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9 01:34 입력 / 2010.02.19 09:20 수정
서울 동대문구 환경자원센터
매일 새벽 용두동 환경자원센터로 실려온 음식물쓰레기는 ‘혐기성소화조’로 모인다. 이 안에서 한 달간 숙성을 거친 쓰레기는 바이오에너지가 된다. [강정현 기자] | |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공원. 동대문구청 건너편, 아파트에 둘러싸인 공원은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공원 밑에는 도심 내에 설치된 최초의 종합폐기물처리센터인 ‘환경자원센터’가 있다. 지상 2층, 지하 3층 규모의 센터(연면적 1만5041㎡)는 음식물쓰레기 98t을 비롯해 생활쓰레기 등 하루에 408t을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시범 가동에 들어간 센터는 이날 일반에게 공개됐다. 방태원 구청장 권한대행은 “주민과 행정기관의 끊임없는 대화로 님비현상을 극복한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동대문구에서는 하루 음식물쓰레기 98t과 생활쓰레기 150t이 발생한다. 동대문구에 5곳의 낡은 처리장이 있지만 악취와 오수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쓰레기를 다른 자치단체로 옮겨 처리하는 것은 해당 자치단체의 반발로 쉽지 않다. 동대문구는 구 한가운데 최첨단 음식물처리시설을 지어 학생들에게 체험관으로 개방하는 등 명소로 만들겠다는 역발상을 했다. 2004년 8월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렸다. 용두동 주민들은 ‘쓰레기처리장 건설 반대운동본부’를 구성해 조직적인 반대에 나섰다. 정재석 반대운동본부장은 “악취가 나는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반길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주민들은 ‘왜 하필 우리 집 앞이냐’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구청 앞에서는 100차례가 넘는 시위가 열렸다. 주민들은 출근길의 구청장 차에 분뇨를 퍼붓기도 했다.
26개 단체가 120여 차례에 걸쳐 탄원서를 구청에 냈다. 하지만 구청도 물러서지 않았다. 구청 측은 “우리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우리 집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구청 직원들은 수십 차례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을 40여 차례 만났다. 복지센터 건립과 주민들로 구성된 감시단 활동을 구청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구청과 주민들은 타협점을 찾았다. 마침내 2006년 11월 공사가 시작됐다. 정재석 반대운동본부장은 “구청의 끊임없는 설득에 주민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용두공원 환경자원센터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냄새를 모아 태우는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센터 밖으로 악취가 새 나가도 화학약품을 사용해 다시 한번 중화한다. 환경자원센터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매일 2만1000㎾의 전력을 생산한다. 4인 가족 기준 2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동대문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절감과 전력 생산으로 연간 27억여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환경자원센터는 동대문구의 명소가 됐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의 55개 자치단체·기관의 담당 공무원과 환경 관련 종사자 등 1000여 명이 다녀갔다. 방태원 구청장 권한대행은 “5월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시민과 학생에게도 개방해 자원 재활용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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