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스스로 민주당표 깍아먹어 당 대표가 출마를 했으면 후원자와 지지자들의 뜻이 바뀌기 전에는 그냥 완주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그의 팬들 내에서도 "이제 그만 패 접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서울 기초단체장 출마자들이 얻은 표를 다 더한 것보다 한명숙의 표가 적었다. 보통은 서울시장이 얻은 표와 기초에서 얻은 표가 거의 기계적으로 일치할 정도로 같은 게 예전의 경우였는데, 지금 이 경우는 한명숙 후보가 전체 표를 좀 깎아먹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서울시장 경선 과정은 진짜로 기가 막혔다. 두 사람이 아주 문제였는데, 입 지저분해질까 봐 직접 말하기는 싫다.
어떻게 보면 한명숙 후보도 그 권력놀음의 희생자이기는 하지만, 한명숙 후보가 자신은 토론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무슨 그런 말을...TV 토론할 시간이 안 생기게 후보 선언을 확 뒤로 옮겨놓는 등 할 말은 꽤 많지만 생략하겠다. 한명숙측, 노회찬과 단일화 요구도 접촉도 없었다
나는 이계안과 노회찬 사이의 정책연합 정도를 상상했었는데, 그럴 기회는 생략된 경선으로 생겨나지 않았다.
나는 이계안 후보에게 탈당하고 나와 같이 진보신당으로 가서 노회찬 선거를 돕거나, 아니면 길바닥에 자리 깔고 앉아서 전북 등 황당한 경선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단식 농성이라도 하라고 두 가지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하라고 했다. 참, 이계안도 정치인으로서는 '부드러움'을 지키고 싶다고... 이계안은 그야말로 그냥 독배를 마셨는데, 그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TV 토론 3번이면 이계안이 무난하게 민주당 시장 후보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거야 한명숙과 오세훈의 TV 토론을 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나머지 선거를 치루었다.
그리고 노회찬과 한명숙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실제로 요구도 없었고, 접촉도 없었다. 심상정의 경우는 유시민이 공식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했지만, 한명숙 측에서는 노회찬에게 공식적인 제안이 없었다.
'그냥 알아서 죽으라'는 판인데, 어떻게 공당의 대표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아서 다 내려놓고 죽을 수 있나.
심상정과 노회찬은 그 위치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그런데 부탁도 없고, 요구도 없고, 접촉도 없는데 그냥 알아서 죽는 게 가능한가? 오세훈이 졌다면, 자유선진당 이회창 고집 때문인가?
아마 단일화 요구가 공식적으로 있었다면 노회찬 대표도 상당한 고심에 빠졌을 것인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만약 오세훈이 졌다면 그게 끝까지 뛰었던 자유선진당 때문이고, 이회창의 고집 때문인가? 진보신당과 노회찬의 관계도 그러한 관계이다.
나는 단일화와 연정체계 모두 지지하는 편이지만,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죽으라고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서울시에서 아주 이상한 경선을 했고, 그렇게 해서 야권의 힘을 모으는 데 실패했고, 노회찬에게도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노회찬에게 "패 접으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일정 기간 당원 활동을 해서 당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진성당원들이고, 그렇게 당원들의 의견이 모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심상정의 경우에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한 그런 절차를 약식으로도 거치지 않고 본인의 결단으로 문제를 처리했기 때문에 당 운영의 기본 원칙인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절차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기 흠 무시하고 '남탓'만, 앞으로도 어려워
"무조건 한명숙"으로 패를 구상한 기획자, 그 사람들이 한명숙 패배에 대해서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기 전에 노회찬이 사과하거나 해명할 것은 없다고 본다.
순서도 그게 맞다. 자기 쪽 흠에 대해서 먼저 짚고, 바깥의 흠에 대해서 짚는 게 맞다.
'우리 쪽은 다 잘 했고, 너희는 다 잘못했다'고 하면, 앞으로 남은 선거에서도 단일화나 연정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하기 어렵게 된다.
노회찬과 진보신당 후보들이 다시 출마하는 게 싫다면, 얼마 되지 않는 진보신당의 진성당원의 규모를 훨씬 넘을 정도로 집단적으로 입당하여 진보신당의 진성당원이 되고 그리고 나서 "우리는 후보를 내지 않겠습니다"라고 결의를 하면 된다.
실제 그런 적이 유시민의 개혁당에서 생긴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유시민이 다 들고 튀었지만.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절차와 권한 그리고 이 쪽과 저 쪽의 흠결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남는 건 감정과 분노밖에는 없다.
진보와 좌파,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가는 길이 다르다.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그리고 좌파정당은 다 미래를 위하는 것 같지만, 그 방법과 수단이 엄연히 다르다.
정말로 단일화를 말하고 싶었다면, 민주당의 이상한 경선 때부터 얘기를 했다면, 민주당 당원들의 힘으로 민주당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당내 민주화라고 한다면, 진보신당은 민주당보다 100배는 민주적으로 운용되는 당이다. 민주당의 경선 과정을 보라. 아쉬움 표할 수 있지만, 도 지나치면 '월권행위'
물론 누구나 아쉬움을 표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남의 당에 대한 월권 행위가 된다.
고루해 보이는 운동권 끝물 같아 보이는 진보신당의 근본주의자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청춘과 삶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바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민주화 역사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진보신당의 많은 당원들은 '민주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또 다른 역사적 임무를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중요한 임무이다.
대학 중퇴하고 노조 만든다고 공장으로 떠났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진보신당의 진성당원을 구성하고 있다. 나도 멀쩡히 대학을 그냥 졸업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머리를 먼저 숙이고, 예를 갖추고 그 다음에 "제 생각은요"라고 말을 한다.
염려가 지나치면 무례가 된다. 민주주의의 산 역사와 노조 역사의 당사자들에게 그들의 삶을 가로채간 명망가들을 위해서 현장 활동가에게 욕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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