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성과와 과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지방자치학회 주최로 열린 '민선4기 지방자치의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0.1.22 seephoto@yna.co.kr |
참여 민주주의 토양 확대..자치의식 높아져
토착비리ㆍ부실재정ㆍ인물난.."풀어야 할 숙제"
※편집자주 = 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것은 1995년이다. 올해로 만 15년이 되었다. 민선 4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도 드러났다. 민선 5기 단체장을 뽑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4기에 걸친 지방자치의 명암을 8회로 나누어 짚어본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제정된 지방자치법을 시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최초의 지방의회(시.읍.면의회) 선거가 1952년 4월 실시된 이래 몇 차례 지방선거가 있었고, 1960년에는 모든 단체장의 민선이 이뤄졌으나 5.16 이후 지방의회는 해산되고 지방자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1991년 6월 지방의원 선거가 다시 실시됐고 1995년 6월에는 자치단체장의 직선이 이루어짐으로써 이때부터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다시 15년. '풀뿌리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지방자치제는 이제 제법 튼실히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라진 자치의식
초기 척박하기만 했던 참여 민주주의의 토양은 제법 기름진 옥토로 바뀌었고 자치의식은 모르는 사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공무원들의 시선이 민원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평일 일과 시간이 지나면 떼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민원서류를 1년 365일 24시간 발급해 주는 자치단체도 있다.
공장을 설립하려면 몇 달씩 걸려서 속을 태우던 기업인들은 '원스톱'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경직된 행정의 상징이던 '규제의 전봇대'가 뽑혔고 얼굴 한 번 보기 어렵던 단체장과의 거리는 몰라보게 가까워졌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지방의 도농복합도시가 자치단체장의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주민들은 자치단체의 행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힘을 모아 단체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등 적극적인 참여 민주주의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과거 관료주의 사고로는 더는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자치의식이 확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갈 길 먼 지방자치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걷어내야 할 어두운 그늘이 여전히 많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자못 심각하다.
민선 4기에만 기초단체장 234명 중 18%인 4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 이들 가운데 37명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자리를 내놓았다.
경북 청도에서는 2005년부터 4년 사이 네 번의 단체장 선거를 치렀다. 이 중 세 차례는 선출된 단체장들이 비리 등에 연루돼 물러난 데 따른 것으로, 두 번은 재선거였고 한 번은 보궐선거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양산시장이 선거 빚 60억원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에서 그가 저지른 매관매직과 이권개입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흔들리는 지방재정도 문제다.
선거를 의식한 축제와 행사가 남발되고 실속 없는 랜드마크형 대형 건설사업으로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
주민들은 이름도 생소한 축제한 행사가 1년에도 몇 번씩 개최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어리둥절하다.
주변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는 공사가 시작되면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재정자립도가 50% 수준을 겨우 넘어 중앙 재정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호화 청사를 짓는 일이 잦다.
지방 재정으로는 성사시키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를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들고 나오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지만, 단체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기 '권력 재창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폭설이 쏟아졌는데도 외유 길에 오르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초청받아 간 외국에서 추태를 부려 국위를 떨어뜨리는 지방의원들의 행태가 심심찮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선거철만 되면 줄 서기를 하는 공무원, 견제기능을 상실한 일부 지방의회도 지방자치가 바르게 열매를 맺으려면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15년을 꼭 채운 지방자치가 이제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를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jeansap@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jeansap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16 07:30 송고
행안부 `지방선거 특별감찰단' 발족
(서울=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선거개입 차단과 토착비리 척결을 위해 상시적인 감찰활동을 벌일 `특별 감찰단' 발족식을 가졌다. 2010.2.8 moonsk@yna.co.kr |
"관행 들어 뒷돈 노골적 요구..죄의식도 없어"
매관매직ㆍ이권개입ㆍ논공행상..형태도 다양
(전국종합=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1월20일 충남지방경찰청 브리핑실. 이날 충남경찰 광역수사대는 `큰 사건'을 하나 터뜨렸다. 당시까지 경찰에 적발된 토착비리 중에서 단일 사안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토착비리 사건을 적발해 공개한 것.
경찰은 이날 전국 일선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구매를 담당하던 공무원을 83명이나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농기계 제조업체들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적용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탈리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의 외국여행경비와 술접대를 받았다.
문제는 이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관행이라는 구실을 대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왜 범죄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도리어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양철민 충남경찰 광역수사대장은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했고, 일부 공무원은 향응 제공이 관행이라며 아무런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각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비리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어서 심각성은 더하다.
◇"토착비리 한계 넘는 수준" = 6.2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는 우리나라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15년째 되는 해이다. 하지만, 토착비리가 극성을 부리면서 지방자치를 뒤흔들고 있다.
고질적인 토착비리 탓에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착비리가 도를 넘고 있다. 매관매직, 인사비리, 이권개입, 인허가비리, 논공행상 등과 같이 그 비리의 행태도 다양하다.
오죽하면 박영렬 수원지검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토착비리가 용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이다.
이런 사실은 잊을 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각종 비리사건과 여러 통계자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27일까지 공직 및 권력·토착비리 특별단속을 벌였다. 이를 통해 무려 1천648명을 적발해 85명을 구속하고 1천56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06년 출범한 민선 4기의 기초단체장 234명 가운데 18%인 4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 그 주요 원인은 대부분 돈 선거로 얼룩진 공직선거법 위반과 학연과 지연, 혈연 등으로 엮인 토착비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선거부정은 토착비리를 낳는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의 자살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은 돈 선거가 부른 극단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그는 선거를 치르면서 빌린 돈을 갚으려고 당선 이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개발정보를 흘려주고 뇌물을 받았으며, 그럼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선거 빚을 감당하지 못해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작년말 충남 홍성군청에서는 전체 670명의 공무원 중에서 무려 112명이 사무용품을 사들인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7억여 원의 예산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하 오산시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모 건설사 대표의 증언은 토착비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보여준다.
그는 분양가 승인을 차일피일 미뤄 오산시에서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아주 노골적으로 달랍디다. 40년 동안 아파트사업을 해 왔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라며 치를 떨었다.
◇연고주의가 원인..감사 인프라 구축·처벌 강화해야 =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토착비리 근절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지역 토호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작년 말 법무부 새해 업무 보고 자리에서도 토착비리를 엄단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2012년까지 5대 고검과 주요 검찰청에 전담 수사팀을 만들어 토착비리 색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지만, 사정 당국이 아무리 칼을 빼들고 날을 세운다고 해도 검은 고리의 사슬이 끊어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후약방문에 그칠 뿐 비리의 뿌리는 뽑지 못할 것이라는 것. 이런 사실은 지방 공무원 사회 스스로 인정할 정도이다.
지난해 말 인사비리 문제로 감사를 받던 인사담당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던 경기 용인시 관계자는 "(인사비리) 사건의 전모는 끝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토착비리는 인사비리에서 시작되는데, 얽히고설킨 뿌리는 쉽게 뽑히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를 토착비리가 만연하는 주요 이유로 꼽았다.
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업자와 인허가권을 쥔 관료 간의 절대적 관계와 풍토가 존재하는 한 토착비리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원대 행정학과 장노순 교수는 "행정 관료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로비를 펼치는 지역 토착세력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공무원의 청렴 의식만으로 뇌물 비리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금품과 향응을 이용해 청탁하면 망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토착비리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려면 감사 인프라를 구축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청장은 "자율에 맡기기에는 이미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라면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별도의 특별기구를 만들어 감사하고 비위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만 비리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sh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16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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