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오늘도 건강한 아리수 한 잔
2020. 6. 29.(월)
시의원 송정빈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파리의 비음용수로 쓰이는 수돗물에서 코로나19가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를 계기로 한동안 수돗물을 통한 코로나19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풍문처럼 떠돌기도 했으나, 파리 수도국은 음용수는 별개의 관로를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즈음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물연구원’을 통해 코로나19를 포함한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아리수의 안전성을 다시금 확인하며 불안을 잠재웠다.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친 아리수는 염소 소독과 오존 살균을 통해 바이러스의 생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매일 누리던 일상의 소중함은 그 평범함을 심각하게 위협받았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이 무엇으로 유지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해였다. 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이 되어버린 요즘, 마스크 없이 누렸던 깨끗한 공기와 친밀한 인간관계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곤 한다. 언제 어디서든 수도꼭지만 돌리면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만날 수 있는 일 또한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전염병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등의 공통점은 ‘수인성 질병’이라는 것이다. 오염된 식수를 통해 전파되는 이 병들의 전파를 막은 것은 근대의 위생적인 상수도시스템이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이 2007년 꼽은 ‘현대의학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 1위가 상하수도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수돗물의 우수성을 말할 때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용구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상하수도 시스템은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놓았는데,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저렴한 값에 누구나 공급받을 수 있는 일이 늘 당연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상수도사업은 1908년 9월 1일 서울의 뚝도정수장에서 최초로 통수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생산용량도 작았으며 용산에 거주하는 소수의 일본인 위주로 급수혜택이 돌아갔다. 대한민국 상수도의 역사가 110여 년을 조금 넘는 동안 서울의 급수인구는 약 80배, 수돗물의 생산용량은 384배 증가했으며, 급수보급률은 100%를 달성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989년 본부 발족 후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42%에 달했던 누수율을 2020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1.8%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수도관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 역시 이뤄지고 있다. 공급 과정에서 수돗물 품질에 영향을 미쳤던 1세대 노후 상수도관은 1984년부터 교체를 시작해 99% 이상 정비했으며 그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기술적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수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철저한 상수원 관리를 위해 팔당 상수원 보호 및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한 항목보다도 더 많은 171가지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강의 조류 발생으로부터 수돗물의 안전을 지키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서울 전역 실시간 수질자동측정 등을 통해 취수에서 공급까지 전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까다롭게 관리되는 ‘아리수’는 국제표준기구 ISO22000가 개발한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검증된 ‘안전 식품’이다.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시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우수성을 체감하는 것만큼 좋은 홍보가 없기에 다양한 시민체감 정책도 펼치고 있다. ‘주택 내 낡은 수도관 공사비 지원’이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공사를 망설이고 있는 주민들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올해 초 지원금을 최대 500만원까지 상향하였다. 공사비의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간편하게 문의 및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무료 수질검사 ‘아리수 품질 확인제’를 시행하여 우리 집 수돗물의 품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수질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가 공개되어있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믿음직하고 건강한 아리수. 취수원부터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건강한 아리수를 단수 없이 공급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이 약 2천여 명이라고 한다. 깨끗하고 맛있는 수돗물을 언제 어디서든 불편 없이 마시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노력들에 새삼 고마움을 느껴본다. 덕분에 오늘도 언제나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아리수 한잔을 시원하게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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