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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전국서 들썩(한겨레)

말글 2009. 3. 23. 09:40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전국서 들썩(한겨레)

이권청탁 등 폐해 심각…단체장들도 “프리미엄 포기”
1천만 서명운동 확산…‘꿀단지 내줄라’ 국회는 침묵

 

정대하 기자

»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전국서 들썩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보증수표를 반납하겠습니다.”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초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가 폐지되지 않더라도 어떤 정당에도 공천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현직 군수로서는 파격적인 발언이다. 

 

황 군수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정당공천 폐지 특별위원장’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 전국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아부하고 청탁까지 들어줘야 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군수는 전국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아부하고 청탁까지 들어줘야 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군수는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10여명과 4월 중에 이와 관련한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뿐 아니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군 자치구의회 협의회 등 지방선거의 당사자들까지도 나섰다. 전국에서 시·군·구별로 54개의 지회가 발족했고, 부산광역본부에 이어 울산과 광주·전남에서도 광역본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변화 과정
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 시행됐다. 더욱이 지방의원 유급제까지 도입돼 출마 희망자들이 늘어나면서 ‘공천 전쟁’이 벌어졌다.

 

법무부가 2007년 발표한 제4기 지방선거 관련 비리 범죄인 118명 가운데 기초 지방선거 관련자가 72.9%(86명)에 이르렀다. 장형철 국민운동 전국본부 사무처장은 “기초 의원과 기초 단체장 모두에 대해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며 “기초 후보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줄을 서면서 지역 정치의 자율성이 실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18일 지역구 출신의 민주당 김종률 의원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뼈대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현재 폐기될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은 강력한 무기인 기초선거 공천권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운동본부 이인규 사무처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한나라당은 어정쩡한 태도였으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반대했다”고 말했다. 민노당 이정희 정책위원장은 “정당 공천제가 선진적 모델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구도’로 가는 측면이 있다”며 “지방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국회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정당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공천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이런 원칙과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원들이 정당 공천을 미끼로 군림해 중앙·지방 정치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부정부패 부르는 줄대기, 공천제는 지방자치 걸림돌”


» ‘국민운동본부’ 황한식 공동대표
‘국민운동본부’ 황한식 공동대표

“지방자치를 억압하는 핵심 고리가 기초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입니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황한식 상임 공동대표(부산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한국 정치 부정부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초의원까지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말이 정당 공천이지 사실상 국회의원이 낙점하는 ‘1인 공천제’여서 당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며 “국회의원들의 속내를 합리화하기 위해 책임정치를 운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로 지역정치와 지방자치가 중앙당의 하부로 예속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회의원에게 낙점받아 당선된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은 시민들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을 받드는 데만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면서도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로 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당에 예속된 지방의원들이 교육이나 복지 등 시민들의 일상의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이 민생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그가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운동을 주도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민생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황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손에 든 떡을 쉽게 내놓을 리가 없다”는 것을 이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로 설명했다. 그가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정당공천 폐지 운동에 나섰다. 황 대표는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하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데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