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4분의 1 가량이 이민을 떠나거나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원하며 나라가 침략을 받아도 싸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는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5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년전보다 살기 좋아졌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56%에 불과했다. 이는 10년 전 실시한 동일한 여론조사때의 58.6%보다 낮아진 수치다. 응답자들은 10년 전보다 살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비정규직 증가와 물가 급등 등을 꼽았다.
애국심의 척도인 '나라가 침략을 받으면 나가 싸우겠다'는 응답은 1992년 조사때 82.2%였던 것이 2001년 75.0%로 낮아진 데 이어 이번엔 69.9%로 더 낮아졌다.
반면에 '싸울 뜻이 없다'는 응답은 6.7%(1992년), 21.0%(2001년)을 거쳐 이번에는 24.9%로 조사됐다. 4명중 1명은 우리나라가 외침을 받더라도 싸울 뜻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 이민을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응답도 1994년 조사때 13.5%에서 이번엔 23.3%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30대의 경우는 36.2%, 40대는 35.1%나 돼 충격을 안겨줬다. 30~40대가 이민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낙후한 교육 문제 때문으로 조사됐다.
'다시 태어나도 다시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은 59.5%에 그쳐, 10명중 채 6명도 안됐다. 27.6%는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절반 가까운 48.5%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해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응답은 38.0%에 그쳤다. 80~90년대 양성 평등 교육의 세례를 받고 자란 이른바 '알파걸'로 불리는 이들 20대 여성들이 한국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진출시 여전히 직면하는 남녀 차별과 결혼시 시댁에 대한 부담감 때문 등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의 경우 한국사회에서의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해 53.5%가 부정적 입장을 밝혀, 20대 남성의 36.1%보다 크게 높았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남성의 47.7%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여성의 부정적 평가(42.7%)보다 높아, 사회가 젊은 세대에 대해 절망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양극화 심화, 후진적 교육, 사회적 차별 등으로 우리 사회가 내심 얼마나 심각한 '골병'에 들어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여서, 사회 지도층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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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4명중 1명이 한국을 영원히 떠나고 싶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