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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거덜난 성남시’ 호화청사 지으려 판교사업비 5700억 전용(경향)

말글 2009. 12. 18. 10:14

‘살림 거덜난 성남시’ 호화청사 지으려 판교사업비 5700억 전용(경향)

ㆍ복지·공공 신규사업 올스톱 위기
ㆍ“부도날 판” 결국 혈세로 메워야


경기 성남시가 3222억원의 호화 신청사를 짓기 위해 내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고, 판교신도시 사업비까지 수천억원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6000억원 이상 줄어들어 주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공공 신규사업이 줄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시의회는 “성남시가 방만한 예산 운용을 해 부도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협의회는 2010년 성남시 예산 편성을 위해 판교특별회계 운영 현황 등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성남시가 이날 시의회에 제출한 2010년 예산안은 1조7577억여원이다. 올해 예산 2조3895억여원보다 6318억원(26.4%)이 감소했다. 지자체가 이처럼 전년도에 비해 예산을 대규모로 줄이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

성남시는 당초 지난달 2일 2조730억여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그러나 두차례 수정을 거쳐 3153억원이 줄어든 1조7577억여원의 수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내년도 신규사업(4518억원)의 경우 3984억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사업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공공 분야다. 탄천변 체육공원 조성(1242억6300만원)·모란민속장 명품화 용역비(11억4570만원)·국민체육센터건립(162억5690만원)·남한산성 순환도로 확장공사(203억2300만원)·공영주차장 건립(517억6200만원) 등이다.

민주당협의회는 성남시가 신청사 완공 등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무리하게 내년도 예산까지 미리 끌어다 쓴 결과라고 비난했다. 성남시는 최근 1900억원 규모의 제3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내년도에 집행키로 예정됐던 1400억원의 예산까지 포함시킨 바 있다.

민주당협의회는 또 성남시가 6년간 판교신도시 개발사업을 위해 세운 ‘판교특별회계’에서도 5725억원을 빼내 일반회계로 전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예산은 시청사 신축공사가 시작된 2007~2009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시청사가 준공된 올해에는 2900억원을 끌어다 썼다. 이 돈은 고스란히 성남시민 세금(일반회계)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사실상의 ‘빚’이다. 현재 판교신도시는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경기도가 공동 개발사업자다. 따라서 성남시가 전용한 예산은 개발 완료 후 정산할 때 모두 반환해야 한다.

민주당 최만식 시의원(예산결산위원회 소속)은 “성남시가 무리하게 호화 신청사를 짓기 위해 예산을 마구 끌어 쓰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용한 돈이 모두 시청사 신축공사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판교신도시 사업 완료 후 정산 때 실제 반환해야 할 돈은 1800억원 정도인데 충분히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해명했다.

<성남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