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서울시장의 시련과 도전(신동아)

말글 2009. 6. 13. 10:01

서울시장의 시련과 도전(신동아)
오·박 연대설? “우리가 바보냐”(오세훈 측)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 ‘디자인 서울’ 책임자 최근 사임
● 한나라 의원들 중 ‘안티 오세훈 그룹’ 있다?
● 유인촌 급부상… 차기 공천도 첩첩산중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한나라당 주자인 홍준표·맹형규 의원이 열린우리당 후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오 시장은 구원투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당 지도부에서 기대한 대로 오세훈 후보 개인이 가진 참신한 이미지가 서울시민에게 먹혔다. 당시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도 표심에 영향을 미쳐 그는 강금실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민선 4기 서울시장이 됐다.

 

이후 17대 대통령선거와 18대 총선 등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 다시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오 시장은 이번엔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창의 시정(市政)’을 기치로 재임 중 일궈낸 업적들을 토대로 재선(再選) 도전에 나선 것이다.

 

‘본선’은 나중 일

그러나 그의 앞길은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것도 첩첩산중이다. 4~5명의 유력 정치인이 선발 자리를 넘보고 있다. 3선의 원희룡 의원, 재선의 공성진·정두언·나경원 의원 등이다. 소장파의 대표 격인 원 의원은 최근 친이-친박 계파 갈등으로 불거진 당 내분 사태를 잠재울 임무를 수행할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항상 외길 행보로 당내에서 세(勢)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최대 약점이었지만 이번에 입지를 강화할 수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역임한 공성진 의원은 권력 핵심 재진입을 시도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핵심측근이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해 6월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칩거기를 보냈지만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사실상 정치적 복권이 이뤄졌다. 나경원 의원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빠진 자리를 그나마 메우면서 ‘선거의 여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인사 외에 지난 선거에서 오 시장이 그랬듯 여차하면 ‘짠’하고 나타날 거물급 경쟁자도 있다. ‘MB(이명박 대통령)의 남자’로 통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유 장관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생기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진지하게 검토할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유 장관 측근인 선주성 정책보좌관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절대 출마 않겠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미리 준비하는,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여권 내에선 유 장관의 출마 쪽에 무게를 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오 시장 측은 겉으론 “누가 나오더라도 나오는 것 아니냐”며 크게 개의치 않는 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속으론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특히 유 장관이 친이 진영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토를 달았다. 오 시장의 한 핵심 참모의 말이다. “유 장관에겐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유 장관이 친이 의원들과 친할 일이 없다. 현직 장관이 경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당협위원장들과 어떻게 교감을 나누겠느냐.”

다른 참모는 ‘자질론’을 거론했다. “유 장관은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어렵다고 본다. 친이 진영이 지원할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친이도 다 갈려 있지 않으냐. 결집이 어려울 거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의 선주성 보좌관은 “유 장관은 출마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장관은 사석에서 ‘더 이상 명예를 얻을 것은 없다, 장관을 하면서 까먹었으면 까먹었지 새로 얻은 명예는 없다’는 말을 한다. 개인적 자부심과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직계인 권택기 의원은 “다양한 후보가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중에서 경선을 통해서 좋은 후보를 뽑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의원들도 이런 원칙적인 입장과 다르지 않을 듯하다.

 

결국 오 시장이 재선 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쟁쟁한 내부 경쟁자부터 물리쳐야 한다. 야당 후보와 겨룰 본선 걱정은 나중의 일이다.

 

그런데 ‘오세훈 위기론’이 나도는 것은 비단 다른 야심가들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가운데 ‘안티 오세훈’ 그룹이 있다는, ‘창의 시정’은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이심(李心·이 대통령 의중)’이 떠났다는 소문들이 서울시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서울시에 어슬렁거리는 소문들

서울지역구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모두 40명이다. 야당 의원이 있는 8개 선거구엔 한나라당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이 있다. 이들 48명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자 오 시장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상당수가 오 시장과의 사이에서 사건을 겪었다. 바로 지난해 4·9 총선 직후 불거진 ‘뉴타운 공약’ 파문이다.

 

지난 4월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계디자인수도’ 홍보조형물.

총선 때 이들 상당수는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권자에게 직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줄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갑작스럽게 지역구를 울산에서 서울 동작을로 옮긴 정몽준 의원조차 “이곳에 뉴타운을 짓기로 오 시장과 얘기가 다 됐다”고 유권자들에게 말했다. 다른 한나라당 후보들도 오 시장과의 친분 관계 등을 내세우며 “내가 당선돼야 뉴타운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북 부동산 값이 들썩이고 있으므로 뉴타운 추가 지정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추가 지정은 없다”가 “10곳 이하로 검토할 수 있다”로, 다시 “불가능하다”로 바뀌었다. 실제로 선거 후 서울에서 새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없다. 곳곳에서 “속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뉴타운 공약 문제로 한나라당의 정몽준(동작을), 신지호(도봉갑), 유정현(중랑갑), 현경병(노원갑), 안형환(금천), 구상찬(강서갑) 의원이 줄줄이 기소됐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내심 오 시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일부 서울 의원들 사이에서는 “오 시장이 우리 편 맞느냐”는 말도 오갔다고 한다. 특히 정몽준, 안형환 의원은 법원이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법정에 섰다. 정 의원이 ‘허위 공약’ 문제로 재판을 받을 때 오 시장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48명에게 다 물어봤나요?”

그러나 최근 기자와 만난 오 시장은 자신과 서울 출신 의원들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분석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뉴타운 공약 문제 때문에 관계가 좋지 않다는 식의 기사가 한 번 나가니까, 다른 언론들도 제대로 확인조차 않고 그대로 따라 쓰더라. 제발 48명 모두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기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다 물어보면 그 정도는 아니란 걸 알거다.”

 

오 시장은 3월4일 법정에 나가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기소된 정몽준 의원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그는 법정에서 “지난해 3월 정몽준 후보와 면담했을 때, 동작·사당 지역도 뉴타운으로 추가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기에 ‘부동산 값이 안정되고 기존 뉴타운 사업이 진척돼 4차 뉴타운을 지정하게 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추가 뉴타운 지정 동의’로 판단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증언했다. 오 시장의 이 증언은 정 의원이 유리한 판결을 받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정치적으로 죽게 생겼기 때문에 ‘듣기에 따라선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정도의 증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그 외에도 오 시장은 서울지역 원내외 당협위원장 48명 모두를 번갈아가며 3~4차례씩 만나 뉴타운 문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지역현안들을 챙겼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서울시 공보특보는 “비온 뒤에 땅이 굳은 격”이라고 했다.

 

권택기 의원(광진갑)은 “전반적으로 오해가 풀린 것이 맞다. 각 지역에서 뉴타운 선언을 하는데 시장 입장에서 ‘검토하겠다’는 말 외에 더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해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친박 계열인 구상찬 의원은 “뉴타운 문제는 처음에 나도 서운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오해가 풀리더라”고 했다.

 

“다음에도 오세훈 가장 유력”

그러나 다른 친이 핵심인사 측은 “뉴타운 문제 때문에 오 시장이 여전히 당에서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유 장관 출마설이 나돌기 시작할 무렵에 오 시장이 박 전 대표와 손잡을 것이란 소문이 정가에 돌았다. 뉴타운 문제 등으로 서울지역 친이 의원들과 불화를 겪을 바에야 차라리 ‘오(吳)-박(朴) 연대’를 맺어 지방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서로 협력해 윈-윈 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이런 풍문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오랫동안 보좌한 서장은 전 한나라당 서울시당 대변인이 지난해 8월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된 것과 연결돼 구체성을 띠었다. 친박진영과의 연대를 추진하기 위해 오 시장의 고려대 법대 후배인 서 실장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오 시장과 서 실장은 모두 어이없어했다. 한 서울시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의 당협위원장 48명 가운데 친박은 5명이다. 어느 신문에서 ‘오 시장이 친이 쪽에서 여의치 않자 친박으로 갔다’고 썼던데 참으로 황당하다. 우리가 바보냐. 43명을 놓아두고 5명에게 승부를 걸 게….” 서장은 실장도 “친이다, 친박이다 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말이 안 된다. ‘서울연대’라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공보특보를 지낸 구상찬 의원은 “오 시장이 다음번에도 제일 유력한 후보 아니냐. 국회의원과 시장을 지내면서 검증됐다”면서 “개인적인 호감은 있지만 친박 진영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가 신촌에서 오세훈 후보 지원유세를 하다가 피습을 당했었다. 친이 세력이 분열되면 친박진영과 손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오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짠 평가도 있다. 임기 초반엔 “시장이 안 보인다”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뭔지 알 수 없다는 의문이었다. 전임 시장인 이 대통령의 치적과 비교되곤 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늘어놓았지 뚜렷한 성과물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평뉴타운 전경.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지난해 총선 때 ‘뉴타운 공약’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냥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높게 쳐줄 만한 오 시장의 치적이 뭐냐”고 묻자 “시정에 참여하지 않은 입장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오 시장이 우리 지역에 오면 다들 환호한다. 마치 연예인 같더라”고 했다. 그는 “그냥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서울시와 여러 일을 같이 하는 단체들과 얘기해보면 고건, 이명박 전 시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정책들을 충실하게 계승하는 수준에 있는 것 같다”며 “오 시장의 특징적인 정책은 뭐냐, 시정 비전이 뭐냐 하면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전임자인 이 대통령의 청계천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크고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게 각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의 디자인총괄본부를 이끌어온 권영걸 본부장이 사임한 뒤 서울대 미대 교수로 돌아갔다. 이를 놓고 오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디자인 서울’ 정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권 본부장은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대학과 제자들에 대한 도리라며 더 일해달라는 부탁을 완곡하게 사양한 것”이라며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직은 계속 유지하는 만큼 앞으로도 ‘디자인 서울’의 큰 흐름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또 “김문수 경기지사가 ‘디자인 도시 경기도’를 만든다고 해 서울시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공무원 사회 분위기 등을 이야기해주었다”고 말했다.

 

시정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이종현 특보는 “2006년 10월9일 ‘2010년 세계 10위권 도시 진입’을 목표로 한 471개 단위사업을 발표했는데, 그날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보도가 거의 안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그 이후 하나 둘씩 시정성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최근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실시한 16개 광역단체장 공약 이행 평가에서 부산·경기·충남과 함께 ‘종합 베스트 4’에 뽑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하는 16개 시·도 청렴도 조사에서 서울시는 2008년 1위로 올라섰다. 2006년까지만 해도 15위였다. ‘서울시= 복마전’이란 인상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은 오 시장이 취임 초 단행한 인사개혁의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치적으로는 장기전세주택 제공 제도인 ‘시프트(SHIFT)’‘여행(女幸) 프로젝트’‘디자인 서울’ 등이 있다. 최근엔 경인운하 완공 후 서울-중국 국제여객선 운항도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은 그간의 시정에 만족하는 듯했다.

 

▼ 민선 4기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가장 큰 성과는 ‘창의시정’을 통해 서울시의 일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죠. 제가 취임하고 새로 시작된 정책 중에 다른 지자체, 정부, 외국 도시에서 벤치마킹한 사례를 헤아려보니 30개에 달하더군요. 이런 조직 내 성과 뿐 아니라 올해부터는 광화문광장이나 한강 르네상스와 같은 하드웨어 사업의 성과들이 가시화되면서 서울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실시한 16개 광역단체장 공약 이행 평가에서 베스트 4에 뽑혔더군요.

“서울시가 내놓은 공약은 모두 245개였습니다. 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집무실 안에 추진상황판을 만들어놓고 꼼꼼히 관리하고 있어요. 또 1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공약이행담당부서를 운영하고 있고, 12명 규모의 외부평가단을 둬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점검해나가고 있죠.”

 

“생활 속의 배려” 정책

▼ 시프트나 여행 프로젝트는 기존의 공공정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서울시민만의 혜택이었던 시프트는 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 법제화되어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개정된 임대주택법과 주택법이 실행되면 지방에서도 시프트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여행 프로젝트는 취임 초 여직원 간담회에서 시작됐어요. ‘시청마당은 굽이 빠져 하이힐을 신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착안한 정책이죠. 즉, 양성평등, 여성권익 증진과 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하이힐이 빠지지 않는 보도’나 ‘핑크색 여성우선 주차장’처럼 생활 속의 작은 배려를 통해 여성들의 일상 속 불편, 불쾌, 불안요소를 제거한다는 개념입니다.”

 

▼ 뉴타운 사업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는데요.

“기본적으로 뉴타운이라는 틀을 바꿔놓을 생각은 없어요. 뉴타운은 그간 소규모 구역단위로 진행되던 재건축,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 아닙니까. 그런데 시행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그런 부작용을 어떻게 없애느냐, 최소화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6월말쯤 그 내용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 서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여객선 운항을 추진하고 있더군요.

“서울시는 경인운하 사업의 진행 추이를 맞춰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우리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큰 줄기로서 주운(舟運)계획을 추진해왔는데, 용산이나 여의도 선착장에서 배를 띄워서 상하이나 칭다오까지 뱃길을 열어 5000t 규모의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경인운하 사업이 함께 진행되는 덕에 4~5년 뒤 서울은 ‘수변도시, 항구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더할 수 있게 됐어요.”

 

정책적인 부분 못잖게 정치적 입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의 서울시장 재선 가도엔 이 대통령의 의중도 중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오 시장은 지금 이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의 선택을 받는 데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신하는 듯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때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후보경선 때는 조직을 챙겨줬고, 본선에 들어가선 박영준 서울시 정무국장(현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을 선거 캠프에 파견해 돕도록 했다.

 

서울시 핵심 인사는 “정태근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현직 정무부시장이었는데 당시 시장이던 MB의 뜻이 없었으면 우리를 도왔겠느냐”며 “그 때문에 홍준표 경선후보가 MB에게 서운해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2002년 서울시장선거 때 오세훈 의원은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이명박 시장이 오세훈 후보를 전폭 지원했다. 정치적 피돌기 관계라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 시장 측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위해 ‘역할’을 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그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명박 후보를 집중 공격한 것을 막아낸 일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의 상암 DMC 특혜 공급 관여 의혹을 캐낼 자료를 요구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오 시장은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을 들었다.

 

오 시장은 정부 정책과 서울시 정책의 조화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지향하자 서울시는 2, 3월 일찌감치 추경을 편성해 집행했다. 오 시장은 당 행사에 되도록 참석하면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그는 구청장, 시의원·구의원과의 소통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일정을 짤 때 이들과의 만남은 항상 우선순위다.

 

‘일 맛 들인’ 대선주자급 시장

오 시장은 잠재적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5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39.2%), 정동영 의원(10.6%), 이회창 총재(10.5%), 손학규 전 지사(6.8%), 정몽준 의원(6.3%), 김문수 지사(5.4%)에 이어 5.0%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오 시장은 일찌감치 차기 대선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의향을 비쳤다. 서울시장 재선이 그의 당면 목표다. 그는 “서울의 변화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을 바꾸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너무 즐겁습니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재선 의지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죠. (시장직을) 적당히 하고 다른 일에 매달리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더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런 자세엔 변함이 없습니다.”