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에서 뇌물로'…할 말 잃은 서울중앙지검(노컷뉴스)

'무혐의에서 뇌물로'…할 말 잃은 서울중앙지검(노컷뉴스)

'그랜저 검사' 사전구속영장 청구…봐주기 수사 논란 확산

 

2010-12-03 15:24 CBS사회부 조근호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처분했던 이른바 '그랜저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검사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강찬우 특임검사팀은 그랜저 검사로 지목된 정모 전 부장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강 특임검사팀은 이날 정 전 부장이 지난해 1월과 그 시기를 전후해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받은 그랜저 승용차와 수표·현금 1000여만원을 "뇌물로 본다"고 못 박았다.

강 특임검사팀은 이어 "'돈을 줄테니 청탁을 들어 달라'는 식으로 말하고 돈을 주지는 않는다"며 "'잘 쓰라'는 의례적인 표현을 쓰지만 우리는 대가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강 특임검사의 이같은 설명은 당초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의 결론과는 180도 다른 것이어서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가피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4월 정 전 부장이 알선수뢰 등의 혐의로 고발되자 1년 3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 7월 무혐의처분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가관계가 없었다"고 특임검사팀과는 정반대로 해명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또 "차량대금은 차용관계였다"고 무혐의처분의 근거를 내세웠지만 특임검사팀은 알선수뢰 혐의로 고발된 사실을 알고 정 전 부장이 뒤늦게 돈을 돌려준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특임검사팀은 그러면서 "정 전 부장이 나중에 돌려준 것과는 관계없이 이미 차량과 돈을 받은 시점에 뇌물을 받은 혐의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의 결론이 뒤집히면서 지휘책임이 있는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도 면목이 없게 됐다. 노 지검장은 지난 국정감사 때 "관련자와 본인 조사 결과 차용이라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 지검장은 이와 함께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많이 검토하고 해서 내린 결론"이라며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옹호했었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정 전 부장도 "수사결과를 수긍하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부실수사 논란도 입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장이 받은 것으로 드러난 1000여만원은 특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특임검사팀은 정 전 부장이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던 시기를 전후해 여러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았기 때문에 "차량을 받은 것이 아니라 차량 대금을 빌린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특임검사팀은 아울러 지난달 17일 팀을 구성하자 마자 정 전 부장에게 돈과 차량을 준 김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전 수사팀이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봐주기 수사에 부실수사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 최정예라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다시 한 번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