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아래에서 빈곤에 허덕이던 중국이 시장경제 하의 부국으로 변모하는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중국 당국은 개혁개방 노선을 결정한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가 개최된 지 30주년이 되는 오는 18일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세계사와 중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인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식을 나흘 앞두고 중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발전과 그 의미, 향후 과제 등에 관한 특집을 마련해 중국 최현대사의 일부분을 조명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중국 경제특구 1번지 선전(深천<土+川>)의 유리 제조공장에서 영업 매니저로 일하는 웡춘셴(翁純賢·44)은 돈벌이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나온 농민공 1세대이다.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에서 고교를 졸업한 원춘셴이 선전의 서커우(蛇口) 공업단지내에 있는 홍콩 기업 카이다(凱達)에서 여공(打工女)으로 취업한 것은 개혁개방 노선이 결정된 지 4년만인 1982년 18살 때 였다.
'외지에서 온 여동생(外來妹)'으로 불리는 여공 생활을 한 지 26년이 지난 웡춘셴은 일은 힘들었고 갖은 역경을 거쳤지만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26년 전 초임 월급은 80위안으로 부모의 월급을 합친 것과 같아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여공 생활 5년만에 같은 고향 출신의 농민공 우겅펑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웡춘셴은 결혼 당시 남편과 함께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미 작지만 꿈에 그리던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64㎡의 작은 공간에는 NEC의 TV, 마쓰시타 냉장고, 세탁기도 갖춰졌다.
1990년 아들을 낳은 웡춘셴은 얼마후 난보 유리공장으로 옮겨 최근 영업부장으로 승진한 후 해외여행도 하고 쇼핑에도 별로 궁색하지 않을 만큼 생활이 넉넉한 편이다. 저임금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돼준 2억명 농민공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의 하나인 셈이다.
'중국의 기적'으로 불리는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농촌에서 별 볼 일 없이 평범한 아낙네로 가난에 찌들었을 웡춘셴의 인생이 개혁개방 덕분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기간 배급경제 아래 수천만명이 굶어 죽었을 정도로 가난했던 중국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웡춘셴이 즐기는 생활은 기적이란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위대한 중화 부흥의 선언을 가능케 한 개혁개방은 이같이 중국 정치, 경제 사회에 전대미문의 변화를 몰고 오면서 국가와 인민에게 부와 풍요를 제공했다. 이는 통계상으로 명확히 나타난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379위안(1만1천300원)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총생산(GDP)는 2007년 2천달러를 1만8천665위안으로 약 30년만에 47배 증가했다.
1978년 당시 대외무역액이 206억4천만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은 2007년 2조1천738억달러로 105배 늘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고,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로 세계 최고이다.
중국 정부와 개인은 이렇게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미국의 2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지분 9.9%를 확보할 정도로 해외자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빅 3' 자동차 제조업체 구매에 눈독을 들일 정도가 됐다.
부자가 된 개인들도 이재를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의 지난 7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금다발로 무장한 중국 부유층이 미국서 경제위기로 인해 양산되는 저당 잡힌 부동산 사냥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들은 고급 SUV 차량인 허머와 링컨 내비게이터 등을 타고 각지를 돌며 급매물로 나온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급속한 경제 성장에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 앞으로의 질적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암 마을, 에이즈 마을, 주요 하천과 호수의 심각한 오염은 중국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톈진(天津)시 인근 항구 도시인 류콰이장(六塊裝)은 일명 '암 마을'이라고 불린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촌락이었던 이곳에 100여개의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암에 걸려 숨지는 일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최근 베이지 TV에선 암 마을 소재로 한 연속극 션후시(沈呼吸)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또 허난(河南)성 상차이(上蔡)현 난다우 마을은 3천500여명의 주민중 300명이 에이즈로 사망했고 600여명이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 빈곤하기 짝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매혈을 했고 위생당국이 불량 주사기를 소독하지 않은 채 대량으로 피를 뽑는 과정에서 HIV에 집단으로 감염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2005년 이 마을을 들러 치료를 다짐했고 이해 여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도 이곳을 방문, 관심을 표명했다.
또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격차, 지역간 격차, 계층간 격차는 사회문제화되고 있고, 국제 금융위기 영향으로 불기 시작한 기업 도산과 감원 한파는 또다른 사회불안정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선전에 인접한 둥관(東莞) 동기차역에서 정저우(鄭州)행 1540호 기차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떠난 왕펀(王芬)과 같은 여공들의 조기 귀향 행렬은 광둥선 기차역과 버스역에선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농민공의 조기 귀향 행렬은 이미 수백만명을 넘어 자치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왕펀은 돈을 벌어 잘 살겠다는 '희망의 열차'를 타고 둥관에 왔다가 취업한 지 얼마 안돼 다니던 완구공장이 폐업하자 '절망의 기차'로 갈아타고 춘제(春節·설)도 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웡춘셴이 여공의 성공적인 케이스라면 왕펀의 경우는 농민공들의 좌절을 대변하면서 중국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시름을 가늠케 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30년의 성과 덕분에 100년 된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위대한 중화 부흥의 서곡을 울리는데 성공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 위해선 앞에 놓인 도전과 시련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연 앞으로 중국이 숱한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어떤 인물을 탄생시킬지에 궁금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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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14 11:30 송고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에 있어 올해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30주년이 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지만 샴페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초부터 남부지방을 강타한 폭설과 수해 등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더니 급기야 5월 12일에는 원촨(汶川) 대지진으로 8만7천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재앙이 대륙을 뒤집어 놓았다. 베이징올림픽으로 축제분위기를 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불안이 국제 금융위기로 이어지더니 4.4분기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침체가 중국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을 이끈 동부연안의 공업도시에서 공장의 불이 꺼지고 조업중단과 단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의 귀향행렬이 때 이른 춘제(설날)를 연상시키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8-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내년 경제운용의 방향을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로 잡았다.
구체적인 시행목표는 국무원의 공작보고를 거쳐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전모가 드러나겠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눈부신 성장으로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 대놓고 훈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왔지만 지금의 경제형세는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에 가까워 내년 경기대응 여부에 따라 중국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전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암흑에 빠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며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개혁개방 30년 '파티는 나중에'
1978년 개혁개방 선언 이후 중국 경제는 지난해까지 30년간 획기적인 성장을 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9.8%에 달했고 지난 5년간은 두자릿수로 고속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은 비관적이다. 지난 1.4분기 10.6% 성장을 했지만 2.4분기에는 10.1%로, 3.4분기에는 9%로 둔화됐고 4.4분기 전망은 5%대까지 추락했다.
내년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올해는 9% 전후에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로 전이되는 내년에는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8% 성장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고용불안 등으로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수출은 98억달러에서 1조2천178억달러로 123배가 늘었지만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수출은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중국의 성장가도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내년 경제운용전략을 내수확대로 돌렸다. 글로벌 침체로 인한 외부수요 감소로 내수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정부는 내수확대를 위해 농촌, 농민, 농업에서 새로운 소비시장을 발굴하고 있다. 농지사용권과 부속 가옥을 일반 상품과 다름없이 매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기업자본이 농촌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개혁개방의 진원지였던 안휘(安徽)성 펑양(風陽)현의 샤오강(小崗)촌을 찾아 다시 한번 토지개혁의 시발을 알린 것은 인상적이다. 샤오강촌은 일정 생산량을 국가에 상납한 뒤 나머지는 개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농업생산 청부제가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다.
중국 정부는 또 이달부터 가전제품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확대하고 지역별로는 일정금액을 한도내 쓸 수 있도록 소비쿠폰을 발급하는 등 소비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수확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수출의 공백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출이 급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환율 절상에 제동을 걸고 수출증치세 환급률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파고에 직면
중국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이 2.4%에 그쳐 7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07년 1월 이래 2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 상승에 그치면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가운데 3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파고가 중국을 덥치고 있다. 성장둔화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세계의 성장엔진인 중국을 나락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중국의 주식시장이 올 들어 60% 추락했고 부동산시장 한파는 이제 시작이다. 소비자들이 불황에 대한 공포로 지갑을 닫으면 가격하락에도 불구,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하락 추세로 PPI는 12월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CPI는 빠르면 내년 1월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중국이 본격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흔들림없이 경제만 생각하라"
덩샤오핑이 최소한 100년간은 딴 생각 말고 경제에만 주력하라고 질타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중국 남부 선전(深<土+川>) 시내를 관통하는 선난다다오(深南大道)변에 위치한 대형 입간판에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초상화와 함께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 노선)은 100년동안 흔들림없이 지켜야 한다'는 그의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어록도 함께 새겨져 있다.
중국은 내년 성장목표 8%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 화해(和諧)사회 건설도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는 지금까지의 과열성장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안정을 흔드는 빈부격차를 줄이는 인간중심의 성장을 꿈꾸었지만 자본주의 실험 30년만에 만나는 초유의 위기국면에서 더이상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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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14 11:30 송고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 "한반도 반만년 역사에서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는 것은 최근 몇십년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가 중국을 앞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몇년 지나면 한국 아가씨들이 중국으로 넘어와 중국 남자들 안마해주고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와 주홍콩 총영사를 역임한 조환복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사석에서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한중관계가 서서히 역전되고 있으며 역전된 한중관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장 먼저 유흥업계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사무총장은 "과거 우리 나라는 강대국 중국에 여자들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지만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반대로 중국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을 모셔왔다"면서 "우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경제를 되살려 놓지 못한다면 과거의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려했던 상황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훨씬 앞당겨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중국을 점령했던 한국인들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주거비와 교육비, 외식비, 교통비 등이 배 가까이 오르면서 더 이상 중국에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촌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의 천일부동산에 근무하는 조선족 동포 김모 부장은 "지난 10월 초 사업가들로부터 시작된 한국 귀국 행렬에 유학생, 장사꾼, 주재원들이 차례로 동참하고 있으며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왕징을 떠나는 한국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왕징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절반 정도가 최근 귀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징 지역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베이징시 동북부 지역에 개발된 대규모 고급 주거지역으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 10만명의 60-70%가 거주하고 있는 한국촌이다.
왕징에 형성된 한국촌이 와해 직전인 것은 물론 한국인 유학생 사회도 흔들리고 있다.
돈이 궁해진 한국 유학생들이 교내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등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여학생들은 아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흥업소로 진출하고 있다.
베이징대학에 유학중인 김모양은 "불과 몇달 전만 해도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으로 택시도 타고 다니고 외식도 즐겼으며 값싼 중국 물건을 마음대로 쇼핑했으나 지금은 너무 비싸게 느껴져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으며 외식이나 쇼핑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한국으로 진출하는 중국인들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안용훈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제주도 관광이나 명품 쇼핑,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장은 "중국에서 40만원 정도 줘야 살 수 있는 명품 구두가 한국에 가면 20만원이면 살 수 있다"면서 "최근 중국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한국 백화점으로 몰려가 싹쓸이 쇼핑을 하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이란 나라가 이처럼 괄목상대할 정도로 우뚝서게 된 것은 바로 개혁개방 30년이 이룩한 성과다. 30년 전인 지난 197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3.0%에 불과했다. 기술 수준의 경우 선진국과는 40년, 우리나라와는 20년이라는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3.0%에서 2007년 7.0%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4위, 무역 규모는 세계 3위로 급성장했으며 세계 경제성장에 미치는 공헌도는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은 이미 강대국으로 부상했으며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적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미국 일변도의 외교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중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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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14 11: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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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1980년 특구 지정 당시 3만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지난해말 1천400만명으로 467배 증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980년 762위안에 머물렀으나 2007년 말에는 무려 47배인 3만5천712위안으로 늘어났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시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수치다.
30년 전 인구 3만의 보잘것없는 어촌이었던 선전은 이제 상주인구만 1천만명이 넘는 초현대식 도시이자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중국'을 창조한 개혁개방의 중심에는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있었으며, 그가 채택한 전략은 바로 경제특구였다.
덩샤오핑은 1980년 8월 제 5기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상임위 15차회의에서 '광둥성 경제특별구역 조례'를 통해 선전과 주하이(珠海)를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광둥성 산터우(汕頭)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등 2개 지역이 경제특구로 추가지정되고, 섬 전체를 특구로 조성한 하이난(海南)성이 1988년 4월 막차로 합류함으로써 중국의 5대 특구조성계획이 일단락됐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30년 동안 경제정책의 실패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던 중국은 이후 이들 5대 특구의 눈부신 활약을 바탕으로 연평균 10%에 달하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 5대 특구의 발전상…"천지개벽 선전" = 선전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왕복 14차선의 선난다다오(深南大道)변에는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바로 '덩치만 큰 후진국' 중국을 30년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강대국'으로 변화시킨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얼굴이 새겨진 초상화다.
이 입간판에는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 노선)은 100년동안 흔들림없이 지켜야 한다'는 그 유명한 덩샤오핑의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어록도 함께 새겨져 있다.
선전시내 곳곳에서 덩샤오핑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선난다다오와 덩샤오핑의 동산이 세워진 렌화산(蓮花山) 공원, 그리고 덩샤오핑이 '남순강화' 발언을 한 국제무역센터 리볼빙 레스토랑의 덩궁팅(鄧公廳) 등이 바로 그곳이다.
1980년 선전을 경제특구 1호로 지정한 덩샤오핑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여파로 개혁개방 노선이 흔들리자 1992년 1월20일 선전을 찾았다.
여든 여덟의 노구를 이끌고 선전을 시찰한 덩샤오핑은 세계무역센터 49층의 리볼빙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는 동남쪽에 방향의 홍콩땅을 바라보며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눈에 봄이 가득하다(東方風來滿眼春)"라는 당나라 시인 잠삼(岑參)의 시구를 읊었다.
그런 다음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뿐이다. 이런 기본노선은 100년동안 흔들림없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것이 중국이 정치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개혁개방 노선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게 한 금과옥조, 즉 '남순강화'다.
'동쪽에서 바람이 불고 봄이 올 것'이라는 덩샤오핑의 예언은 적중했다. 선전시의 인구는 1980년 특구지정 당시 3만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말에는 인구가 1천400만명으로 467배 증가했다.
1인당 GDP는 1980년 762위안에 머물렀으나 2007년 말에는 무려 47배인 3만5천712위안으로 늘어났다.
특히 선전시의 전체 GDP도 특구지정 당시에는 1억760만위안에 불과했으나 2007년말에는 6천765억위안으로, 무려 3천848배나 급증했다. 선전은 지난해에는 중국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1인당 GDP가 1만628달러로 1만달러를 넘었다.
선전이 이처럼 짧은 시간내에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홍콩이라는 거대한 배후도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전은 국제금융과 자본, 무역 및 물류 중심지인 홍콩을 활용해 짧은 시간내에 엄청난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은 이미 세계 최대의 공업지역으로 성장했다. 선전에만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00여개가 투자하고 있다. 선전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하이, 산터우, 샤먼, 하이난 등 다른 특구들도 선전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다.
마카오를 배후도시로 삼아 경제특구로 조성된 주하이는 선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늦었다. 마카오 도박산업을 제외하고는 다른 산업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하이는 선전, 둥관(東莞), 광저우(廣州), 중산(中山), 후이저우(惠州) 등 주장 삼각주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인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을 염두에 두고 특구로 지정된 산터우와 샤먼도 대만 자본이 주장삼각주나 상하이 지역으로 몰리면서 발전이 정체돼 있는 상태다.
'천애(天涯, 톈야)의 땅', 즉 '하늘의 끝,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 곳인 하이난성은 중국 최남부에 위치한 섬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특구지정 20년만인 지난해에는 1천845만명의 관광객이 하이난을 찾았다. 그 중 75만명이 외국인이었다.
◇ 금융위기, 글로벌 경기침체로 휘청거리는 특구 = '세계의 공장'이자 중국 전체 수출액의 28%를 점하고 있는 광둥성의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 여파로 중국의 개혁개방 30년만에 가장 낮은 1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쓰나미가 광둥성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둥성 경제의 중심축인 선전을 비롯해 주하이, 산터우 등 광둥성 3개 특구는 물론 인접한 하이난과 샤먼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광둥성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3.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광둥성의 경제성장률은 14.5%에 달했다.
광둥성의 지난 9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에 비해 10.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기업인협회는 지난 1년새 주장삼각주 지역에 진출한 홍콩 회사 3천여개가 문을 닫았으며 향후 몇달내에 수천개의 업체들이 도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0월말과 11월초 사이에 열린 중국 최대의 무역전시회인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캔톤페어·廣州交易會)이 흥행에 실패한 것만 봐도 광둥성의 경제침체 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제 104회 캔톤페어에는 전 세계 212개국에서 17만4천562명의 바이어들이 찾아 총 315억달러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같은 거래 규모는 지난 봄에 열린 제 103회 캔톤페어 때에 비해 17.5% 감소한 수치이며, 바이어수도 9% 가량 줄어든 것이다.
◇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하는 5대특구 =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기도 한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는 연초 "선전은 지금까지 개혁개방의 선구자로서 중국 경제의 양적 팽창을 주도했다"면서 "이제는 국가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또다시 견인차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내지 않으면 선전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 중국 중앙정부와 광둥성 정부는 광둥-홍콩-마카오를 하나로 잇는 경제통합 방안을 제시한 바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만일 3개 지역이 경제적으로 통합할 경우 2007년말 기준으로 경제규모가 7천억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의 경제권이 출범하게 된다.
우선 광저우(廣州)-선전-홍콩을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도'가 내년 착공돼 2014년 완공된다.
또 홍콩과 주하이, 마카오를 Y자 형태로 연결하는 29.6㎞의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도 내년에 착공된다. 강주아오대교는 당초 2010년 공사에 들어가 2016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착공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빠르면 2015년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마카오, 광둥성 정부가 강주아오대교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상태에 빠져있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해저터널 구간 6.7㎞를 포함해 홍콩 란타우섬 산섹완(산<石+散>石灣)과 주하이 공베이(拱北)지역, 마카오의 아 페롤라(明珠台) 지역을 Y자 형태로 연결하는 29.6㎞의 강주아오대교가 완공되면 홍콩-마카오-주하이간 이동거리는 기존 1시간에서 15∼20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주장삼각주 핵심지역을 연결하는 이 해상대교가 완공될 경우 홍콩과 마카오, 광둥성간 경제통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2020년까지 선전과 홍콩을 경제적으로 통합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두 도시는 실제로 2011년까지 선전 바오안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을 17분만에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있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의 자본력과 금융시스템, 선전의 제조업 및 서비스 기반이 합쳐질 경우 선전은 아시아의 중심지로서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주하이는 마카오의 도박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배후도시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천애의 섬'인 하이난은 관광으로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중국은 한 해에 1억3710만명의 외국관광객을 맞이해 '세계 1위'의 관광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중국의 관광대국화 프로젝트의 중심에 하이난다오가 있다. 올 4월 중국 국무원은 하이난다오가 제출한 '국제관광 섬' 건설 신청을 비준했다.
하이난은 면적 3만4300㎢로 대만에 비해 약간 작다. 면적 1천848㎢의 제주도에 비해 약 20배 가까이 넓다. 하이난성은 '국제관광섬' 프로젝트를 토대로 앞으로 2013년까지 150만 명, 2020년 5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난은 우주산업과 첨단산업도 미래의 성장동력을 설정해 놓고 있다.
중국이 네번째 위성발사센터가 될 하이난성 원창(文昌)위성발사센터 건설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조만간 건설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창 위성발사센터는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와 마찬가지로 위성발사 장면이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어서 하이난다오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중국해로부터 불과 8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게 될 원창위성발사센터에는 지휘센터와 로켓발사대, 로켓조립공장, 우주테마공원은 물론 30만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위성발사 관람석도 들어선다.
산터우와 샤먼도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안관계가 밀월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대만과의 경제교류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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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14 11:30 송고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은 한반도 문제, 즉 북한과의 관계를 함께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그 결과물이 특수관계인 북한에 미친 영향과 북한이 앞으로 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를 향해 닫힌 빗장을 풀 수 있을까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난 30년간을 돌이켜보면 분명 중국의 개혁개방은 북한으로서는 큰 자극이었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당분간은 체제 유지에 주력하면서 전면적인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고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의 시계가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북한에 미친 영향 =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북한과 사상 논쟁을 촉발하는 등의 마찰이 없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큰 자극을 줌으로써 조심스러운 개방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창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장경제가 존재하며 생산력 발전을 위해 시장경제를 적극 받아들일 수 있다'는 중국의 실용주의를 수정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공산국가의 변절로까지 받아들였다.
중국 지도부가 1980년 말부터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에 개혁개방 노선을 받아들이라고 권했지만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독자노선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해갔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발언과 실제로 취해진 정책 등에서 북한 역시 중국식 시장경제에 대한 큰 호기심을 갖고 일정 부분 수용을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
1979년 1월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우리나라의 대외관계가 매우 넓어지고 경제의 규모가 비할 바 없이 커진 오늘의 현실은 대외무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1984년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합영법' 제정, 중국의 선전(深천<土+川>) 경제특구를 모델로 한 1991년 12월의 라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 창설, 1998년 금강산 관광 시작, 2002년 신의주 특구 선포, 개성공단 착공과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 2007년 10월 남북 정상의 해주특구 합의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수용해왔다.
개혁개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구를 방문, 이른바 '천지개벽'이라는 언급을 통해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점진적인 개혁개방은 대부분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성의 구상에서 출발한 라선 경제자유무역지대는 중국의 선전과 같은 연해특구 전략을 본뜬 것이이었고 후속 개혁조치로 1996년에 실시된 외화바꾼돈표 유통 폐지와 환율 현실화 등도 중국에서 대부분 먼저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조치들은 개혁개방이 체제를 위협할 것이란 북한 지도부의 인식으로 인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데다 일정한 지향점이 없는 일시적 방편 즉 과도기적 조치란 점에서 중국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 북한의 개혁 개방 전망 =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이 중국을 모델로 삼아 더욱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10월에만 해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등 북핵 협상에 진전을 보이면서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통해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남북관계가 유례없는 단절 국면으로 접어든데다 최근 끝난 6자회담도 검증의정서 마련에 실패하는 등의 상황은 오히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북한이 빗장을 더욱 세게 걸어잠그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북간 통행을 이달 들어 차단하고 개성공단의 비상주인력을 철수시키는 등 남북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은 데다 6자회담도 북한의 거부로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면서 남북관계 경색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을 잠근 채 체제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의 집권 기간에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학술회의에서 정권의 취약함과 위기감을 느끼는 북한이 체제 방어 정책 때문에 핵포기, 인권개선, 개혁개방 등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기 어렵고, 북한은 핵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독재 세습체제를 유지하면서 주체사상이란 경직된 정치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이 중국과 같은 전면적인 개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환경적 배경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결렬에도 과거보다 북미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뤘고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도래하면 궁극적으로는 개혁개방 추세로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ANU)의 리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는 김정일 통치 이후의 북한에 대해 "김정일과 같은 세대의 군부나 노동당 간부들이 장악하게 된다면 경제침체가 계속되겠지만 후계자가 김정일의 아들 등 젊은 세대에서 나온다면 북한이 시장경제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혁개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북한 안팎에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설이 다시 대두되는데다 북한이 베트남과 경제교류를 강화하고 대북 지원과 투자에 적극적인 유럽과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개방 가능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관건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상국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세계무대로 나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북한이 시기의 문제는 있겠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북한의 대외 개방폭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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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14 11:30 송고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이 지난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선 지 30년이 흘렀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개혁개방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다음은 개혁개방 30년의 주요 일지다.
▲1978.12 =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 덩샤오핑(鄧小平) 4개 현대화 노선 및 개혁개방 방침 발표.
▲1979.4 = 경제특구 설치 방침 마련.
▲1980.8 = 제5기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15차회의. 국무원이 제출한 '광둥성 경제특구조례' 통과. 광둥(廣東)성 선전(深<土+川), 주하이(珠海) 경제특구 지정 산터우(汕頭)및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은 10월, 하이난(海南省)은 1988년 4월 지정.
▲1982.9 = 제12차 전국대표대회(12전대). 주보론(主補論) 체제를 공식 이론으로 천명.
▲1982.11 = 제5기 전인대 5차 회의에서 제6차 5개년계획(6.5계획, 81-85년) 확정, 중공업보다 경공업 발전과 대외무역 확대 및 기술개발 중점 천명.
▲1984.4 = 연해개방도시 시책.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동남부 14개 연안도시 개방.
▲1984.10 = 제12기 3중전회. '경제체제의 개혁에 관한 당중앙의 결정' 발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자본주의 경영방식 도입.(85.1 시행)
▲1985.1 = 연해경제개방구 확대, 창장(長江) 삼각주, 주장(珠江) 삼각주 및 샤먼 일대를 잇는 삼각지대 개방.
▲1987.10 = 제13전대에서 제기된 가격개혁 실시로 기록적 물가상승 기록, 치리정돈(治理整頓) 정책 실시 결정.
▲1989.6 = 톈안먼(天案門) 사태로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 실각, 보수파 지도부 장악, 장쩌민(江澤民) 총서기 취임.
▲1989.12 = 치리정돈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증대로 긴축정책 부분적 완화.
▲1991.1= 제8차 5개년 계획(8.5계획, 91-95년) 착수, 국민경제.사회발전 10개년계획(91-2000년) 발표
▲1992.2 = 덩샤오핑, 남순강화(南巡講話) 통해 개혁개방 가속화 역설, 개혁개방 정책 및 경제특구 정책 비판론자 간접 비난.
▲1992.10 = 14전대 헌법 개정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방침 결정.
▲1993.2 = 공산당 중앙위원회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행 관련 헌법 개정안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출.(3월 헌법개정안 채택)
▲1996.1 = 제9차 5개년 계획(9.5계획, 1996-2000년) 착수.
▲1997.2 = 덩샤오핑 사망으로 장쩌민 주석 시대 본격 전개.
▲1999 3 = 제9기 전인대 2차회의, 사유제 격상 등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 통과.
▲2002.11 = 16전대. 장쩌민이 제창한 3개 대표론 당장 삽입으로 자본가들의 공산당 입당 허용.
▲2004 3 = 제10기 전인대 2차 전체회의. 사유재산권 보호조항 헌법 삽입.
▲2005.6 = 상하이 푸둥(浦東)신구 개혁시험구 지정.
▲2006.4 = 톈진(天津) 빈하이(濱海)신구 개혁시험구 지정.
▲2007.3 = 제10기 전인대 5차 전체회의. 물권법 통과, 사유재산을 국유재산과 똑같이 보장.
▲2007.10 = 17전대.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과학적 발전관' 당장 삽입.
▲2007.12 = 국무원,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일대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일대 등 2곳 환경경제특구 지정
▲2008.8 = 개혁개방의 성공을 상징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개최
▲2008.10 = 공산당 17기 3중전회, 농민 토지경작권 양도 자유화
▲2008.11 = 국무원, 금융위기 대응 위해 4조위안 규모 투자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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