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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계속 세계어로 남을까?(뉴시스)

말글 2008. 10. 24. 16:40

,영어는 계속 세계어로 남을까?
기사등록 일시 : [2008-07-24 18:53:27] / newsis.com All rights reserved
박금자 편집위원실장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26일까지 열리고 있는 세계언어학자대회를 둘러보면 두 가지 점에서 감동을 받는다.

우선, 기념관의 1층부터 4층이 활기로 가득하여 감동적이다. ‘인문학이 죽었다’는 비명 같은 탄식이 학계에 끊이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음이 눈으로 확인되어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많은 언어학도와 언어학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반언어 혹은 개별언어를 전공하는 수 많은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가 대회를 찾고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참석자의 수는 약 1500명. 모두들 850여 편의 논문발표와 15개의 워크숍 스케줄을 적은 대회일정표, 묵직한 책가방을 들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그곳 인촌기념관에는 인문학이 생생하게 숨 쉬며 살아 있었다.

세계언어학대회의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이다. 경제적 세계화와 더불어 진행 중인 영어의 세계화 문제와 사라져가는 수 많은 소수민족언어의 보존 문제라는 상반된 두 문제를 한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많은 참석자들을 감동시킨 강연은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영어학 석좌교수 수전 로메인의 공식강연이다. ‘언어권리: 국제화 시대 인간발전과 언어의 다양성’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그의 강연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들의 숨막힐 듯 안타까운 풍경을 그려 보여주면서 우리가 왜 그런 언어들을 보존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며 언어정책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핵심문장을 소개하면 이렇다.

“언어의 생존은 생태의 문제다” “생물의 다양성이 중요한 것처럼 언어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내버려 두면 앞으로 100년도 안 되는 기간에 6900개의 언어가 멸종할 것이다.” “열대우림이 사라지면 그곳의 문화가 사라지고 언어도 죽는다. 그러니까 언어 보존은 생태학과 정책을 펴는 정치학의 경계에 놓여있다” “자기의 언어, 모국어를 사용할 때 창의성이 최고치에 이른다”

유명한 책 ‘사라지는 언어들’의 저자이기도 한 수전 로메인 교수 같은 이도 현실이 된 영어의 세계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륀지’ 표기, 영어몰입교육 주장을 아직 머리에서 떨쳐 버리지 못한 한국의 정치인들을 보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충고를 생각할 것이다. 옛 유럽 엘리트들 사이에서 수 세기 동안 공용어였던 라틴어가 사라진 것처럼 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세계어로서의 영어사용에는 영어 원어민의 발음과 똑 같은 발음, 엄격한 문법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화용론적 기술이 더 중시된다는 사실을 충고하고 싶어할지 모른다.

중국에만 1억8000만 명의 영어 학습자가 있다. 칠레, 몰타 등 수 많은 국가는 지난 몇 년 전 대대적인 영어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세계어 영어를 모르면 세계화 대열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초조감이 가히 전 지구 위에 퍼져 있다.

그러나 많은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세계어 영어가 옛 유럽의 라틴어와 다른 길을 걸으리라는 것, 곧 세계어로 계속 행세하며 남으리라는 예증은 없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영어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영어 하나만을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은 불안감을 느껴 이제 막 한국어도 포함하여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같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nthepar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