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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돈선거’ 백태(한겨레신문)

말글 2008. 7. 16. 22:21

길거리…사무실…영안실…‘검은돈 접선’도 가지가지
서울시의회 ‘돈선거’ 백태
한겨레 이정훈 기자
한나라 의원 30명, 100만~600만원 받아
검찰수사 착수에 ‘차용증’ 꾸미다 들통도
 

김진수 서울시 의원은 지난 4월 의회 사무실에서 김귀환 의원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 이지철 의원도 비슷한 때 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 16일 공개된 서울지방경찰청의 김귀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면, 그는 모두 30명의 의원에게 3900만원을 건넸다.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결국 김 의원은 지난 6월20일 시 의장으로 당선됐다. 또 돈을 받은 김진수 의원은 시 부의장에, 이지철 의원은 상임위인 재정경제위원장에 지난 14일 당선됐다.

 

■ 시 의원 30명이 100만~600만원 받아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면 김귀환 의장은 다양한 장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수표로 100만~6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은 시 의회에서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 주유소, 길거리, 영안실 등에서 건넸다.

 

이 신청서를 보면, 김동훈·김진수·류관희·윤학권·하지원 의원 등 5명은 시 의회 사무실에서, 민병주·이지철·이강수·최상범 의원 등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받았다. 또 고정균·김광헌·김충선·박홍식·서정숙·윤기성 의원 등 6명은 자신의 사무실이나 일터에서, 김철환·김혜원·도인수·박종환·우재영·이대일·정교진·최홍규 의원 등 8명은 길거리에서 수표를 받았다. 이밖에 허준혁 의원은 식당, 김인배 의원은 영안실, 박찬구 의원은 선거 유세장, 이재홍 의원은 지역단체 사무실, 이진식 의원은 커피숍에서 금품을 제공받았다. 김덕배·정연희 의원이 수표를 받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귀환 의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돈을 받은 의원들과 상의해 돈을 빌려준 것으로 하기로 하고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아무개 의원은 500만원을 빌렸다고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수표 추적을 통해 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차용증이 엉터리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 노조·민노당 “돈받은 의원 모두 사퇴하라”

서울지역 공공기관 노조로 이뤄진 서울시관련노동조합 공동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태평로의 서울시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뇌물·비리 관련 시 의원은 전원 사퇴하고 한나라당은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공동대책본부는 “이번 사건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최대의 공직매매 뇌물스캔들”이라며 “범죄행위에 관여한 시 의원들은 자진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도 성명서를 내 “의장 선거는 물론이고,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모든 선거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 의회 한나라당협의회는 뇌물사건이 알려진 지 나흘 만에 사과와 함께 의원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박병구 의원 이름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이들은 “서울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수사 중에 있으므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