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박캠프 “1위 후보 싸고돌아” (조선일보)

말글 2007. 7. 25. 10:20
박캠프 “1위 후보 싸고돌아”

  • 한나라당 경선판을 술렁이게 했던 합동 연설회 중단 문제는 하루 만인 24일 정상화됐다. 그러나 “경선의 고비마다 1위 후보를 감싸고 돈다”는 박근혜 캠프측의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이번 사태로 한층 더 깊어졌다.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 대세론’이라는 현재 구도를 흠집 없이 본선까지 끌고 가려 하고, 2등인 박 캠프는 역전을 위해 현재 구도를 흔들어야 하는 입장이라서 양자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사당(私黨)이냐”

    24일 오전 박 후보가 참석한 캠프 대책회의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사당이냐”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 일색이었다. “당 지도부와 이 후보가 이런 식으로 하면 나중에 어떻게 경선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박 후보 캠프는 강재섭 대표가 지난 5월 제안했던 경선 룰 중재안은 이미 정해져 있던 규칙에 이 후보측에 유리한 주장을 반영한 것이고, 당 지도부가 얼마 전 이 후보측에 검찰 고소를 취소토록 요구한 것은 이 후보의 체면을 살려주며 ‘검찰수사의 늪’에서 구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TV 토론회를 축소하자는 이 후보측 요구에 대해 당 지도부가 분명한 거부 입장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박 후보측은 내심 불쾌해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경선관리위에 합동 연설회 잠정 중단을 요구해 관철시키자, 박 캠프측의 의심이 비등점 부근까지 끓어 오른 것이다. 더구나 이날 회의에서 연설회 연기를 처음 주장한 사람이 이 후보 캠프측의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박 후보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측은 현재 당론의 방향을 정하는 최고위원회의 멤버들도 자기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오·정형근 최고위원과 김형오 원내대표 등은 친(親) 이명박 성향이고, 강 대표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 ◆“본선 승리 위해 경선 잡음 최소화해야”

    반면 당 지도부는 “박 후보측이 자신을 피해자인 양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그동안 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결정된 사안이 더 많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증 청문회를 밀어붙인 것, 책임당원 모집을 둘러싼 갈등 때 박 후보측 손을 들어준 것, 이 후보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인데도 6월 말로 예정됐던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연기한 것 등은 아예 계산에 넣지 않은 이기적 주장이란 것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을 ‘이인제 탈당’이라는 당 분열로, 2002년 대선을 ‘김대업 네거티브(음해·비방)’로 이기는 듯했던 승리를 날려 버렸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당 지도부는 이번 대선만큼은 경선 후보들이 지나친 싸움을 벌이다가 갈라서거나, 각종 의혹을 제기해 상대를 흠집 내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태도는 결국 지지율 등으로 기선을 제압한 1위 후보가 ‘월계관’을 쓰는 데 2위 후보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박 후보측 불만이다. 박 후보 캠프로선 설사 치열한 경선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더라도 “1등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는 소속 의원·대의원들의 ‘대세론’은 깨야 하는 것이다.

    박 캠프와 당 지도부의 갈등은 이처럼 박 캠프의 절박한 입장이 당 지도부 및 한나라당의 체질과 충돌하는 데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