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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 2010 정국]여권, 야권 차기 경쟁 점화 [중앙일보]

말글 2010. 1. 5. 18:26

격동 2010 정국 <상> 여권 차기 경쟁 점화 [중앙일보]

 

2010.01.04 03:02 입력 / 2010.01.05 13:54 수정

변수와 기회의 해 … 6월·7월이 분수령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시루떡을 자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희태 전 대표, 신영균·김수한 상임고문, 정 대표, 정재철 상임고문,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무빙데이(moving day·순위 변동이 심한 날)’. 골프대회에서 후반전에 접어드는 3라운드를 일컫는 용어다.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야 차기 주자들에겐 이명박 정부 3년차인 올해가 그렇다. 변수와 기회도 많다. 1월엔 세종시 수정안이, 6월엔 지방선거가 기다린다. 한나라당·민주당은 7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여권과 야권의 미래 권력들을 중심으로 신년 정국을 두 회에 걸쳐 진단한다.

여권 내 차기 구도는 현재 ‘1강다약’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정몽준·정운찬·이재오 등이 먼발치서 쫓고 있다. 하지만 올 한 해 농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지방선거·전당대회·남북관계 등으로 여론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6년 지방선거, 북핵 등의 이슈를 거치며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여권의 4인 앞에 놓인 길도 비슷하다.

◆박근혜와 지방선거=6월 2일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의 의미가 크다. 여권이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선거다. 그러려면 현역 정치인 중 가장 득표력이 높은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친이계에서도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류가 우세하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3일 “만약 박 전 대표가 선거 현장에서 뛰면 당 지도부는 완전히 파묻혀 버린다. 박 전 대표가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유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도 “세종시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박 전 대표의 갈등이 상당 기간 이어질 텐데 선거 지원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얘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선거 때 쇄도하는 지원 요청을 전부 외면하면 이후 당 내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2012년까지의 큰 그림 속에서 지방선거 문제를 바라볼 것”이라고 여운을 뒀다.

◆정몽준과 전당대회=‘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매화는 혹독한 추위의 고통을 이겨내야 맑은 향기를 풍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3일 부산 범어사 정여 스님에게 받은 글이다. 그의 앞엔 ‘추위와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가깝게는 세종시 당론 수렴이, 6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게다가 그는 불과 120여 일 전에 대표직을 승계했다.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와도 관계가 끈끈하지 않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제의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보듯 청와대의 생리를 이해하는 데도 아직 서툴다. 그래서 “열정적이나 뭔가 2% 부족하다”(당 관계자)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가 6월 선거까지 대표직을 맡을 것이란 게 중론이나 세종시 논란에 따라선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석에서 그는 “전당대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된 대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토로했었다.

◆정운찬과 세종시=정운찬 총리에겐 ‘세종시 총리’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11일께 발표되는 세종시 수정안과 그 이후 민심 동향은 그의 정치 행로를 결정지을 중대 변수다. 총리가 된 이후 대국민, 특히 충청민 설득에 매달린 이유다. 그로선 “국민과 충청도민의 여론이 무르익었을 때 다뤄야 한다”(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주장이 나오며 잠시 시간을 벌었다. 그 사이 세종시 문제뿐 아니라 교육 개혁, 저출산 문제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용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다. 그가 차기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청문회에서 드러난 검증 후유증을 극복하긴 어려울 것” “과거 총리들과 달리 일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재오와 박정희=‘민주화운동’ 세대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유명하다. 1970년대 유신 시절 세 차례 투옥 경력도 있다. 그런 이 위원장이 지난 1일 국립현충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대통령, 국무위원들과 함께 갔지만 그로선 평생 첫 참배였다고 한다. 이런 행보에서 보듯 올해 그의 키워드는 ‘화해와 화합’이라고 한다. 친박계와의 갈등으로 낙선, 낭인 시절을 보냈던 그로선 정치적 재기를 가름할 7월 은평 재선거를 앞두고 가장 절실하게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고정애·김정하·정효식 기자

 

 

격동 2010 정국 <하> 야권 차기 경쟁 점화 [중앙일보]

‘빅3’ 각축전 하반기엔 우열 가려진다
야권 차기 경쟁 관전 포인트
 
2010.01.05 01:00 입력 / 2010.01.05 13:54 수정

올해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라는 큰 일정을 앞둔 야권은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 민주당 안팎의 ‘빅3’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친노그룹을 업고 대권주자까지 넘보는 유시민 전 장관의 존재도 변수다. 이들의 각축전이 일단락되는 올 하반기에는 야권에도 대권을 향한 인물군의 우열이 어느 정도 가려질 전망이다.

◆정세균의 리더십은=‘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할 일을 찾아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4일 제시한 신년 화두다. 그의 앞에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방선거에 대비한 공천 개혁 및 무소속 정동영 의원·친노그룹과의 통합이 늦어도 2월 안에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최장수 재임(1년6개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연말 예산 전쟁 패배와 야권 통합 부진으로 인해 임기를 반 년 남기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감한 혁신’을 선언해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가 이번 위기를 넘기고 지방선거를 무난히 치를 경우, 당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정동영의 복당은=정동영 의원은 ‘1월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8개월째 무소속 의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 민주당에 ‘연내 복당’을 요구했다가 예산 전쟁이 거세지자 자진 철회했다. 그러나 이달 중엔 당에 복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3월께 이뤄질 지방선거 공천과 7월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 측은 공천제도 혁신과 친노그룹과의 연대문제 등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정 의원의 복당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의 복당이 지연되는 이유다. 정 의원 측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을 중심으로 독자 세력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손학규의 복귀는=1년5개월째 강원도 춘천에 칩거해 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여의도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시기는 ‘이른 봄’이 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한 측근은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판단에선 손 전 대표도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1일 측근 수십 명과 태백산에 올랐다. 칩거로 인해 다소 느슨해진 주변을 챙기려는 뜻이 담긴 산행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4월·10월 재·보선에서 득표력을 입증했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도 벗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취약한 당 내 기반, 사분오열된 야권 환경은 복귀와 동시에 그가 정치력의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한 측근은 “지지부진한 야권 통합 논의에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유시민의 복심은=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유시민 전 장관 등 당 밖에 진을 친 노무현 그룹이다. 유 전 장관을 얼굴로 한 국민참여당은 17일 창당할 예정이고, 이해찬 전 총리의 ‘시민주권모임’의 행보도 민주당이 원하는 재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친노세력 다수가 남아 있는 민주당은 이들을 비판하지도, 아우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다. 친노그룹의 향배를 가늠할 열쇠는 유 전 장관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참여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서울시장·경기지사·대권 직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자유선진당, 전국 정당 도약할까=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에게 6월 지방선거는 큰 분수령이다. 선진당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할지, 충청권 맹주조차 위협받을지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미지 쇄신을 꾀할 걸로 보인다. 박선영 대변인은 “전당대회 전에 당헌·당규 개정을 마무리해 총재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총재직 자체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 외에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후보가 아직 나오지 않아 ‘반쪽 전당대회’의 모습이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호·임장혁·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