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영 수원대 교수
입력 : 2009.06.11 22:20 / 수정 : 2009.06.11 23:21
얼마 전, 해외의 하천 전문가들이 참석한 4대강 관련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영국·독일·미국·일본 등 4개국에서 온 대학교수와 정책관료, 연구원들이 그들 나라의 하천 복원 경험담을 들려준 뒤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강 본류에 '보'라는 콘크리트 댐들을 줄줄이 쌓고 강바닥을 수심이 평균 6m 이상 되도록 준설한다는 4대강 사업의 내용이 소개되자, 이들은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수질은 필연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어 "현 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구나 일본의 하천문제 권위자인 도쿄대학의 이시카와 교수는 "청계천을 복원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콘크리트로 덮인 인공적 환경을 자연에 가까운 환경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4대강 사업의 발상은 자연을 인공화한다는 점에서 청계천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버클리대학의 헤스터 교수는 "한국 정부가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 생태 복원 등 4대강 살리기의 목표는 잘 잡았는데, 잘못된 방식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강을 살리려면 강 본류를 파헤치는 게 아니라 유역을 관리하고 지류를 생태적으로 살리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예산은 지금보다 훨씬 적게 들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고용 창출 효과도 생긴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으로 얻은 국제적 평판을 4대강 사업에서도 유지하려면 지금이라도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그 추진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임기 내에 모든 것을 이뤄야겠다는 강박관념부터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모든 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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