한 해 뿐이었다.
국회를 더욱 수치스럽게 할 준(準)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준예산이란 새로운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도 예산이 성립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한된 범위에서 편성하는 예산으로, 지금까지 현실화된 적이 없었다.
국회가 꼬여있는 정국을 풀지 못해 예산안 처리를 새해로 넘긴다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진다.
국회는 지난 9월부터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풀어낼 묘책을 찾지못한 채 국민 앞에 대화와 타협의 실종, 무능, 지도력 부재현상을 그대로 노출시켜왔다.
새해 예산안 심의는 질질 끌다가 정기국회 종료일을 이틀 앞둔 12월7일에서야 예결위를 정상 가동시켰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2일을 넘겼을 뿐더러 18년만에 가장 늦게 심사에 들어간 것. 법정시한 이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것은 1990년이 유일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치 공방으로 날을 새우면서 민생법안 처리는 미뤄졌고 새로운 국정개혁 과제로 제시된 헌법개정, 선거제 개편 등 정치제도의 개선 논의는 실종된 상태이며, 국회 폭력근절 및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도 말의 성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국회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난투극으로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안았다면 올해는 '무능.무책임' 국회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quintet@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2/20 15: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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