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등에 따른 '제2차 민심이반'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27일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고 한승수 국무총리가 기존 물가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정부여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한나라 "정부 좀 정신 좀 차려라"
한나라당은 앞서 26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의 정책위의장 퇴임사를 통해 "두 세달 내에 소비자 물가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 간다면 물가상승 때문에 몇 가지 업종은 치명타를 입을 것 같고 서민 생활경제는 상당한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강력 경고를 한 바 있다.
차명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도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부의 대각성을 촉구하고 싶다"며 "정부가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조목조목 정부의 물가대책 부실을 질타했다.
그는 "지금 동해와 남해에 오징어가 풍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징어잡이 배가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기름값은 3년 사이에 3배로 올랐는데 오징어 값이 10년 전과 똑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잡으면 잡을수록 손해라고 한다"고 경유값 폭등에 따른 어민들의 위기상을 전했다.
그는 또 "마찬가지로 도시에 있는 야채트럭이 이동 트럭장사가 아니라 무허가 노점상이 되어버리고 있다"며 "왜냐하면 야채를 팔러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기름값 때문에 손해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영세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금 세금이 더 걷힌다고 하는데 정부는 빨리 경유세율을 인하해주든지, 아니면 생계형 경유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든지, 경제비상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될 것을 촉구한다"며 특단의 경유값 대책을 촉구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경유값이 너무 올라서 경유를 사용하는 계층들이 대개 지금 서민들이다. 물론 휘발유값도 너무 많이 올랐다. 그래서 기름값 상승으로 피해를 당하는 서민들의 생계문제 등도 대책을 광범위하게 마련해야 되겠다"며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유가 상승에 따른 서민경제대책마련 특위 설치 후 당정협의 개최를 정부에 요구키로 했다.
한승수 "정부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한승수 국무총리도 비슷한 시간인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유가급등은 성장률 물가지수 등 거시경제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특히 화물·트럭용으로 사용되는 경유가격의 급등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28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하겠다"면서 "서민생활 부담을 덜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니, 각 부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현장을 파악하고 실용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정부를 질타하고 한 총리가 물가폭등에 따른 정부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28일 소집될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는 우선적으로 경유값 세금 인하 문제 등이 집중논의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정부가 추경예산으로 쓰려는 4조8천여억원을 유가폭등 부담을 줄여주는 용도로 사용하고, 생필품, 장애자용품 등의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등 광범위한 민생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다 근원적 대책으로 수출 드라이브를 위한 원-달러 환율 끌어올리기 정책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기획재정부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제2차 민심위기' 도래할 수도...
현재 동남아 각국에서는 물가 폭등으로 길거리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가 싶던 베트남의 경우 5월 물가가 25%나 폭등하고 5개월째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서 '외환위기설'이 나도는 등 삼엄한 분위기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물가가 폭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집권초 최악의 지지율에 신음하는 이명박 정부는 '제2차 민심이반'에 큰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성장'을 우선시해온 강만수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 '물가안정'으로 급선회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에게 심대한 정치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 박태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