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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개헌 찬반론 재점화..탄력받을까(연합)

말글 2010. 10. 16. 11:57

정치권 개헌 찬반론 재점화..탄력받을까(연합)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한동안 잠복해 있던 개헌론이 정치권에서 재점화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개헌특위와 4대강특위 `빅딜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여권 일각,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개헌 행보로 개헌론이 되살아나며 정치권 전체가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186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한 것처럼 정치권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번 정기국회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현 정부 임기 중 마지막 남은 개헌 가능 시기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개헌의 중심에 `권력구조 재편'이 자리하고 있어 여야 대권주자간 셈법이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는 데다, 여야의 대립.갈등 구조로 인해 개헌 논의 착수 차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헌-4대강 빅딜설'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한나라당 김무성, 박지원 원내대표가 빅딜 추진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개헌론의 불씨는 지펴진 상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개헌에 대한 내부 합의를 좀처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의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 불가' 입장을 밝혀 정치권의 개헌 동력이 살아날지 미지수다.

   여권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인 이재오 장관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의 강한 반발과 친이계 일각의 회의론으로 내부 격론이 휩싸일 전망이다.

   이재오 장관은 `올해 내 개헌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여야가 합의하면 일정상 금년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개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특정인, 특정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은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며 "개헌을 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국민 헌법이 돼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친박계로서는 내심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바라지만, 개헌특위 가동 시 개헌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대선을 불과 2년 앞둔 현 시점의 개헌은 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친이계 정두언 최고위원은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종시 추진 실패'의 우를 또다시 범함으로써 현 정권은 물론 당의 존립 기반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개헌을 정치선진화의 과제로 꼽았고, `대통령의 특명'을 수행하는 이 장관이 개헌 행보에 나선 만큼 강력한 개헌 의지를 갖고 있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국민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 개헌 추진은 어렵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개헌 자체가 `공허한 테마'로 남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블랙홀'인 개헌론이 자칫 이 대통령이 후반기 들어 집중하는 친서민, 공정사회과제를 집어삼키고, 분열.갈등의 낳을 경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 후퇴'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이 개헌론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해 (성사)된 전례가 없고, 대통령의 개헌 추진 의사는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며 정치권의 자율적 개헌론을 강조했다.

   민주당도 개헌을 놓고 복합한 상황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현행)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개헌론에 제동을 건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가 `선명성'을 극대화하고 민주당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차원에서라도 한동안 개헌론에 부정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개헌특위 구성에 찬성 입장을 보이는 반면, 잠룡인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은 "여권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복잡한 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여권의 개헌 추진에 걸림돌로도 작동한다. 여권 개헌론자들 사이에서도 야권의 적극적 협조 없이 현실적으로 개헌은 불가능한 만큼 야권을 유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개헌특위-4대강특위 빅딜'설에 대한 정치권의 격한 비판을 감안, 개헌을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전술적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여권 내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표가 탄생하고,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개헌은 무리하게 추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2년 총선.대선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개헌 논의 ▲권력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대통령 임기조항을 변경하는 한정된 개헌 ▲권력구조가 아닌 통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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