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물가상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 4.1% 오르면서 5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문별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을 살펴보면 농축수산물이 5.9% 올랐다. 사진은 1일 한 유통업체 모습. 2011.6.1 xyz@yna.co.kr |
원자재부터 생필품까지 '서민생활 비상'
농산물값 요동..공공요금 인상 예정
(서울=연합뉴스) 산업·정책팀 = 물가 비상이다. 특히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다시 요동치면서 서민생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파급력은 각종 소비재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밥값이 겁나 도시락을 챙기는 직장인, 마트에서 장을 보다 절반은 내려놓는 주부, 기름값 부담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거론하기조차 식상한 '현실'이 됐다.
객관적인 숫자는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에 이어 한국은행도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로 올려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꾸준히 4%를 넘어섰다. 52개 주요 생필품으로 구성된 'MB물가품목' 중 9개를 제외한 41개가 올랐다는 통계도 있다.
◇농산물 가격 꿈틀..갈수록 태산? = 이른 장마 등 기상 이변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5일 현재 적상추 100g의 소매가격이 1천380원으로 1개월 전보다 120.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시금치 1㎏은 3천230원에서 6천547원으로 102.7% 뛰어올랐다. 애호박 1개는 60.8%, 오이(가시계통) 10개 38.0%, 무 1개 22.7% 등 채소류 가격이 한달 사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식량 작물은 최근 변동은 크지 않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식인 쌀(상품)의 20㎏ 도매가격은 15일 현재 3만9천원으로 1년전보다 19.6% 높다. 평년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공공비축쌀이 하반기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벼농사 흉작이 이어지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백태 국산 콩 1㎏은 1만1천536원으로 지난해보다 58.9% 올랐다. 국산 팥 1㎏은 86.2%, 국산 녹두 1㎏ 62.9% 등도 작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구마 1㎏은 최근 한달 사이에 48.8% 오른 8천381원으로 작년 대비 60.5%의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여름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수박(8㎏) 가격은 7월 초에 1만6천원대로 잠시 내려갔지만 이내 1만8천900원까지 상승했고 천도복숭아는 1.2㎏에 마트 가격을 기준으로 1년만에 37%가량 오른 7천480원이 됐다.
특히 돼지 삼겹살은 구제역 여파로 작년에 100g1천500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3천원안팎의 가격대를 기록하며 '서민적인 음식'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점심값 1만원 시대'..서민 울고싶다 = 그러니 생활물가는 참혹한 지경이다.
식탁물가에 맞물린 농산물 가격 상승 외에 전세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의 전세시세는 지난해 6월보다 11.3%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올해 초 최악의 전세대란을 겪었던 임차인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다시 전셋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청실아파트와 우성2차 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 따른 입주자 이주를 시작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한 오름폭을 기록해 하반기 전세난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7월 6억7천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대치동 개포우성 13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말 8억8천만원에 계약돼 1년도 채 안돼 1억원 이상이 뛰었다.
역시 대치동 삼성래미안 97㎡ 전세 아파트도 지난해 6월 5억9천만원에서 올해 6월 6억5천만~7억원으로 껑충 가격이 올랐다.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49㎡는 작년 6월까지만 해도 1억원 이하에 전세계약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1억3천만원까지 전세 보증금이 올랐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6월 전세가격 상승률은 4.6%로 200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을 받아 서울에서 18평짜리 소형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면 한푼도 안 쓰고 저축하더라도 11년11개월 걸린다는 우울한 조사결과도 나오기도 했다.
월세도 덩달아 올라 작년 대비 상승률이 1월 1.6%, 2월 1.9%, 3월 2.1%, 4월 2.3%, 5월 2.6%에 이어 6월엔 2.8%로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외식 가격도 만만치 않다. 주요 식당들이 식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값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설렁탕 한 그릇이 일부에서 1만원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고, 분식점 김밥과 떡볶이마저 고친 가격표를 내걸고 있다.
한은과 통계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1년 사이에 각각 8.2%, 8.3%, 11.4% 오르는 등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인상률이 높았다.
이밖에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2년 전에 2만6천800원이던 남아용 대형 귀저기(60개)가 3만6천800원으로, 36개에 7천700원인 생리대가 9천300원, 4개에 4천원이던 표백비누가 4천900원이 되는 등 공산품 가격도 속속 상승했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업체들이 각 모델들을 연식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면서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차량의 판매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20일 출시된 현대차[005380]의 2012년형 쏘나타의 경우 2011년형 쏘나타 2.0 프리미어(2천547만원)보다 13만원 올랐고, 기아차[000270]가 최근 출시한 '쏘울GDI'도 디럭스 기준 기존 쏘울 U 고급형(1천446만원)보다 59만원 올랐다.
한국지엠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팝 모델은 올해 쉐보레 도입과 함께 스파크 L 모델로 변신하며 가격도 55만원 오른 99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항공요금은 정부의 물가 안정 방침에 맞춰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본요금을 동결한 상황이지만 여름 휴가철은 항공사들이 지정한 성수기라 기본요금이 평시보다 10%가량 높다. 여기에 상반기 중동 정정 불안으로 초래된 유가 상승이 유류할증료를 훌쩍 높여놓아 체감하는 항공료는 지난해보다 훨씬 높다.
판매 급증한 편의점 도시락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북창동의 한 편의점을 찾은 손님이 도시락을 집어들고 있다. 2011.7.7 << 산업부 기사 참조 >> doobigi@yna.co.kr |
올해 7~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배 정도로 인상됐다.
미국, 유럽, 대양주 등 장거리 노선의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59달러(약 6만2천500원)에서 올해는 149달러(약 15만7천800원)로 껑충 뛰었다. 장거리 노선 티켓을 왕복으로 끊는다면 작년보다 약 19만원 가량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 괌, 사이판, 중국 등 단거리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26달러에서 올해 66달러로 올라 왕복 항공권 구입에 약 8만5천원이 더 들고 있다.
또한 일본행은 13달러에서 34달러, 제주나 부산에서 후쿠오카 등을 오가는 초단거리 노선은 12달러에서 31달러로 올랐다.
명품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패션 브랜드 샤넬은 올해 4월 주요 상품가격을 평균 25% 올렸고 루이뷔통은 2월과 6월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프라다는 한-EU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1일 전체 제품 7천370종 가운데 456종의 가격을 올리는 등 '명품' 업체마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 어디까지 = 국제유가 강세로 인한 기름값 상승은 그칠 줄을 모른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 자료로 15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무연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천934.80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값은 지난 3월 5일 1천900원대(1천901.83원)에 진입한 이후 4개월 넘게 1천9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정유사의 ℓ달 할인 방침이 지난 7일 종료된 이후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천원을 이미 넘어섰다.
강남과 여의도 일대에서는 ℓ당 2천300원에 육박하는 가격판을 걸어놓은 주유소가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금 가격도 유례없이 뛰었다.
㈜한국금거래소를 기준으로 금 소매가는 살 때 기준으로 16일 현재 3.75g(1돈)에 21만7천800원을 기록, 이틀전에 세운 사상 최고치보다 600원이나 더 올랐다. 1돈짜리 돌반지는 세공비와 세금을 포함해 25만원선으로 올랐다.
철강 가격이 오르며 철근과 후판,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겨울 비수기였던 지난해 12월 t당 76만원이었던 철근 가격은 이달 80만원으로 올랐다. 7~8월이 여름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다.
포스코[005490]가 지난 4월 교량건설에 많이 쓰이는 후판 가격을 t당 16만원씩 올린 뒤 동국제강[001230], 현대제철[004020] 등도 잇따라 가격 인상안에 동참했다.
가격인상안을 두고 공급중단 등 갈등을 빚었던 시멘트도 지난 1일자로 수도권은 5%, 부산ㆍ대구 등은 4%씩 가격이 올랐다.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래미콘도 7% 이상 오른 t당 5만6천200원(수도권)을 기록했다.
설탕과 밀가루도 국제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큰 폭으로 값이 올랐다.
CJ제일제당[097950]의 경우 올해 3월 설탕 평균 출고가를 9.8% 올렸고 한 달 뒤에 밀가루는 8.5∼8.7% 올렸는데 인상폭이 재료값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인상 자제 방침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더 올리지는 않고 있지만 설탕 사업부문이 작년에 영업이익 3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더 무섭다..공공요금 인상 = 하반기라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서민생활에 대한 파급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인상을 미뤄왔던 공공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전기요금의 경우 이번 달 발표 예정인 전기요금 로드맵을 통해 인상폭이 결정된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 공공요금 인상폭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억제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오른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가스공사의 5.6% 인상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7~8월 요금을 동결한 만큼 9월에는 오를 공산이 크다.
우편, 철도요금, 교통료 등이 포함된 지방공공요금도 1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지난달말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 등 조정이 불가피한 분야에 대한 일부 인상을 골자로 한 지방공공요금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의 경우 2008∼2010년의 연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더한 10.4% 이내에서 올리도록 지침이 제시됐다.
대구와 대전, 광주, 울산은 지난 4년간, 전북, 강원, 제주는 지난 3년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시내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조정하게 된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우리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대비로 1월엔 4.9%, 2월 4.9%, 3월 5.4%, 4월 5.3%, 5월 5.5% 상승한 데 이어 6월엔 6.4% 올라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이코노미스트는 "계절적 요인이나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 있고 재건축 수요 등으로 집값은 물가압력의 주된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7/17 06: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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