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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만에 만난 이명박-박근혜, 무슨 말 오갔기에(한겨레신문)

말글 2007. 12. 31. 09:44

 

 

넉달만에 만난 이명박-박근혜, 무슨 말 오갔기에

한겨레 성연철 기자
» 오랜만입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29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당선자 집무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총선 ‘투명공천‘엔 한소리 ‘공천시기’엔 딴소리
박쪽 ‘정치발전’ 세차례나 언급 ‘연기불가’ 거듭 주장
이쪽 “설 이전엔 힘들것” 전해…공천논란 불씨 여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통의동 이 당선자 집무실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났다. 회동에서 두 사람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공천 시기’ 합의를 둘러싸고는 양쪽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4개월여 만에 이뤄진 회동에서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도와줘 분위기가 좋았다.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는 “당연한 것이다. 정권교체를 해줘 정말 잘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선택을 받기까지 국민에게 약속을 많이 했는데 우리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다 지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5년 동안 정말 우리가 힘을 합쳐야 다음 5년도 국민들이 ‘일 좀 더 하십시오’ 하고 맡기지 않겠는가”라고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회동의 화두는 단연 내년 4월 총선 공천 문제였다. 박 전 대표는 회동 중 공개된 부분에서 세 차례나 ‘정치발전’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공천을 미루지 말 것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됐으니까 정치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공천 문제나 기타 이런 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된다.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고 …”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내 생각도 똑같다”라며 “국민이 볼 때 이 사람들 밥그릇 챙기기나 그렇게 하고 말이지 …(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잘해야 할 책임이 당 대표에게도 있고. 우리가 옆에서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진 40분간의 비공개 단독회동에서도 박 전 대표는 “공천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거듭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쪽은 회동 뒤 이 당선자가 공천 시기에 관해 박 전 대표와 합의했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당선자와 회동한 뒤 박 전 대표와 식사를 함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공천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을 제대로 치를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고, 이에 이 당선자도 ‘옳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 쪽의 해석은 다르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직접 당선자에게 공천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여쭤봤는데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4대 보험 통합징수법 등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고 인사청문회도 몰려 있는데 공천까지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예전에는 설 이전에 공천이 대부분 끝났지만 이번에는 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탓에 공천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 이 당선자 쪽의 인사들은 “인수위에 힘을 모아 새 정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내년 총선 승리에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살려 달라고 하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 ‘친박’ 의원 역시 “공천심사위 구성이나 구체적인 일정, 공천 기준에 관해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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