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주의’ 263곳도 부실가능성…공적자금 `눈덩이’ 우려(한겨레신문)

말글 2008. 12. 3. 21:32

`주의’ 263곳도 부실가능성…공적자금 `눈덩이’ 우려
저축은행 부동산PF 1조 매입
부동산 침체·경기하강 뚜렷…“1조로 수습 불가능”
자구노력 없이 부실채권 비싼 가격에 매입 `논란’
한겨레 안선희 기자 김경락 기자
정부의 금융권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이 결국 그동안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단 1조원 규모로 시작됐지만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입 대상도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 캐피탈사 등 전 금융권으로 번질 수 있고, 부실의 범위도 피에프 대출에서 일반 건설사 대출, 조선·해운사 대출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 1조원으로 끝날 수 있나?

정부는 저축은행 피에프 사업장 전수조사 결과 이미 부실해졌거나 부실해질 것이 명백한 사업장을 ‘악화 우려’ 사업장으로 명명한 뒤 그 비중이 전체의 12%라고 판단했다. 나머지는 사업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판단한 기준이 ‘사업성’인데 이를 판단할 때는 향후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가 결정적”이라며 “이번 조사를 벌인 정부와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동산 경기가 1~2년 있으면 살아난다고 보는 낙관론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의’ 사업장이라고 애매모호하게 판단한 33%의 사업장도 사실상 부실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피에프 대출 연체율을 보면 지난해말 11.6%, 올해 1분기 14.5%, 2분기 14.3%, 3분기 16.9%로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 들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며, 전문가들은 내년 또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건설경기 하강이 계속되면 피에프 대출뿐 아니라 건설사 및 부동산업에 대한 일반대출 또한 위험해진다. 이유섭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부실이 발생할 것인가”라며 “경기 하강이 뚜렷하고 부실채권이 급증할 게 명확한데, 1조원 정도로 커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저축은행 피에프 대출이 생각보다 건전하다”며 부실 확대 우려를 잠재우려 애썼지만 “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채권 매입규모가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대비해 캠코의 자본확충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해, 부실채권 매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 저축은행 자구노력은 없고 정부가 떠안아

이날 정부 대책 가운데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가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채권가격(실제 대출 규모)의 70%라는 높은 가격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해주는데다, 이에 따른 저축은행 쪽의 자구노력은 거의 없다.

 

가령 캠코가 사들이는 피에프 대출채권이 500억원이고, 적립된 충당금이 150억으로 가정하면 캠코는 피에프 대출채권을 350억원에 매입해준다. 매입금액 중 70%인 250억원은 현금이나 공사채로, 100억원은 후순위 공사채로 지급한 뒤 사후정산하는 방식이다. 적어도 부실 피에프 채권의 50% 이상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정부는 매입하는 부실채권이 대부분 토지 담보가 설정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담보를 설정할 때 토지가격은 이 사업 자체 때문에 고평가된 경우가 많아, 사업이 무산될 경우는 반토막 이하로 내려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캠코가 떠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명확한 구조조정 계획도 내놓지 않아 저축은행권 전체에 대한 불안감 또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