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여권 "누군가 책임져야.." 인책론 제기(조선일보)

말글 2008. 5. 22. 21:44

여권 "누군가 책임져야.." 인책론 제기

‘쇄신책 빠진 담화문’에 아쉬움도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여야 했던 22일 여권 내부의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취임한 지 석달도 안 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할 상황이 온데 대한 당혹감과 우려 등이 뒤섞인 듯 했다.

일단 겉으로는 이 대통령의 ‘진심’을 국민과 야당이 받아들여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17대 국회 내에 비준해주길 바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 정도면 대통령이 충분히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쇠고기 문제는 추가 보완하기로 하고 한미 FTA를 마무리짓는게 옳다”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였으니 이제 야당에 공이 넘어갔다”며 “이제 국가 이익 창출이라는 FTA의 본래 취지를 십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책론이 만만찮게 제기됐다. 타깃은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이다.

청와대에서조차 일정 시점에 적절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당장 ‘물갈이’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를 수습하는 대로 원인 제공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힘을 얻고있는 듯한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현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는 인사 등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날 이 대통령이 ‘내 탓이오’를 강조하면서 국정 쇄신책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당분간 인적쇄신을 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가시적 해법’없는 사과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있는 점 역시 이같은 인책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여권 전체가 고비를 맞은 상황 때문에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을 뿐, 인적 쇄신론은 멍석만 깔리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일정 부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겠느냐”면서 “공직에 있는 분들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책임지는 책임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발적 인적쇄신에 실패하고 험악해진 여론에 떼밀려 내각과 청와대에 ‘메스’를 들이댈 상황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여권 핵심인사는 “이번 케이스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문책까지 가야 할 상황이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결국 여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인적쇄신에 나서는 모양새로 비치는 최악의 그림이 예상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이긴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고언’도 빠지지 않았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번 사과 사태는 대통령 본인의 의욕만 앞선 상태에서 국민들이 자신을 따라와줄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국민을 섬기겠다는 자신의 약속대로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주류인 친박(親朴.친박근혜)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예상했던대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국정 전반의 난맥상을 인정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까지는 바람직했지만 쇄신책이나 해법이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입력 : 2008.05.22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