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팔 수가 있고~ 아아 ‘한강운하’ [2009.05.01 제758호]
[특집] <한겨레21> 여주~김포 전류리 탐사… 서울시의 한강 바닥 준설 계획은 ‘생태계의 재앙’
정부는 경제성 부족과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중지된 경인운하 공사를 지난 3월25일 조용히 시작했다. 전체 18km 구간 가운데 이미 진행된 굴포천 방수로 공사 구간 14.2km를 뺀 나머지 3.8km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말 공사가 완료되면 인천에서 김포까지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완성된다. 여기에 발맞춰 서울시는 2007년 계획을 세웠으나 지지부진했던 ‘한강운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천t급 선박이 경인운하를 거쳐 서울 용산과 여의도까지 화물과 여객을 실어나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100m 이상의 폭과 6.3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준설이 불가피하다. 환경단체 등이 한강을 제집으로 알고 살아가는 어류와 조류 등 생태계의 파괴를 우려하는 까닭이다. 김포대교 아래 신곡 수중보를 하류로 옮기려는 경기도의 계획 또한 습지 파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겨레21>은 경기 여주부터 한강 최북단의 전류리 포구까지 답사하며 한강에 다가올 재앙을 미리 짚어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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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쌰∼!”
어부의 투박한 손이 그물을 억척스럽게 끌어올린다. 길이 100여m의 그물은 강물을 담뿍 머금은 탓에 배 위로 꺼내올리기가 쉽지 않다. 마침 체온을 앗아가는 강바람까지 거세게 분다. 그러나 정작 그물에 걸려 나오는 것들은 숭어와 잉어 몇 마리뿐. 어부의 입에서 탄식이 흐른다. “기름값도 못하겠는걸.”
4월22일 오후 6시께 경기 김포 하성면 전류리 앞 한강 하구. 한강 최북단 전류리 포구로 돌아가는 어부 하영기(56)씨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 60마력짜리 엔진을 단 1t급 ‘전-28호’가 거센 물살을 가르며 내달렸다.
황복 한 가마니씩 잡던 전류리
이 지역 출신 하씨가 물질을 해온 지도 어언 43년째. 열네 살 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를 잡았다. 동력선도 없던 그 시절 전류리 앞은 온통 백사장이었다. 한강 물은 그냥 마시거나 밥을 지어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 수심도 지금보다는 한참 깊었다는 게 하씨의 설명이다.
숭어, 농어, 황복, 쏘가리, 메기, 뱀장어, 동자개, 모래무지 따위가 물속에 가득했고, 어쩌다 잡혀 나오는 바닷물고기 가오리는 단순한 일상에 활력소가 됐다. 당시엔 헐값 취급을 받았으나 지금은 kg당 10여만원에 이르는 황복을 한 번 출어에 한 가마니씩 잡아오기도 했다. 양식장에 공급하는 뱀장어 치어로만 봄 한철에 3천만∼4천만원을 벌었던 일은 하씨에게 짜릿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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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만 해도 어리숙했지만 물질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고기만 잡히는 것만도 아니었다. 남파 간첩이 한강 하구를 통해 들어오다 전류리 어민의 그물에 공작금 뭉치와 총 등이 걸리자 그대로 버리고 도망가다 붙잡힌 적도 있다는 게 이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다. 당시 선장은 물에 젖은 돈을 집에 가져가 말리던 중 들이닥친 경찰에 끌려갔다고 한다. 간첩이 해병대보다 6∼7t급 큰 어선을 훨씬 무서워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온다.
이런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건 1973년 경기 하남시와 남양주시 사이에 팔당댐이 생기면서부터다. 물 흐름이 조금씩 느려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뒤로 이뤄진 대규모 한강 준설과 김포대교 아래 신곡 수중보 건설은 수중 생태계에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정부는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수중보를 설치했다.
준설 탓에 그동안 모래에 묻혀 있던 퇴적물들이 이곳 하류로 흘러와 쌓였다. 만조 때면 전류리를 지나쳐 마포 위쪽까지 올라간 바닷물이 간조를 맞아 내려왔는데, 이전에는 물살이 세 바다로 떠내려갔던 작흔 개흙들이 수중보 설치로 물살이 약해지는 바람에 하류 지역에 쌓여갔다. 한강 지천 주변의 공장에서 흘려보내는 폐수도 문제였다. 수심은 갈수록 얕아지고 어획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뱀장어도 잡기 힘들어졌고, 황복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모래 사이에 알을 까러 오던 놈들이 그곳이 개흙으로 뒤덮여버리니까 다른 데로 방향을 바꾼 거죠. 생태계가 변하고 산란할 데가 없으니까 안 오는 거지. 예전엔 진달래가 활짝 필 때 황복이 잡혔는데, 지금은 진달래가 다 졌는데도 안 나오니….” 하씨가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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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께부터 김포시가 치어 방류사업을 하면서 황복이 다시 조금씩 잡히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지난해 하씨가 잡은 황복은 모두 합해 10kg 안팎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며칠 전 다른 마을 어민이 달랑 3마리를 잡았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이다.
어획량 크게 줄어 생계 대책회의
그런 하씨의 이맛살에 최근 주름이 더 얹혔다. 서울시가 ‘한강운하’를 만들겠다며 5천t급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한강 바닥 준설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 경인운하 공사를 재개한 정부는 현재 전류리 상류의 신곡 수중보를 전류리보다 한참 하류에 있는 김포시 하성면 석탄리 쪽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곳 어부들은 물고기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씨는 “준설하면 더러운 물은 계속 내려오면서 물고기 산란처는 파괴될 것이고, 여기에 수중보까지 옮겨서 탁 틀어막으면 물고기는 당연히 더 줄죠”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40년 넘게 조업을 하고 있는 심상록(70)씨의 생각도 같다. “처음 물질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물 반 고기 반이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되게 줄었다”는 심씨는 “고기가 사람보다 눈이 더 밝은 법인데, 위에서 자꾸 모래를 파먹고 그 ××들 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도 새벽 5시30분부터 1시간가량 물질하고도 허탕을 쳤다는 심씨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류리에는 현재 어민 20여 명이 27척의 배로 물질을 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각종 운하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자 4월21일에는 다른 마을 어민들과 대책회의까지 열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전류리 어촌계의 백성득 계장은 “한 달여 전 한국수자원공사 쪽에 피해 대책을 물었더니, 경인운하 구간 공사만으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강 준설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조처도 취하지 못한 상황이다. 어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경기도 등에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은 그래도 낫다. 파괴되는 생태계에서 피해를 입을 물고기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한강 운하와 이어질 경인운하의 김포터미널 예정 터는 환경부가 지정한 한강 하구 생태변화 관찰지역이다. 이곳은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천연기념물인 쇠부엉이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또한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어류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황쏘가리(천연기념물 190호), 뱀장어, 누치, 강준치, 황복, 은어, 버들매치 등 많은 어류가 이곳에 서식하며 산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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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유입 땐 잠실까지 생태계 영향
바닷물이 섞인 경인운하 수로의 물이 김포 쪽을 통해 한강에 유입되면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강의 염도에 변화가 생기면 갈대·물억새 등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뱀장어·누치·황쏘가리 등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어류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한동욱 PGA습지생태연구소 소장은 “경인운하를 통해 바닷물이 유입되면 서울 잠실 수중보까지 바닷물이 올라갈 수도 있다”며 “어류들의 산란처와 서식처가 파괴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이는 상위 포식자인 조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인운하 안 물의 염도가 0.05%를 넘어가면 이 물을 끌어쓰게 될 운하 주변 논농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 심의를 통과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운하 안 물의 염도가 최대 3%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제염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운하 내 물을 세게 흘려보내 바닷물 유입을 막는 ‘플러싱 기법’ 등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공이 근거 자료를 내놓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용신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수공 쪽에 문의했으나, 시뮬레이션조차 실시하지 않은데다 관련 상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신빙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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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와 한강운하 계획으로 인해 파괴가 우려되는 건 한강 하류 수중 생태계에 그치지 않는다. 신곡 수중보가 아래 쪽으로 내려가면 그 사이에 놓인 고양시 장항습지는 직접 침수 피해를 입을 개연성이 높다. 갯벌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뜻이다. 장항습지는 최근 겨울철새인 재두루미 150여 마리, 큰기러기 1만5천 마리를 비롯해 여름철새인 백로·왜가리·민물가마우지 등이 찾아오는 철새 집단 도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버드나무 군락지도 물에 잠길 것으로 우려되고, 이곳에 서식해온 고라니 등 포유·양서 동물들도 이사를 가야 한다. 한강 하구는 2006년 4월16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민간인통제지역인 장항습지에 사는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매,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큰기러기 등은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4월18일 성명서를 내어 “경인운하 건설이 가진 더 큰 위험은 심각한 환경파괴의 위험으로서, 대표적인 예가 장항습지의 매몰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인운하는 나 몰라라 하면서 어떻게 한반도 대운하를 막을 수 있겠느냐”며 당론으로 경인운하 반대를 확정하라고 지도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강서습지생태공원·밤섬도 위협
또한 한강운하 구간에 있는 서울 강서구 강서습지생태공원과 여의도 옆 밤섬의 생태계도 위협받는다. 2002년 가양대교 남쪽부터 행주대교 남쪽에 이르는 8.3km 구간에 조성된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갈대, 갯버들 등의 식물을 바탕으로 멸종위기 2등급인 큰기러기, 말똥가리 등 23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밤섬은 도심 속 유일한 철새 도래지다.
한강운하의 뱃길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고 준설이 되면 철새가 떠나고 생물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동욱 소장은 “80년대 한강 준설로 대부분 파괴된 한강 내 섬들 가운데 자연 복원된 게 밤섬”이라며 “주변에 넓게 형성된 모래톱은 새들이 먹고 쉬고 놀 수 있는 터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뱃길을 위한 준설을 하게 되면 주변 토사가 그쪽으로 쓸려 내려가게 되고, 그럼 계속 준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식처 파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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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우려는 지난 4월20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된 ‘생명의 강 연구단’의 현장 탐사에서도 확인됐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 등 교수 7명과 환경단체 활동가 및 대학원생 등 40여명이 함께 한 이번 탐사는 경기 여주부터 서울 여의도 부근까지 수심 측정과 수질검사 등을 병행하며 진행됐다. 5천t급 배를 띄우기 위해선 수심이 6.3m 정도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강 바닥의 퇴적층을 1m 정도만 파내면 될 것이란 게 애초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한겨레21>이 연구단과 함께 확인한 한강철교 아래 수심은 3.6m에 불과했다.
잠실 수중보를 지난 지점이 수심 3.4m, 중랑천 합수부는 4.1m, 안양천 합수부는 6.3m였다. 하류로 갈수록 수심이 얕아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설명하는 것보다 1~2m 더 깊이 준설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는 “서울시가 언제는 한강이 살아나 어류가 돌아왔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개발을 하기 위해 바닥을 퍼낸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강바닥의 자갈과 수초 사이는 어류가 산란을 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인데, 이곳을 파버리면 어류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6개월짜리 환경영향평가는 졸속
한강운하 구간에서는 대형 배가 지나다니면서 일으키는 큰 파랑 때문에 15km 구간의 둔치를 결국 콘크리트 더미로 덮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도심 구간을 벗어나면 한강 수변은 자연상태 그대로 흙으로 덮여있다. 손경호 한국해양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파랑의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파랑이 수변에 닿을 때 침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변에 둑을 쌓든지 파랑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자연적인 상태로 두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강가가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수변부가 사라지면 수변에 기대어 사는 생물들이 갈 곳을 잃는다. 참개구리·맹꽁이·남생이 등 서식과 번식에 수변부가 필요한 생물들은 콘크리트 옹벽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한강사업기획단의 신용철 주임은 “한강에 띄울 배는 시속이 10km 안팎으로 걷는 속도 정도여서 파랑이 크지 않아 기본적으로 생태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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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용역업체 선정을 끝내고 조만간 계약할 예정이다. 신 주임은 “환경영향평가는 6개월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개월짜리 환경영향평가’는 ‘졸속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지적했다. 한봉호 교수는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사계절의 생태계 변화를 모두 지켜보지 않고 6개월 안에 조사를 끝내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강서습지생태공원부터 암사동 생태경관보호구역, 팔당댐 하류에 이르기까지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등 철새들이 겨울철에 대거 날아드는데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강유역에는 현재 철새 50여 종이 관찰된다.
중앙정부의 경인운하 추진 방침에 서울시가 한강운하를 연계하겠다고 숟가락을 얹자 이번에는 경기도까지 나서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서울 용산과 여의도까지 올라오는 5천t급 여객화물선을 하남시까지 연장해 터미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다 서울시가 취수원 오염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자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하남시청 기획예산담당관실의 이천형 기획팀장은 “시 면적의 86%가 그린벨트여서 터미널을 지으려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가 정책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만약 경기도의 검토안대로 뱃길이 하남까지 올라갈 경우에는, 미사리 쪽 당정습지 등의 대규모 훼손도 불가피해진다. 이곳에는 1종 멸종위기종인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매를 비롯해 황조롱이·원앙·검은머리물떼새와 같은 천연기념물 등 텃새 33종, 철새 82종, 나그네새 75종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신곡 수중보를 밑으로 옮겨 짓는 방안도 경기도의 의지가 실린 사업이다. 지천 범람 등을 우려한 고양시 쪽은 이 사업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도 쪽은 여전히 추진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기도청 정책개발팀의 금철완 계장은 “오는 6월 국토해양부의 (수중보 이전 관련)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개발로 신음하다 근래 들어서야 겨우 안식을 찾아가던 한강은 중앙정부의 ‘삽질 경제’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숟가락 얹기’에 다시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생겼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그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기나긴 복구의 시간을 통해 인간에게 복수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금 20년 뒤 방영될 다큐멘터리 ‘한강의 역습’ 전반부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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