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f , ○○지점장 M’ … 박연차 만난 사람·용건 ‘빼곡’ [중앙일보]
여비서 다이어리엔 무슨 내용
노건평·정상문 등 등장
‘노무현 방패’ 뚫을지 관심
2009.04.29 03:01 입력 / 2009.04.29 03:09 수정
‘200X년 X월 15일(수) 오전 8시. 천모 이사가 (계열사) 비에스텍의 통합운영권에 대해 보고. 8시50분 부산의 L구청장이 전화. K사장, ‘만나 뵙고 상의드릴 일이 있다’ 모빌라 A동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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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수사의 핵심 증거물인 비서 L씨의 다이어리 가운데 일부분이다. 본지는 2004~2008년 대학노트 수권 분량의 L씨 다이어리 가운데 일부의 복사본을 입수했다. L씨는 자신의 업무 참고용으로 매일 박 회장과 통화를 하거나 박 회장이 만난 인사들의 이름과 용건, 전화번호 등의 상세한 내용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의 재판에 다이어리가 증거로 제출된 것은 이처럼 시간대까지 꼼꼼히 기록된 다이어리 정확성 때문이다. 다이어리에는 정치인과 인근 지방자치단체장, 언론사 및 방송사 간부, 대학 교수까지 등장한다. 본지가 입수한 것이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박 회장의 평소 교류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등장 인물 중에는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포함해 B건설의 K회장, H공사 Y사장 등 경제인이 가장 많다. 당시 김해 시장이나 부산 지역 일부 구청장과 같은 자치단체장 4~5명도 박 회장과 자주 접촉한 인물이다. 이 중 두 사람은 이미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다이어리에는 지역 방송사의 P사장이 부임 인사를 오겠다고 할 정도로 노무현 정부 당시 박 회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었다. 뉴욕의 한식당 주인 K사장도 등장한다. 그는 박 회장의 부탁을 받고 민주당 이광재·서갑원 의원에게 뉴욕 현지에서 수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당사자다. 본지가 입수한 다이어리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를 전달했는지’ 구체적인 범죄 혐의의 단서를 보여주는 대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로비의 입증은 여비서 다이어리의 접촉 내역과 계좌 입출금 내역, 지급전표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어리의 내용 가운데는 박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정상문 전 비서관 등과의 접촉도 포함돼 있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600만 달러 뇌물 수수의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제시할 물증에 통화내역 등 물증이 있나’라는 질문에 “ 박 회장을 수사할 때 우리 자료와 다이어리의 증거를 제시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진술을 확보했다”며 다이어리 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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