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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와 친박계 간 계파 갈등 양상마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 내부가 안팎으로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 내부를 비판하면서 법안 처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친이계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새해 들어 직접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당내 주류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안 처리 후에는 강경론을 주도했던 친이계가 당 내부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법안 처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친박계의 경우에는 당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필두로 친박계가 당내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당내 비판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국포럼 출신 친이 직계의 한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의 법안 중 어디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냐"며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침묵만 지키다가 갑자기 당 내부를 흔드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말은 이 시점에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의도와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언급은 법안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처리 과정을 지적한 것이고, "다수 여당으로서 통 큰 정치를 보여주자"는 뜻일 뿐이라며 조기 진화에 부산한 모습이다.
한때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시작점으로 친박계가 의원총회 등에서 당내 강경파와 설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해명성 발언 외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강행 처리가 불가능한 것이 확인된 마당에 국민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 큰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전반적인 이야기 맥락"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허 최고위원은 또 "법안이 내용의 그렇다는 게 아니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지가 한 달이 채 안 된다"며 "충분한 논의도 못한 상황에서 직권상정해서 처리하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법안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신적인 실망이나 고통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선교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지금 법안 처리과정에 문제점을 확실하게 말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법안 처리과정에서 여당의 무기력함이라든지 야당의 폭력적인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양비론인 시각으로 접근한 뒤 앞으로는 대화로 풀어가야 된다는 대안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당 차원에서도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말은 한나라당이 처리하려고 하고 있는 법안들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 법안임에도 처리 절차를 둘러싸고 불법 폭력과 파행으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어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이 가시화되면서 계파간 갈등이 현실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이나 청와대 요직을 맡아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 전 최고위원과 불편한 관계인 친박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친이계는 당내 주류 세력이긴 하지만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이 전 최고위원이 계파를 다시 장악한다면 친박계와의 긴장이 증폭될 수 밖에 없고,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직접 친박계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MBN '정운갑의 Q&A'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진영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개인적 성향을 보더라도, 그 분을 추종하는 분들을 보더라도 뭔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뭔가 발언을 하고 파장을 일으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김성현기자 seankim@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