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직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인 시장·구청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들의 ‘하향 지원’은 지방자치제도가 성숙하면서 기초단체장의 위상이 강화된 데다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차기 총선 출마 등 ‘재기’를 위한 징검다리로 지방선거를 활용한다는 시선도 있다.
28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전 국회의원은 12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경남 창원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다. 안 전 대표는 경기 의왕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 7월부터 1년 가까이 당 대표까지 맡았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창원은 내가 태어나 초·중·고등학교까지 다 마친 고향”이라며 “정치 종반에 들어선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하던 차에 고향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창원·진해 통합에 따른 갈등 봉합과 창원의 광역시 승격을 핵심 과제로 꼽으면서 “중앙 정치에서의 경험과 경륜, 인맥 등을 총동원해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정치계의 원로로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홍희표(12∼13대)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강원 동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김정권(17∼18대) 전 의원은 경남 김해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서울 관악구청장에 도전하는 김희철(18대) 전 의원, 경기 성남시장에 도전하는 신영수(18대) 전 의원 등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초단체장의 권한과 역할이 과거에 비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인구나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국회의원 선거구가 3∼4개 되는 지역을 관할하는 기초단체장은 할 수 있는 일이 국회의원보다 훨씬 많다”며 “행정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갑을 관계’를 떠나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창원은 인구 110만명에 지역구 국회의원이 5명으로 울산광역시와 규모가 비슷하다”며 “기초단체라고 보기엔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중앙 정치에서의 경험을 지방 정치와 결합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총선에서 떨어진 사람이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기초단체장을 한번 쉬어가는 징검다리쯤으로 생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회에 있다 보면 도지사가 국회에 와서 머리 숙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사람이 기초단체장으로 급을 낮춘다는 것은 ‘다음’ 생각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의원은 “광역시라면 몰라도 작은 지역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사실 국회의원은 더 안 될 것 같으니 나가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정치인들이 마냥 쉬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봉사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저히 생계유지 차원에서 출마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 지역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전직 의원 중에 ‘고문’ ‘소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뚜렷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직업으로서 당선만 되면 4년 임기가 보장되니 욕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