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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에 잡힌 북한군의 비밀 [중앙일보]

말글 2010. 4. 23. 07:17

위성사진에 잡힌 북한군의 비밀 [중앙일보]

2010.04.23 03:01 입력 / 2010.04.23 04:00 수정

백령도 인근엔 잠수정 수십 척 숨긴 지하요새 … 휴전선·평양· 영변엔 대공포 그물망

지난달 24~27일 군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잠수함 두 척. 천안함 침몰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들 잠수함이 발진한 곳은 백령도 남쪽 북한 사곶 해군기지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 14일 “북한 잠수함 두 척의 행방을 놓친 건 당일 구름이 짙게 끼어 첩보위성이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구글 어스가 포착한 북한 해군기지를 살펴보면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북한 기지는 지하 요새화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지하에 숨겨둔 소형 잠수정의 움직임을 첩보위성만으로 100% 추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는 본지가 미국의 북한 연구가 커티스 멜빈의 도움을 받아 구글 어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결과다. 멜빈은 2007년부터 구글 어스를 활용해 북한 주요 시설을 공개해왔다.

백령도 인근엔 네 곳의 북한 해군기지가 있다. 북쪽으론 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가 있는 남포 앞바다의 비파곶과 초도 기지가 있고, 남쪽으론 북한 해군 8전대의 모항인 사곶과 해주 기지가 포진해 있다. 위성에 포착된 비파곶 기지엔 소형 어뢰정에서 중형 경비함은 물론 로미오급(1800t)과 상어급(300t) 잠수함 등 9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방 한계선에 가까운 사곶 기지는 북쪽 기지에 비해 훨씬 더 지하화돼 있다.

①초도 기지 백령도에서 북쪽으로 약 68㎞ 떨어진 초도 기지. 백령도 인근 네 곳의 북한 해군기지 중 가장 많은 함정이 정박하고 있다. 역시 해안 쪽엔 지하 출입구로 추정되는 시설이 보인다.
②해주 기지 남한과 가장 가까운 북한 해군기지. 그러나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중대형 잠수함과 함정의 정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에도 소형 함정만 보인다.
특히 비파곶과 사곶 기지는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출입구는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 있다. 지하시설의 규모는 출입구 간 거리로 대략 가늠해볼 수 있다. 구글 어스에 내장된 거리측정 기능을 이용해 재본 결과 출입구 간 직선거리는 비파곶이 592m, 사곶이 272m였다. 축구장 몇 배 크기의 요새가 지하에 구축돼 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 정도 규모라면 소형 잠수정은 수십 척도 숨겨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사곶 기지 4 지난달 24~27일 남한 정보당국의 감시망에서 사라진 잠수함 두 척이 발진한 사곶 기지. 북한 서해함대 8전대의 모항으로 잠수함·함정 지하 은닉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은 네 곳으로 분산된 기지 중 하나다. 양쪽으로 지하 출입구가 나 있다(붉은색 원 안). 이기지엔 아예 외부 방파제가 없다. 모든 잠수정과 함정이 지하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하 요새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전시엔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한 한·미 연합군의 공습으로부터 잠수함과 함정을 보호할 수 있다. 평상시엔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뚫고 은밀한 작전을 펼치는 데 필수적이다. 야간이나 구름 낀 날은 아무리 정밀한 첩보위성이라도 지하에서 잠행해 나오는 소형 잠수정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추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미 정보당국이 첩보위성을 통해 북한 군사시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보당국이 모를 리 없다. 덩치 큰 중대형 잠수함이나 함정은 감시를 피하기 어렵다고 해도 소형 잠수정과 어뢰정은 지하 요새에 숨겨두고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멜빈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군사시설은 육·해·공 가릴 것 없이 이처럼 지하 요새화돼 있다. 사곶 기지와 가까운 황해남도 태탄 비행장 인근엔 산속에 전투기 10여 대가 은닉된 모습도 포착됐다. 멜빈은 “북한은 제공권에서 한·미 연합군에 밀리는 데 대처하기 위해 주요 시설을 지하화하고 대공포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멜빈이 공개한 자료에는 북한 대공포 진지의 위치도 표시돼 있다. 휴전선과 평양·개성·신의주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핵시설이 모여 있는 영변에도 대공포대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