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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감성마케팅의 매직(청와대 누리집 펌)

말글 2009. 6. 13. 10:43

[문화칼럼] 손대현(한양대 관광학부 교수·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 ⑨

손대현교수
 
 오늘날 강요와 의심, 공포와 질병, 공해와 혼돈, 개인적 갈등 등 사람을 위한 주역들(protagonists)은 사라지고 악역(antagonists)들이 판을 치는 천지에서 많은 현대인들은 마음의 평안을 주는 진정한 이야기(truthful story)에 귀를 기울인다.

수천년 동안 인류를 지배해 왔던 지속적 물질우위 시대의 논리, 이성, 권위, 지적인 통계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움직일 수 시대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일찍이 룻소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이성이라면 사람을 이끄는 것은 감성이라고 했고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21C는 꿈과 이야기와 감성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대식 전투의 힘은 개개인에 관심을 두는 소규모 전선(microfront)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story와 tell과 ing로 된 말이다. story는 이야기의 소재이고 tell은 말하는 방식, 즉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ing는 상호작용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상품 자체가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비물질적인 문화나 감성 등의 스토리(소재)를 찾게 되고 이러한 이야기를 창조하여 담아내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의 핵심은 재미 + 의미(스토리텔링)이다. 상품 이전에 스토리텔링이 있다. 무릇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기억이 오래남고 의미도 갖게 되는데 여기에 설화나 전설, 에피소오드를 담으면 더욱 재미있다.

우리는 이야기 없이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가리켜 ‘제4의 물결’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21C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① 역사(전통) ② 신화·전설(이야기) ③ 녹색(자연)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람은 말과 글을 구사하는 영혼을 가진 동물이다. 글은 어려워도 말은 쉽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수라(手羅), 나물(羅物)과 같이 구라(口羅)라는 말이 있다. 입 구(口)자에 비단(羅)라 자로 입에서 부드러운 비단이 나와야 구라이다. 근사한 구라는 예술이다. 말은 글이 아니고 글은 말이 아니다. 글은 눈으로 읽어서 느끼는 것이라면 좋은 말은 귀와 온몸으로 스며들어 심장을 울리므로 더욱 감동적이다.

어쨌든 이야기는 말이다. 스토리텔링 감성마케팅에 성공적인 스토리의 사례를 열거해 보자. 두 인간이 만나면 하늘(天)이 된다. 그 두 사람은 ||이 아니고 人(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상생하는 형상)이 되어야만 된다는 것이다. 성경의 산상수훈의 팔복이야기 중, 남을 나보다 낫게 생각하라는 “남의 결점이 티끌이면 나의 결점은 대들보이다”라는 말이 있다.

비엔나에서 이스탄불 행 오리엔트특급(Orient Express)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옛 이야기가 붙어 있는 낭만기차이다. 낭만과 매력이 수송보다 비싸다. 식목일에 “나무 한 그루 심는 것보다 마음속에 산을 옮기는 일이 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시의 두 바퀴는 기계·조직이라면 농촌의 존재가치를 살리는 두 바퀴는 느림·자연이다.
 
상표(브랜드)가 상징하는 이야기에 관해 고객들은 이런 이야기를 사려고 50~100% 정도의 돈을 더 지불한다. 만화의 힘은 스토리에서 나오고 영화는 스토리텔링이다. 영화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기술과 매체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야기와 비교할 때 기술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니 감성시대에 진짜 상품은 이야기이며 나머지는 단지 기계가 만들어 내는 생산물에 불과하다.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대국이다. 일본이 전 세계 TV 애니메이션 시장을 65%나 차지하며 ‘아톰’의 캐릭터와 스토리로 50년의 수명을 지키며 1년에 아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5조2천억원이다. 해리포터는 5조7천억원에 달하며 올해 80세를 자랑하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6조원짜리 쥐다.

storytelling에서 tell하는 방식, 즉 어떻게 스토리를 발견(discover story)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멀티미디어가 있다.

첫째, 뻔한 이야기가 아니고 한 줄의 문구, 한 장의 사진, 한 개의 에피소오드 등 짧은 스토리, 긴 여운으로 압축과 단순함의 매력을 지녀야 한다.

둘째, 스토리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노동집약적인 상품의 가격은 높고(↑) 기계집약적인 상품의 가격은 낮다(↓). 방목한 암탉이 낳은 달걀이 시장에서 50%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 옛날식 생산물(retroproducts)로 달걀이 생산되는 진실한 이야기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셋째,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창조하고 문화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비록 무명작가라도 작가를 돕는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창조적인 이야기꾼 대가들의 솜씨를 활용한다. 범세계적인 이야기꾼(storyteller)인 히딩크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절묘한 구라이다. 윈스턴 처칠은 2차 대전 때 “영국은 여러분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국민의 애국심에 불을 당겼고 존 F 케네디는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말로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다.
 

예수의 화법에는 압축기술을 탁월하게 사용하였다. 새로운 제자가 필요할 때 예수는 “나에게로 오너라”라고만 이야기했다. “당신은 나의 벗이다”는 말도 형용사도 없이 압축과 단순함의 매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평론가 서남준씨는 음악은 그냥 듣는 것이 라기 보다 음악에 담긴 이야기가 진수라고 했다.

storytelling에서 ing는 상호작용이다. 스토리텔링은 팔아야 할 소재꺼리를 스토리로 꾸며내는 일은 무엇을 이야기하기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이야기는 이야기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공감(empathy) 하도록 상호작용해야 한다. 공감이 가면 인터넷이든 블로그든 소비자의 입소문(word of mouth)이 확대 재생산 될 것이다.

관광의 어원인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은 “나라의 빛을 관찰하니 왕에게 손님이 됨이 이롭다”에서 나라의 빛(文物, 즉 문화와 문명)을 관찰하는 것은 한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졌는지를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관광지의 문물을 이야기로 전달하여 감동을 받는 관광 본연의 의미를 잘 살려야 한다.

관광상품에 있어 붕어빵 상품을 지양하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친절하고 부드러운 새로운 자본주의인 스토리를 등한히하고 스타일에만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고객 가슴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마음을 사로잡을(magic) 수 있다. 

 

※ 전문가 칼럼은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이므로 청와대 입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