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7억 써야 낙점" '공천 경쟁'이 '錢의 전쟁'(조선)
입력 : 2010.04.19 03:02 / 수정 : 2010.04.19 09:47
[4년마다 반복 '지방선거 공천 잡음'] [상] 구린내 나는 '돈' 공천
공천임박… '돈다발' 루머 난무 "광역의원은 3억써야" 얘기도
공천권한 막강한 국회의원엔 후보들이 후원금 꽉꽉 넣어
합법가장한 사실상 공천헌금… 지방선거되면 한도액도 늘려
배달사고·폭로있어야 드러나… '돈거래' 경찰적발보다 많아
지난달 29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는 익산시의회 김모 의원(민주당)이 시장에 출마하려 했던 안모 부시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5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김 의원)
"그럼 난 못하겠다. 딴 사람 알아봐라."(안 부시장)
이에 대해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 내 일부 계파에선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 최측근들이 시장 및 시의원 입후보자에게 '공천장사'를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김 의원이 한 지방의원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공천 헌금으로 7000만~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최근 김 의원을 포함한 5명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16일엔 이기수 경기도 >여주군수가 이범관 한나라당 국회의원(경기도 여주·이천)에게 '공천 헌금' 2억원을 건네려다 의원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6락"
6·2지방선거를 40여일 남기고 각 당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서 '돈 공천' 등 공천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7억원을 내면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고, 6억원이면 못 받는다는 뜻의 '7당(當)6락(落)'이란 말도 나돈다"고 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5억원'보다 1억~2억원 많아진 것이다. 광역지방의원 공천은 3억원 정도라 한다.
지난 4일 의정부지검은 유명 여성 연예인 전모씨를 통해 공천받게 해주겠다며 경기도 나양주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오모(57)씨로부터 청탁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모(5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달 31일 중앙선관위는 인천지역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2월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로부터 공천 헌금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는 다른 기초의원 후보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이 사람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돈을 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천이 임박해지면서 각 지역에서는 '돈다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구 서울시 공천심사위원장의 지역구인 강남구에서는 시의원 예비후보자가 공천 헌금을 준비해 후원회사무실에 줬다가 되돌려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종구 의원 후원회측은 이 사실을 부인하며 "이 의원이 공심위원장이 된 후 후원회 계좌를 아예 막아버렸다"고 했다.
서울의 한 현직 구청장은 "구청장 예비후보들이 당에 대한 공헌도를 과시하려고 '당비를 대신 내주며 지인들을 책임당원(당비 내는 당원)으로 입당시키고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책임당원)이 많아야 당내 경선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모집 공로도 인정받아 공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공천을 둘러싼 돈거래는 워낙 은밀히 이뤄져, '배달사고'나 '경쟁 후보의 폭로'가 없는 한 좀처럼 적발하기 어렵다. 때문에 실제 이뤄지는 '돈 공천'은 선관위나 경찰이 적발한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정설이다.
◆지방선거 하는데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는 왜 늘리나
국회의원들에게 돈이 몰리는 것은 이들이 자치단체장·지방의원 공천을 결정하는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공천을 최종 결정하는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은 형식적 절차일 뿐,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원금 창구는 바빠진다. '합법적 공천헌금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제13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간 모금·기부 한도액의 2배를 모금 또는 기부할 수 있다. 1억5000만원인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들조차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출마하지도 않는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를 2배로 늘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선거를 앞두고 공천 권한이 막강한 국회의원 계좌는 예비후보들 돈으로 꽉꽉 찬다"며 "후원금은 합법을 가장한 공천헌금"이라 실토했다.
◆"전략 공천은 '쩐의 전쟁'"
전략공천이나 인재영입 역시 '쩐(錢)의 전쟁'이란 비판이 많다. 현재 각 정당 홈페이지에는 "○○는 공천헌금 2억원을 주고 후보 등록도 안했으면서 공천을 받고, ○○는 부패한 공천위원장에게 돈 안 내 공천 못 받았다" "솔직히 ○○보다 더 구린 짓을 실컷 하고도 돈이 많아 전략공천으로 내려온 사람도 있던데" "인재 영입한다는데 과연 인재영입인지, 아니면 '쩐의 전쟁'인지 알 수가 없네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전략 공천은 낙하산 공천이고, 낙하산 공천은 돈 공천"이린 비판이 나오고 있다.
[4년마다 반복 '지방선거 공천 잡음'] [하] 정당의 ‘밀실 공천’(조선)
입력 : 2010.04.20 02:44
총선 대비 지역구에 '내 사람 심기'
정당 공천제 영향 '절대적', "후보는 당기여도 따라" 소문… 국회의원, 편법지원 흔한 일
선거인단 구성은 요식행위… 탈락자, 공천불복 잇단 반발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이미경 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는 구청장 경선에 출마했던 김성호 후보 지지자 30여명이 집회를 열고 "경선 무효"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외쳤다.
은평구는 민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도입한 '시민공천 배심원 경선' 지역 중 하나다. 공천심사위원회 심사로 선정된 전문 배심원단과 후보들이 한자리에서 토론회 등을 한 뒤 배심원단 투표(50%)와 전 당원 여론조사(50%) 결과를 합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달 초 경선에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 김우영씨가 후보로 결정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성호 후보측은 "시민배심원단 중 일부 타 지역인들은 중앙당에 의해 동원되는 등 중앙당 입김이 들어갔고, 여론조사 결과도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는 한나라당 최찬기 동래구청장, 이성식 북구청장, 조정화 사하구청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도대체 구청장으로서의 결격 사유가 무엇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설명도 없이 지역 국회의원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낙하산 공천'과 '밀실 공천'이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맘대로 밀실공천
6·2 지방선거에 출마할 각 당 후보가 속속 확정되면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나 기자회견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는 김석훈 한나라당 시장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공천 거부한다"며 "후보 선정을 위한 선거인단 구성은 당협위원장들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민주적 절차를 가장한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국회의원이나 당협(지역)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공천 반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후보 공천에 국회의원이나 당협(지역)위원장 의견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천을 앞두고 현직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주민에게 배포해야 할 의정보고서를 들고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다니는 일은 흔한 풍경이 됐다. 서울의 한 한나라당 구청장의 경우 임기 중 실적이나 능력이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단지 지역 국회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공천에서 떨어졌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총선 대비 '내 사람' 심기 경쟁
국회의원 등의 지방선거 공천 관여는 올해 더 심해졌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다. 2년 뒤 총선(總選)을 앞두고 지자체에 '내 사람'을 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현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편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 국회의원 의정보고회에 구청장이나 지방의원이 참석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예산을 받아와 이런저런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축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이라 했다.
한 현직 서울 지역 구청장은 "구청장은 지역 주민과 스킨십이 많고 기본조직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이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해주면 효과가 확실하다"며 "공천심사위원회 면접 때 '다음 총선 때 확실히 돕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면접 잘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구청장이나 시장 3선(選)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국회의원이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에 당선되더라도 3선 연임 제한 규정으로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임 중 국회의원 선거를 열심히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당 공천제 폐지돼야"
밀실 공천으로 인한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다. 최근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한 추재엽 서울 양천구청장은 "지역구민들이 원하는 것과 국회의원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정당 소속 구청장은 정치생명을 위해 국회의원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7월 정치·사회 원로 55명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사회원로 선언'을 했다. 작년 3월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이 정당 공천제 폐지를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작년 말 "정당 공천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고, 정당 공천이 없으면 지자체장 등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어진다"며 제도를 존속시키기로 결정했다.
이관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정당이 자치단체장을 하향식(下向式) 공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 했다.
'국회★정당★민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 `금강산 초강수'..남북갈등 고조(연합) (0) | 2010.04.24 |
---|---|
위성사진에 잡힌 북한군의 비밀 [중앙일보] (0) | 2010.04.23 |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 파국 위기(연합) (0) | 2010.04.08 |
홍준표,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면제 추진(연합) (0) | 2010.04.06 |
친박신당, 지방선거 영향 미미할 듯(연합) (0) | 2010.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