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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싫다, 박근혜 빼고” 충청 표심 들어보니…(동아)

말글 2012. 1. 30. 23:27

[선택2012 4월총선 민심 현장을 가다] “한나라 싫다, 박근혜 빼고” 충청 표심 들어보니…

 

기사입력 2012-01-30 03:00:00기사수정 2012-01-30 19:32:07

 

출렁이는 충청… 거리에서 표심 직접 들어보니


4·11총선을 73일 앞둔 29일 주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충청권의 민심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차갑게 식어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야당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소속 의원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는 자유선진당에 대해서는 “뭐 하는 정당이냐”는 분위기여서 총선 이후 명맥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세종시 원안을 지켜낸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세종시 탄생의 주역인 야권에 대한 평가는 상승 탄력을 받고 있었다. 민주통합당과 노무현재단이 29일 세종시에서 국가균형발전 토크 콘서트를 연 것도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는 뜻)의 성격이 짙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반응과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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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싫지만 박근혜는 좋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된 이후 충청권 민심은 현 정부에 사실상 등을 돌렸다. 여기에 정권 실세였던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측근 비리가 불거진 탓에 유권자들의 입에서는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대전 재래시장 상인 최모 씨(62)는 “서민들은 다 굶어죽게 생겼는데 실세들이 자기 배만 불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며 “한나라당은 철저히 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만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김호연 도당위원장(충남 천안을),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 정우택 전 충북지사(충북 청주 상당), 심규철 전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 정도가 선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충청도민의 호감도는 높은 편이었다. 충남 연기군에서 택시를 모는 김모 씨(59)는 “세종시 원안 관철은 박 위원장의 작품”이라며 “충청도민이 신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 중앙시장의 순대 노점상 최모 씨(60)는 “박 위원장이 유세할 때 악수 한 번만 하면 꽤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지사직을 던진 이완구 전 충남지사(한나라당 소속)도 신의를 지켰다는 평가가 높아 향후 정치 일정에서 그의 존재감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 총선 민심 야권 후보로 흐르나

선진당 소속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과 김창수 의원(대전 대덕)이 지난해 12월 민주당행을 선언하면서 진보정당으로 민심 쏠림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27일 보도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한 달 새 진보정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지지율이 20.2%에서 31.4%로 수직상승했다. 선진당이 소수 정당으로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 간의 갈등, 쇄신과 비전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이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회사원 박모 씨(54)는 “고령인 이회창 씨는 이제 은퇴해야 하고 심대평 씨도 실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민주통합당 역시 구태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전에서 만난 대학생 성모 씨(25)는 “젊은층의 야권에 대한 지지는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의 반작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행정학과 정연정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호남 정당을 벗어나기 위해 세력과 구조 개편을 꾀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지지세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다만 총선 전까지 민주통합당이 미래를 책임지는 정당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였다. 대전의 대학생 신모 씨(21)는 “안 교수는 기업 경험도 있어 경제를 살리면서 정치도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기군 조치원읍에 사는 주부 남모 씨(57)는 “정계에 쓴소리를 하는 ‘코치’로 남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에 대해 대전의 한 회사원(35)은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에 신뢰가 간다”고 했고, 충남 부여군의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박모 씨(42)는 “문 이사장은 충청권에 낯선 인물이 아니냐”고 했다.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