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
2009. 5. 27(수)
홍사립 전 동대문구청장(64)이 부하 직원으로 부터 3,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6일 전격 구청장직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 그를 아는 동대문구 주민과 구청직원들은 안타까워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홍 구청장은 선거를 앞둔 가난한 입후보자이고 장 아무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승진하고픈 공무원으로 서로의 이익이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아무개는 지난해 12월 부동산 업자에게 관내 휘경동 신규 도로 개설 정보를 기획부동산에 넘겨 수억원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또 지난 5월 11일 검찰청은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 소속 간부 김 아무개(52)가 2005년 12월 말께 장 아무개로부터 국무총리실에서 이첩받은 구청 직원들에 대한 비리수사를 축소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3000만원을 수수하여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홍 전 구청장이 지난 2006년 4월 경 전농동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온 부하 직원 장 아무개(53)로부터 보직 변경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들어나자 홍 전 구청장은 20일 한차례 조사를 받고 26일 검찰에 들어가 추호의 망서림도 없이 구청장직을 사퇴한 것이라 한다.
이 세상에 많은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수 백 억 원을 꿀꺽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법원판결을 구하겠다거나 선거에 의한 민심으로 심판받겠다는 등 어거지 논리로 버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홍 전 구청장은 검찰에서 자신의 죄를 깨끗이 시인한 후 곧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내년 6월 2일이 차기 지방선거일로 날자가 잡혀있으니 임기가 약 1년여 남은 시점이다. 우리가 보아온 대다수 정치인들은 재판절차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임기를 채우려는 것이 대다수 우리네 현실이다.
홍 전 구청장은 검찰에 다녀온 후 자신이 평생 살아왔고 봉사하던 장안동성당에 들러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고락을 함께했던 구청 간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통회하며 한 점의 망서림도 없이 감투를 벗어던진 행위가 알려지자 동대문구 주민들과 구청 공무원들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이유인 모양이다.
동대문구청 직원 신 아무개는 “홍 전 구청장을 ‘미스터 스마일’이라고 불렸다”며, “말단 직원들에게도 한 번도 반말을 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울먹였다.
그는 “중간 간부들이나 팀장들이 구청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면 누가 결재를 하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고분고분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면서, 게다가 “결재를 해주고도 구청장실 문밖까지 직원들을 배웅해서 무척 멋쩍게했고 당황스럽게 했다”고 회고해 당분간 구청분위기는 침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홍 전 구청장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해 장교로 군을 마쳤으며, 당시 공화당에 들어가 당직생활을 시작해 스스로 공채 1기라고 자랑했다 한다. 그 후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으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동대문지구당에서 사무국장으로 18년을 봉직한 그는 동대문구의 산 증인으로 동대문구가 배출한 지역정치인이었음을 모두가 인정했다.
그는 선거에 나서 한 번도 진적이 없다고 할 만큼 선거에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 한다. 또 선거가 시작되면 그 좋아하던 술도 선거 시작 3개월 전부터 입에 대지 않을 만큼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는 프로 정신의 소유자였었다고 한다.
홍 전 구청장은 고 권영우 전 국회의원(세명대학교 재단 이사장), 김영구 전 국회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사무국장으로 활동했고, 200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후 2002년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이처럼 홍 전 구청장은 18년간 여당의 지구당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면서도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몸가짐을 보여 주민들로부터 사랑과 신임을 받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 ‘니편 내편’을 아우르는 지역 정치인의 전형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재산이라곤 전농동에 20여년 다되어가는 아파트만 달랑 한 채 가지고 있으며 지난 해 공직자 재산공개에서도 나타났듯이 서울시내 25개 구청장 중 가장 적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구청장을 잃은 동대문구청 직원들은 홍 전 구청장의 전격적인 사퇴를 “1300여 구청 직원들이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 같다”며 매우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동대문구청 직원은 “자신의 의혹으로 인해 사랑하고 몸바쳐온 동대문구 구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이 그의 결심을 앞당기게 한 이유였을 것이라며, , "그런 사람이 바로 홍 사 립 !"이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말한다.
거기다 동대문구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비록 출신 정당이 다른 동대문구의회 구의원들도 홍 전 구청장의 인품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홍 전 구청장과 같이 전농동에 사는 주민도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홍 전 구청장이 늘 온화한 미소로 우리에겐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너무 좋은 분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수 십 년 동안 목욕탕과 이발소를 같이 다닌다는 장안동 주민 서 아무개는 “뭔가 흑막이 있을 것이라며 검찰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구청장은 장녀의 결혼식에 들어 온 축의금을 쌀로 받아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만큼 신심이 깊은 카톨릭 신자이며, 부인 역시 전농동 성당에서 수 십 년 동안 노인대학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홍 전 구청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으며 장녀는 출가했고, 외아들은 7년 전 가톨릭 신부 길에 들어서 내년 신부 서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여간, 해맑은 미소의 소유자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이 없는 동대문구청에 들어서면 앞으로 많이 쓸쓸해질 것 같다...'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빈 자리는 안다'는 우리네 속담도 있는데...
<취재, 정리 - '바른 선거와 깨끗한 나라' 이 도>
- ▼적념 (寂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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