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李대통령 지지도 28%… 등돌린 민심

말글 2008. 5. 8. 10:45

李대통령 지지도 28%… 등돌린 민심
입력: 2008년 05월 08일 03:03:24
 
ㆍ여의도연구소 조사…일주일새 10% P 추락
ㆍ잇단 인사·정책 실패로 수도권까지 흔들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가 지난 5일 조사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첫 전북도 업무보고 이명박 대통령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이 7일 전북도청에서 첫 시·도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가진 티타임 도중 닭 생산업체인 하림의 김홍국 회장(오른쪽)으로부터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과 닭·오리의 안전성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다. 우철훈기자

한나라당 당직자는 7일 “지난달 30일 30%대 후반이었던 지지도가 이번 주에는 10%포인트 떨어진 28%로 나왔다”며 “문제는 지지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어 몰입교육 논란을 비롯해 인사·정책 실패가 쌓이면서 돌아선 여론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더 심각하다”며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층이었던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괴로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국민을 바라보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이 걸렸다. 여론의 추이를 분석하며 각 수석실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면을 반전시킬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며 “실제 연설에선 빠졌지만 대통령이 전날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 치사 원고에서 어려운 경제 환경을 거론하며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난관에 봉착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상황을 안이하게 봤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압도적 지지율에 도취돼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우리가 얘기하면 국민이 믿고, 따라오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문제의 바탕에는 이 대통령이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낙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취지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이 대통령은 각종 현안을 국민의 눈에서 다각도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장 논리의 측면에서 보는 우(愚)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국민들은 이 정부가 여론을 겸손하게 듣는 면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당장 위기 정국을 돌파할 묘책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원론’에 충실할 방침이다. 민심 ‘폭발’의 도화선이 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광우병 우려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국민 설득을 강화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한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 답을 해주는 ‘만문만답’ 코너를 오후 2시에 긴급 개설해 6시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6월 18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내각 및 청와대 부분 개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과 인사 문제 등에 대한 문책성 경질 인사를 통해 흐트러진 국정 초반을 다잡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이 대통령은 일련의 사태를 두고 경제수석을 비롯해 민정·정무·홍보 파트를 강하게 질책했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나 정부가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사후약방문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국정 전반을 조망하며 부처간 기능을 조정·통합하는 이른바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려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기자 cj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