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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는 지난 7일 협회 소속 종합유선방송(SO)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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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가 협회 소속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정부 역점사업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적극 홍보하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공문에는 전국 SO지역채널 공동편성 내용을 격주 단위로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서 '언론통제' 의혹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7일 전국 케이블TV(SO) 102개사에 일제히 '4대강 살리기 방송 프로그램 편성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네 쪽짜리 공문을 내려보냈다.
협회는 이 공문에서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오는 5월 18일(월)부터 하루 4회 이상 방송할 것'을 요청했으며 심지어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25분간은 전국 SO 지역채널공동편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공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합동 보고대회에서 '4대강 살리기는 녹색성장의 대표 사례'라며 '2011년까지 강의 본류를 살리고 향후 지류까지 완벽하게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는 설명 등 정책 추진 배경 및 주요 사업 내용까지 곁들여져 있다.
협회가 방송을 요청한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는 24분 46초의 내용으로 '우리의 강'(오프닝 영상), 본 영상, 4대강 살리기 1000일의 약속 流'(이미지영상),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부록), 애니메이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6분 36초 분량의 본 영상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프로젝트'는 국토해양부 블로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4대강 프로젝트 홍보 동영상 2탄'과 같다.
협회는 편성 내용을 격주 단위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혀 "정기적으로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SO들의 약점을 이용한 '언론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회는 방송 추진 배경 및 기대 효과로 ▲ 현 정부의 역점 사업에 적극 협력, 케이블 친화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 환경 유도 ▲ 격주 단위의 실적 보고를 통해 청와대 및 정부 기관의 케이블 방송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우호적 협력 관계 형성 등을 꼽았다.
이 공문을 받은 SO 편성 관계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 지역 SO편성 담당자는 "예전에 KTV의 간절한 요청으로 KTV가 제작한 정책 방송을 짧게 내보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노골적인 공문이 전달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케이블 방송이 일방적인 정부 정책을 홍보해 주는 방송이냐"고 반발했다. 이 담당자는 "정기적인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SO의 약점을 노린 것으로 협회가 정부를 향해 알아서 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문 내용에 반발하는 일부 SO 편성 담당자들이 협회에 재고를 요청하는 항의전화를 하는 등 반발 분위기가 일자 협회는 일단 이 계획을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편성하려 했던 협회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이용식 한국케이블TV협회 매체사업지원국 SO지원팀장은 "꼭 협회 소속사들의 반대 때문에 보류된 것은 아니며 여러 이유를 감안한 것"이라면서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기만 늦췄을 뿐 재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팀장은 프로그램 편성 지시 배경과 청와대, 방통위의 지시 여부 등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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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공문을 통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홍보방송을 오는 18일(월) 하루 최소 4회 이상 방송할 것을 요청했으며 매주 수요일 11시부터 25분동안은 전국 SO 지역채널이 공동편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편성내용을 격주단위로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겠다는 문구도 담겨있어 '언론통제' 지적까지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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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방송 추진 배경으로 "현 정부의 역점 사업에 적극 협력, 케이블 친화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환경을 유도하는 한편 격주 단위 실적보고를 통해 청와대 및 정부기관에 케이블 방송에 대한 인식전환 및 우호적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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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의 이번 정책에 대해 언론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4대강 살리기' 정책에 대한 일방적 홍보방송을 아무 검증 없이 방송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현 정부 들어 방송사는 물론이고 방송 유관기관까지 언론 특보 등 가까운 사람들로 채운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진 사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케이블 방송 역시 지역의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의 기능이 있는데 일방적인 홍보방송이 전파를 타게 되면 정부가 케이블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일종의 보도지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과거 권위적인 정권 때도 눈에 안 보이는 방식으로 권력에 협조했지, 이렇게 노골적인 공동기획까지 추진한 적은 없었다"면서 "약자인 방송사업자들을 장악해 획일적인 기획물 방송을 요청하는 것은 '언론통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케이블TV방송협회 쪽의 이 같은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그와 같은 프로그램 편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에서 협회에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편성 등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공문에 격주로 방통위와 청와대에 편성내용을 보고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것은 협회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일 뿐, 보고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 TV방송국 중 열악한 곳이 많은데 그쪽 입장에선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방송 내보내고 좋은 내용으로 시간도 채우면 좋은 일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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