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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린 혐의(뇌물공여)로 경찰이 서울시의회 김귀환(59) 신임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한 가운데 13일 오후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김귀환 신임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연합뉴스 김현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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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0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의회 돈봉투 살포 파문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오는 21일 구속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만 징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당초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마지못해 징계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일부 현역 국회의원 연루설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성격의 후원금을 받은 것"이라며 중앙당 차원으로 사건이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지도 않은 채, 김 의장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사건을 시의원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실세 의원까지 연루된 대형 부정부패 스캔들이라고 규정, 김 의장만 징계키로 한 결정에 대해 "사실상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21일 김귀환 의장 징계키로
장광근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1일 오후 3시 시당 윤리위원회를 열 것"이라며 김 의장에 대한 징계 처리 방침을 밝혔다. 김 의장은 '당원권 정지'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김 의장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시의원 30명은 징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 위원장은 "시의원들의 경우 각자 말하는 주장(소명)이 있다, 그 사람들도 어차피 기소가 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자동 당원권 정지가 된다"며 징계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금품 수수설이 나돈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후원금을 받은 것"이라며 더는 문제 삼지 않을 기세다. 고위당직자인 H의원과 '친이' 핵심 K의원 등이 총선 전후 김 의장에게서 500만 원씩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안경률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체 조사를 해봤는데, (금품 수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식 후원금은 받을 수 있다"며 "(그 외에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점검을 해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품 수수설 국회의원들은 자체조사 해보니 하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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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에 대한 징계 처리 방침을 밝혔지만 김 의장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시의원 30명은 징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좌)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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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나라당은 금품수수 의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적법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진상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당과 시당이 서로 "상대가 조사했다"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 조사결과는 있는데 조사 주체는 없는 것이다.
안 사무총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연루설로) 문제됐던 국회의원들에 대해 조사기구를 만들기는 그렇고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니까 의원들은 별 하자가 없는 걸로 밝혀졌다"며 "전부 (후원) 계좌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금된 걸로 확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사무총장 지휘 하에 중앙당에서 조사를 했느냐'는 물음에 "(주된) 사안이 시의원 문제이니 사무총장이 (주도해 조사)하기에는… (부적절하다)"이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시당에서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했느냐'는 질문에도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나름대로 (내부) 점검도 해보고 서울시당위원장도 (소문을) 알고 있고 당 윤리위도 있으니…"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서울 시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니 조사도 시당에서 하지 않았겠느냐"며 "중앙당의 조사 여부나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당은 중앙당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장광근 시당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은 시당에서 조사할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며 "중앙당의 조사 여부나 조사 과정은 나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후원금의 성격에 대한 문제제기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형식상 합법적인 후원금이라 하더라도 청탁이나 이에 따른 대가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야당들 일제 반발 "후원금 대가성 따져야" "도마뱀 꼬리만 자르나?"
야당은 이번 사건을 시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실세까지 연루된 대형 부패스캔들로 규정하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야당은 김 의장 개인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에 대해서도, '깃털징계',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비판했다. 또 야당들은 한나라당 중앙당 차원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뇌물사건 대책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정황이 명백해 징계한다면서 출당도 제명도 아닌 당원권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그것도 김귀환 의장 한사람에 대해서만 '깃털징계'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나라당이 뇌물 준 사람은 기소도 되기 전에 징계하면서 받은 사람들은 징계하지 않는다는 모순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법적으로도 뇌물수수죄의 경우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금품 수수설과 관련해서도 "후원금을 받았더라도 대가성 여부가 문제"라며 "어떤 시기에 어떤 관계에서 전달됐느냐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사자에게 적당히 물어봐서 후원금으로 처리했다는 답변만 받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윤리위를 열어 해당 국회의원을 공개하고 정식으로 대가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실세 국회의원 5~6명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도되는데도 김 의장만 솜방망이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한나라당의 안일한 현실인식과 대처방안에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대충 덮고 가려 한다면 더 큰 저항과 부작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부대변인도 "한나라당이 부패척결의 의지보다는 사태 무마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도마뱀 꼬리만 자른다고 해서 썩을 대로 썩은 부패가 숨겨지진 않는다"고 비난했다.
강 부대변인은 이어 "김 의장의 징계로 모든 것을 무마하려는 한나라당의 작태가 부패를 더욱 키운다"면서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고 연루된 시의원과 국회의원은 전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