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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텍 회장 “이명박 회장이 직접 BBK 투자 권유했다”(한겨레신문)

말글 2007. 12. 14. 10:02

심텍 회장 “이명박 회장이 직접 BBK 투자 권유했다”
한겨레 이태희 기자
» 심텍 전영호 회장이 밝힌 BBK 투자 경위 3가지
2001년 김백준씨에 보낸 편지 <한겨레> 입수

“동생이 BBK 투자한 것은 이후보가 직접 전화…BBK 회장이라 소개했기 때문”
하지만 검찰 “이후보가 유치한 돈은 장신대 등 7억원 밖에”…심텍과 무관 밝혀
 

비비케이(BBK)에 50억원을 투자했던 심텍의 전영호 회장이 2001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근인 김백준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후보가 비비케이 회장이라며 직접 비비케이 투자를 권유했다”고 밝혔던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한겨레>는 심텍의 전영호 회장(세일신용정보 회장 겸임)이 2001년 10월10일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에게 보낸 팩스 편지를 입수했다.

 

이 서한에서 전영호 회장은 “심텍 사장인 동생 전세호가 비비케이에 투자한 것은 이 후보가 직접 전화를 하여 본인이 비비케이 회장으로 있다고 소개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또 “이 후보가 (동생에게) 여러 차례 식사 초대를 제의하여 만난 자리에서도 ‘내가 비비케이 회장과 대주주이니 나를 믿고 투자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이 후보의 사진이 실린 카탈로그(브로셔)에 원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이를 믿고 투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검찰이 지난 5일 비비케이 수사발표에서 “이 후보가 비비케이에 투자를 유치한 돈은 장신대 등의 7억원밖에 없다”며 심텍 투자유치와는 무관하다는 뜻을 밝힌 것과 배치된다. 검찰은 또 당시 “비비케이의 브로셔는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사용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관련업체인 심텍은 2000년 10월20일 비비케이투자자문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비비케이의 투자자문업 취소 등의 여파로 33억원을 못 받게 되자 2001년 11월부터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편지는 심텍이 당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증거자료로 첨부했던 것이다.

 

<한겨레>는 편지내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전세호 회장 비사실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며 답변을 요청했으나 전 회장은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 비비케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특수1부장은 “2001년 10월 심텍이 이 후보를 고소했을 때 이미 이 편지도 조사했고 그 뒤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돈을 받아낼 목적으로 (편지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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