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인사 쿠테타’…‘친정 강화’가 되레 레임덕 자초(경향)
입력 : 2011-01-10 19:52:23ㅣ수정 : 2011-01-10 19:52:24
ㆍ무리한 ‘정동기 인선’ 결국 좌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7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와 정례회동을 하면서 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MB 인사’가 파국에 직면했다. 갖은 무리를 뚫고 강행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이 결국 좌초되면서다. 특히 여당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 계기란 점이 심각하다. 가히 여당의 ‘1·10 인사 쿠데타’라 할 정도다. 그만큼 여론의 반발이 크고, ‘MB 인사’의 문제점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징표다.
당연 인사실패 책임론도 거론된다. 레임덕(권력누수)을 방지하려는 이 대통령의 ‘친위’ 인사가 레임덕을 자초하고 가속하는 역설이다. 민심이나 현실과는 유리된 ‘그들만의 국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통령이 지명한 감사원장 후보자를 거부한 것은 의외의 사태다. 더구나 국회 인사청문회도 전에 ‘사퇴’를 요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근인은 매번 되풀이되는 인사 파동, 즉 한나라당으로선 ‘재앙’에 가까운 이 대통령의 인사 행태에 있다. 2008년 조각부터 인사청문회마다 낙마하는 후보자가 두세 명씩 생기는 등 매번 인사는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때마다 피해는 그간 재·보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고스란히 여당인 한나라당에 전가됐다.
근본적으로 문제는 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파동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이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측근·참모들의 기용이란 점과, “위법·범법은 없다”는 청와대의 검증 잣대와 달리 ‘국민 정서법’에 걸려 낙마한 때문이다. 친이직계 한 의원은 “대통령의 뜻이 담긴 인사인데 검증이란 건 그걸 합리화하는 수단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9일까지만 해도 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민정 파트는 청문회 통과를 위한 논리·대책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더라.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한다”(여당 관계자)는 것이 청와대 기류였다. 민심과 동떨어진 이 대통령의 인사 기준·철학과 그에 대해 참모들이 직언에 나서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 점에서 한나라당의 공개 반기는 앞서 천성관 검찰총장,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경우 물밑에서 ‘경고’음을 전하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 인사 행태에 대한 사실상의 ‘레드 카드’로 평가된다. 여기엔 최근 이동관·박형준 전 청와대 수석의 대통령 특보 복귀, 이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김상기 육군 참모총장 기용 등 외려 민심과 동떨어진 친위 인사가 강화되는 흐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전례 없는 폭풍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장 당의 사퇴 요구에 청와대가 공개 반발하는 등 인사파동의 책임을 놓고 당·청 간 갈등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이번 정동기 후보자 인사는 ‘경동고 마피아’들이 주도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당과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는 등 레임덕 가속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아예 사퇴 요구와 관련, “레임덕을 의식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원희룡 사무총장)고 못박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로선 ‘사퇴 요구’ 결론까지 7명의 여당 최고위원 중 단 한명도 반대가 없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고립무원의 상황인 것이다.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가선 안되고, 또 끌려가지 않겠다는 합의가 여당 내 존재하게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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